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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Aug 10. 2017

고등학교 때 내 취미생활

나는 고등학교 때 표정이 의외로 밝았다. 친구들은 나에게 ‘네가 너무 행복해보여서 네 얼굴을 보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분명히 내 마음은 누구보다 어두웠는데 내 표정이 왜 그렇게 밝을 수가 있었을까? 나는 후에 이것이 하나의 ‘방어기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어두운 마음에 저항하려고 하는 반작용으로써 겉으로는 지나치게 밝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나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외형상 거의 정상이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당시 나의 취미는 크게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농구, 당구였다. 90년대 말 그것들은 많은 학생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고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공부를 하지 않았던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그것들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고, 그래서인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씩 실력이 좋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최소한 그런 게임들을 할 때만큼은 건강에 대한 걱정들은 내 머리 속에서 완전 아웃되었다. 그것들이 너무 재미있으니깐 다른 잡념들이 들어올 틈이 없었던 것이었을까?     


그때 게임 길드를 조직하여 게임방 대회도 참가하고 농구팀도 만들고 그랬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게임 잘 하는 내 친구들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심리학자 머슬로우가 말했던 소속의 욕구와 자기존중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었다. 그 시절 책도 많이 읽었지만 그런 게임들만큼 자극적인 즐거움을 직접적으로 가져다 준 것도 없었다.     


나는 ‘세상의 많은 철학들이 다 무슨 소용이지?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에서 남들보다 우위에 있을 수만 있다면 굳이 더한 행복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이보다 더한 행복도 있을까? 어차피 우리가 사는 이유도 결국 남들보다 무엇인가를 잘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우월감을 느끼고 프로가 되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였던 시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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