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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Sep 28. 2017

닥치고 명상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백화점에서 발렛파킹 한 지 10일이 넘었다. 어제 한 동료는 벤츠 뒷 범퍼 긁어서 자기 월급에서 50만원 게냈다. 나도 S클래스(거의 2억짜리) 이상 탈 때는 완전 긴장한다. 20대 직원이 나한테 무전 제대로 못 듣는다고 갈궜다. (그날 무전기 첨 잡았는데..) 또 나이 많은 신입이 어린 직원한테 “밥 많이 먹어~” 라고 반말했다고, 그 직원이 정색하고 소장한테 꼰질렀다. 그 신입 행님은 그 다음날부터 출근 안 했다. 그 후 나는 20대 애들한테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텃새가 더럽게 심하다.     


발렛파킹 근무복 입고



내가 이 지하 주차장에서 뭐하지 모르겠다. 차 긁을까봐 노심초사하며 백미러 보고 있을 때가 아닌데.. 원래라면 나는 지금 맞춤정장 입고 강연하고, 이동진처럼 팟캐스트 녹음하고, 책 쓰고, 인세 받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결국 돈이 없어서 여기서 일하고 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이 끝나면 기진맥진하여 아무 것도 아무것도 못한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도서관에 이러고 있다.     


모든 희망이 막혔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힘들었다. 책을 출판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다.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살기가 귀찮아서, 살기 싫다는 느낌을 아는가? 알람은 왜 맞추고, 머리는 왜 감고, 옷은 왜 입어야 하는가? 양치는 왜 해야 하는가? 극단적인 생각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난 이제 어디서 희망을 얻어야 할까?     


너무 힘들어서 3년 만에 우울증 약도 꺼내 먹었다. 그랬더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역시 약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때 나는 내 친구가 했던 ‘그래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나?’ 이 말로 버텼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더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그래서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그래 차라리 죽자!          



대신 사람들한테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 하나만 쓰고 죽자!! 윤봉길도 도시락 폭탄 멋지게 한방 던지고 죽었고, 이봉창도 일본 천왕 타킷으로 폭탄 던지다 죽었다. 그런 죽음은 멋진 거다. 죽음도 신의 일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신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나도 그 정도 임팩트 있는 멋진 죽음을 생각해보자. 이제 죽음은 피할 대상이 아니라 바람의 대상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부정적 생각의 뿌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란 걸 안다. 이제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김도인도 자주 ‘죽음명상’을 한다고 한다. 매일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미련을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암튼 맘에 걸리는 모든 것들 다 털어버리고 죽음을 상상하면 된다. 그러면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자유를 얻는다. 암에 걸린 사람이 죽음 명상을 통해서 병을 완치했다는 사례가 학회에 자주 보고되었다. 이 세상이 아이러니라는 사실을 알면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내 마음은 다시 자유를 얻었다.     


라깡의 인간학, 그 두꺼운 책을 읽었는데 그 핵심은 결국, 공(空), 혹은 죽음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내가 바라는 모든 것들이 아무 근거가 없음을 알고, 결국엔 꽉 잡고 있던 것을 놓을 때 정신병이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더 읽었다. 그 책에는 모든 희망은 우리 삶 속에 ‘이미’ 있다고 하였다. 성공하거나, 책이 만 권 쯤 많이 팔리거나, 어쩌다 어른에 나갈 만큼의 스타 강연자가 되거나, 하연수 닮은 애인을 만나거나 하는 이벤트 따위에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금 우리 부모님, 친구들, 라디오 소리에 이미 행복이 스며있다고 하였다.     



그 말이 사실일까? 믿을 수가 없다. 지금 내 일이 하나도 안 풀리고 있는데 무슨 명상을 하고, 현재를 느끼란 말인가? 이 순간에 모든 희망이 있다고? 그러면 나는 이제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그러면 다음 달 내 카드값은 어떻게 메꾸란 말인가? 그 돈 누가 대신 내주나? 시험은? 녹음은? 해야 할 일 투성이인데 무슨 명상 같은 소리를 하고 있나?          


책에는 우리가 느끼는 압박은 모두 ‘환상’이라고 했다. 현재를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억지로 하는 일은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즉, 우리가 충분히 현재를 느끼는 것이 일빠따이고, 그래서 행복한 상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지, 정신없이 이 일 저 일 끌려 다니면서 노가다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건 노예의 삶이다. 어차피 할 일은 해야 한다. 그 방식은 두 가지.     


1. 억지로 하는 것.

2.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그 책에서는 명상을 할 때는 미래의 걱정 따위는 집어치우라고 한다. 오직 현재에만 충실하면, 그 에너지와 우주의 힘(책에서는 이런 표현을 많이 쓴다)을 느끼게 되고, 그 행복을 지속시키고 싶어지고, 그러면 일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일을 하고 싶어서 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게 바로 주인의 삶이다. 미래의 골치 아픈 일을 (수단으로써) 처리하면 내가 행복하니깐 결국 다 하게 돼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깐 제발 현재의 음악소리에 집중하고, 촉각, 후각, 미각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현재에 있는 시간을 늘리자. 그러면 저절로 성공한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모든 외부적 목적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물은 소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외부적인 목적이 우리에게 영구적인 만족을 주지 못하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좋습니다’          



그래, 외부적인 행복은 결국 공(空)이다. 내 잘생긴 얼굴에도 결국 주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은 결국 늙고 병든다. 작가로 성공해도 그 순간만 행복하지, 그 다음 작품을 고민할 것이다. 성공이 주는 행복은 영원하지 못하다. 외부적 목적은 끝자락이 선명하다. 모든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만 있다. 이 사실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답은 현재에 모든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밖에 없다.          

나는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닥치고 명상’이다. 명상이 모든 답을 줄 것이다. 내가 명상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나는 메모를 하고, 입으로도 명상을 한다. 호흡에 집중하고, 감각에 집중한다. 그래서 우주와 신의 힘을 얻고 시작한다. 눈치 챘겠지만 죽음 명상은 일종의 페이크이다. 진짜 내가 죽겠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내 멍청한 뇌는 내가 노트에 ‘죽겠다’ 라고 적으면,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별을 못한다. 이성은 나의 뇌(腦)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다.     


우리는 이성의 힘을 믿어야 한다. 감사일기를 적으면서 이 순간이 기적이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내게 주어진 ‘선물이다’라는 세뇌를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에 대해서도 대답할 ‘의무’가 있다. 이 짜증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하는 발렛파킹을 해야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틈틈이 글도 써야 한다. 물론 양치질도 해야 한다. 이런 사소한 일도 모른척 해서는 안 된다. 이성이 한발 먼저 내가 좋아서 이런 일을 한다고 무의식에 말을 건네야 한다. 내가 우울하거나, 불안하다면 자신의 무의식에 되물어야 한다. ‘그렇게 슬퍼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냐고’ 어차피 해결방식은 하나다.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이성은 절대 태만하면 안 된다. 이 귀찮은 일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좋게 해석할 수 있다. (돈 벌면 좋지 뭐)     


이 패턴에 익숙해지면 내가 나 자신을 멀리서 지켜볼 수 있게 된다. 나는 그것을 ‘관찰자 시점’이라고 표현한다. 나 자신이 관찰자 시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유혹적인 외형이나, 외부적 환상, 성공에 이끌리지 않고, 오직 내 행복에만 집중하면서, ‘오직할뿐(just do it)’ 이란 태도로 골치 아픈 일도 잘 처리할 수 있다. 우리 삶의 진정한 목적(혹은 신이 원하는 것도)은 외부적 행복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의 몰입에서만 나온다. 그 사실을 분명하게 무의식에 알려야 한다. 어차피 무의식이 바라는 것도 나와 같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제 책도 좀 사주세요 ㅠ 인세 받아서 발렛파킹 그만하고싶어요ㅋㅋㅋ

참새의 '공황과 불안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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