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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Sep 15. 2017

나는 이미 완벽한 존재

내일부터 백화점에서 발렛 파킹 일을 하게 되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한 달에 딱 6번 쉰다. 이제 피곤해서 글을 못 쓸 거 같다. 집에 오면 씻고 바로 자야할 것 같다. 내가 계획하던 작품들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쉬운 알바를 하려고 했으나, 하이하바님이 감자탕도 사먹을 돈 없으면 ‘닥치고 일해야지’ 하는 말씀에 돈부터 벌자는 결심이 섰다.


일하기 싫다. 아무 의욕이 안 생겼다. 그저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억지로 일을 하는 건 악몽이다. 내 신세가 한심하여 더 괴로웠다. 그러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에크하르트 톨레 作)’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당신은 이미 완벽한 존재다’



이 한심하고, 보잘것없는 지금 내가 과연 완전한 상태일까? 그러고 보니 요즘 시종일관 나쁜 생각들만 했다. 생각해보면, 백화점 가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면 기분이 나아질 수도 있다. 혹시 아나? 예쁜 여자도 만날 수 있다. 글쓰기 소재도 생길 수 있다. 의외로 글 쓸 시간이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일하기 시작하면 돈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음지와 양지는 공존하기 마련인데, 나는 계속 안 좋은 일만 생각했다. 지금 내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라디오에 폭식하는 여대생이 나왔다. 다이어트를 해서 예뻐지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하였다. 하루 종일 거의 아무것도 안 먹다가, 밤이 되면 배고파서 (의식이 흐려져) 폭식을 한다고 했다. 그런 자신이 너무 싫고, 죄의식을 느낀다고 하였다. 그녀는 또 다시 자신을 벌주고, 혹사시키면서 굶고, 폭식하고를 반복한다. 결국 살이 더 찐다.


철학자 라깡은 우리가 금기시하는 것들에 더 끌린다고 하였다. 그 여대생은 폭식을 금지하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의식은 피자와 햄버거를 원한다. 원래는 밤에 아무것도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그녀가 피자를 금지했기 때문에 피자를 더 먹고 싶어진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하는 것에 더 끌린다.




최근에 공황이 왔다. 기습적이었다. 물론 지금 내 상황이 안 좋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황이 온 더 직접적인 이유는 내가 죽음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유난히 팟캐스트에서 죽음을 소재로 많이 다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그처럼 자살을 하면 어쩌지? 란 두려움이 생겼다.


그런데 실제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살을 두려워했을까? 어떤 이에게 복수를 하려고, 혹은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의 고통을 끝내고 싶어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살을 두려워했을까? 오히려 자살에서 어떤 희망을 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 미련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세상에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다. 꿈이 크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자살이 두렵게 느껴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이러다가 미치면 어쩌지? 라고 걱정을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건강하다. 실제로 미친 사람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괴롭지 않다. 죽음에 대한 공포도 마찬가지다. 명상을 하다보면 죽음도 허상이란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실제로 경험해보지도 못한 것에 지나치게 걱정을 한다.


두려움과 죄의식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라깡의 말처럼 우리가 어떤 것에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느끼면 그것들은 반대로 더 큰 충동(끌림)으로 다가온다. (여대생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냥 죄의식 없이 맛있게, 폭식하는 편이 오히려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된다. 놀라운 사실은 ‘맛있게 먹으면 진짜 0칼로리’란 것이다. 수많은 걱정 대신에 나에게 유리한 한 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낫다. 살이 찐 내 몸 그대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나에 대한 미움도, 죄책감도 없다. 기본 베이스는 행복이다. 그래야 우리 삶에 진전이 생긴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완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살을 빼야하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나도 충분히 예쁜데, 더 예뻐지면 좋으니깐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기본전제이다. 나에겐 지금 어떠한 두려움이나, 죄의식이 없다. 다만, 미(美)에 대한 호기심은 있다. 이제부터 좋은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부정적 감정은 우리를 절대 변화시키지 못한다. 우리가 지금껏 부정적 사실이나 감정에 집중했던 이유는 그것이 익숙한 습관이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이제 변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우리가 느꼈던 두려움, 죄의식의 목적도 사실은 행복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그것들이 내 행복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상식이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우리는, 더 이상 부정적 에너지에 집중하지 않아. 내가 원하는 것들만 머릿속에 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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