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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l 28. 2015

철학의 한계

나는 중3때부터 공황장애로 건강이 안 좋았다. 처음에는 내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 철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철학을선택한 이유는 ‘내가 이렇게 이 병으로 고민하는 것들이 어쩌면 세상의 작은 일부 분이며 많은 현인들이 이미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경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 정신력의 문제라는 생각도들었다. 확고한 가치관을 가진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나약한 내 마음도 어떤 확실한 기준점을잡고 단단해 질 거 같았다.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었다. 거기서 무작정 철학 책을 찾아보니 공자, 맹자 등 과거의 현인들부터시작해서 근대의 철학자들까지 철학 책의 종류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냥 무작정 읽었다. 


철학에 대한 대체적인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철학은 일단 엄청 어려웠다. 요즈음에는 철학 책도 쉽게 나오는 책을 많이 봤지만, 그 당시 도서관에 있던 철학 책들은 쓰이는 단어도 어려웠고 문법은 많이 틀렸다. 자세히 보면 주어 서술어 호응이 안 맞는 문장이 많아서 독해하기 힘들다. 그리고재미가 없다. 어떤 책은 설명 없이 한자를 그대로 써 놓은 책도 있었다. 이건 마치 ‘자기들끼리의 암호로 문화를 독점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았다.  


그리고 철학은 너무 사치스러웠다. 철학 책을 볼 때 내 주위의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매우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철학은 과거부터 지금까지선과 악에 대해서 끝도 없는 토론을 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삼국시대의 농민들처럼 부지런히 살아가고있는데 철학자들은 그 시대의 귀족들처럼 예술을 논하고 지적 유희를 즐기는 현실과 동 떨어진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우리 인류의 과학기술이 기적과 같은 속도로 발전한 것에 비하면 철학은 과연 무슨 발전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그렇게 많은 철학자들이 남녀간의사랑을 정의하고 분석하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 사랑 때문에 바보가 된다. 아마 수백만 년이 지나도인류는 비슷한 사랑 때문에 고민을 하고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겪는 실질적인 삶의 문제에 있어서도 여러 실수의 반복일 뿐 크게 발전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고민에 빠진 적도 있다. 도대체 철학은 우리들의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걸까? 정말발전 없이 반복만 하는 것 같다.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도 인류의 역사는 그저 순환한다고 했다. 철학의 역사를 보면 정말 그의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철학을 하는 자는 알코올 중독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알코올 대신 자신의 생각에 중독된 것도 모른 채 생각을 위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아무 발전도 없는 것이겠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고상한 철학자들의 완벽한 논리 속에서 어렵게 찾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닌 것 같다. 행복은 먼 미래의 완성작이 아니라 현재에 가깝고 지금 여기에서 느낄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옛날에 원효대사가 그랬던 것처럼 어려운 경전을 몰라도 누구나 ‘나무아미타불’만 외치면 성불 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과 같은 생각이다. 예를 들어데카르트의 철학 책을 보면 매우 어렵다. 나도 어려워서 대충 보고 말았지만 이런 책 다 읽어야 내가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것 몰라도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난 이런 철학자들보다 아무리 바보같이 웃고 다니는 친구가 있더라도그가 진정 매일 행복 해 보인다면 차라리 그 친구를 존경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만약이세상에 진정한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와 가까운 것에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만약 머리 좋은 사람들이 철학을 하려고 한다면 좀더 현실과 가깝게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는 사색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 면에서 마르크스와 같은 사람들은 충분히 존경스럽다. 실제로그가 많은 면에서 우리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르크스와 같은 철학자는 소수일뿐,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오로지 사변적일 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왜 사는지에 대한 정체성에 의심을 가지고 있고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죽음을선택하기도 한다. 이럴 때 몇 천 년이나 지속된 철학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요즘 계속해서 자살하는 연예인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건데 우리는 왜 지금까지 행복하게 사는 법은 한번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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