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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Aug 17. 2015

참새 사무실 오픈


사무실을 오픈 했다. 그리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지하 월세 10만 원짜리(보증금은 100만원) 공간에 페인트 칠하고 테이블, 의자를 대충 놓았다. 테이블이 하나 3만원이고 의자는 한 개 만 원짜리이다. 화이트보드는 친구가 줬다. 책장, 책상도 각 3만 원. 큰 돈 들인 건 에어컨이 전부다. 아직 사무실에 해야 할 일이 많다. 청소를 했지만 천장이나 바닥에 지저분한 곳도 많다. 그리고 뭐가 없는 게 많다. 냉장고나 싱크대, 정수기 같은 것도 있으면 좋겠는데 내 사업이 아직 수익성이 없어서 부담스러운 건 뒤로 미루고 있다. 여기서 독서모임, 글쓰기모임, 무료심리상담, 오프라인게임 등을 할 것이다. 그 외에도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들을 천천히 할 것이다.


최대 단점은 공간이 쾌적하지 않은 것이다. 지하라서 습기가 많다. 페브리즈도 뿌리고 방향제도 놔뒀는데 사무실 냄새를 다 잡지 못하고 있다. 부지런히 통풍기 돌리고 문 열고 선풍기 트는 수밖에 없다. 에어컨도 제습기능으로 한다. 가끔 사람들이 곰팡이 냄새 난다고 하면 마음이 진짜 아프다. 세는 싸지만 은근히 돈 나가는 구멍도 많다. 내가 책상에서 머리만 굴릴 때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 못했는데 세상은 역시 만만하지 않다.


아침에 눈 뜰 때 부끄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사무실도 그렇고 그냥 모든 것이 부끄럽다. 이게 다 뭐 하는 짓인가 싶다. 사람들이 나를 동정하지는 않을까? 내가 일하기 싫어서 별 짓 다한다고 의심하지는 않을까? 주위의 시선이 솔직히 많이 신경 쓰인다. 나는 왜 이 사업을 하는 것일까? 스스로에게도 자주 묻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즉흥적으로 한 건 아니다. 나만의 작업 공간에 대한 로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건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내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유난히 데자뷰 같은 것도 많이 보는데 나는 혹시 먼 미래에서 온 것일까? 그냥 내게 이미 주어진 예정대로 사건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but, 


상황이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내 사무실은 조명이 참 예쁘다. 밤에 조명만 켜 놓으면 로맨틱하고, 마음이 참 편안하고 세상 불편한 모든 것과 격리된 특별한 공간에 와 있는 것 같다. 조명 하나만으로 최소한 외관상의 단점은 다 커버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세 벽면 중에 한 쪽만 노랑색으로 포인트를 준 것도 마음에 든다. 그건 미술을 전공한 내 동생의 작품이다. 주위에서 나를 도와주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무실을 오픈 하자마자 참새 독서모임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사업에 선정이 되어 매달 20만원 보조금을 받게 되었다. 앞으로는 정부나 기업에서 이런 문화사업에 더 큰 투자를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루 하루 불안하면서도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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