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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Aug 18. 2015

'디지털 놀이터'를 읽고

2004년 제가 처음 미니홈피를 시작하고 1년 정도 되었을 때, 집에만 오면 항상 컴퓨터를 켜고 제 투데이(하루 방문자)를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하루에 보통 1개 이상의 사진이나 글을 올리면서 홈페이지를 업데이트 시켰습니다.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조각글’ 이었지만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내 홈피에 많이 찾아와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업 되었는데, 처음 제 홈피 방문자가 평균 20명이 넘었을 때 흥분했던 것이 아직 기억 납니다. 제가 이때부터 약간 플랫폼형 인간이었나 봐요.

이때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제 지인(일촌)들이 주로 홈피를 방문했으니, 하루 20정도를 유지하는 것은 적은 수가 아니었지요. 이런 일로 하늘을 날아갈 듯 기분 좋아했던 것 보면 저도 좀 어리고 유치하긴 했지만 아마 지금 sns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본질적으로는 당시의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것이 과거의 미니홈피에서 진화하여 지금의 카스,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요? 어쨌든 사람들은 주위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저처럼 글을 블로그에 적을 수도 있고, 자신의 세련된 패션을 sns에 노출하거나, 백화점에서 산 명품백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랍스타 먹은 것을 남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관심’이라는 것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산업자본주의가 주도하던 세상(소유의 시대)에는 이기적이고, 8천만 원짜리 시계를 차고, BMW 7시리즈를 타는 차가운 도시 남자들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10여 년 전만해도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정복당할 것인가? 정복할 것인가?’ 이런 차갑고 서늘한 광고 카피가 버젓이, 당당하게 세상에 돌아다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모든 삶이 오픈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는 보다 진정성 있고, 따듯하고, 이타적인 사람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점점 독차지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파워블로거, sns스타들 중에도 사람들에게 매일 아름다운 시를 써주는 시인이나 유용한 정보를 대가 없이 제공하는 착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이 손 안에 디지털(인터넷이 되는 핸드폰)을 직접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접속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소비자들의 자기 표현과 권리추구가 과거보다 훨씬 더 과감해졌습니다. 만약 현 시대에서 저런 경쟁을 조장하는 광고가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바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하면서 박성광 같은 사람들이 그 광고를 희화시키고, 비판하고 그것을 이외수 같은 사람 몇 명만 리트윗 하면 천만 명 사람들이 그 기업이나 광고 바로 매장시킬 수도 있다고 봅니다.


모든 것이 개방된 플랫폼의 시대에는 밀폐된 자본주의 사회에나 먹힐만한 화려한 스펙, 물질적 부유함을 갖춘 사람들이 더 이상 관심 받기 어려워지게 되었고, 정말 마음이 따뜻하고 위대한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사상가 제러미리프킨도 ‘소유의 종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에는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었지만 접속의 세대는 공유가치, 공감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세상에서 살아간다.’


이 책은 이렇게 사람들의 따듯한 마음과 이타심이 공유가치를 불러 일으키고 앞으로의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실제로 네이버 같은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이 상장한 지 몇 년 만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플랫폼 시대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이 가진 축구, 농구 기술, 요리 레시피, 춤 기술, 어려운 디바이스 매뉴얼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다 물질적 대가 없이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기업들도 점점 착한 사업을 하고 그 수익금의 일부로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돕는다든가, 아프리카의 난민들을 위해 쓰는 훈훈한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물론 그것이 요즘 대세이기에 상업적 마케팅의 일환일 수도 있겠지만)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한 행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라고 했는데, 이렇게 영리적인 단체들도 남을 돕는 일을 꾸준히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 영리 부문이 희미해지고 나아가 정말 전 인류가 상생하는 세계 평화가 이루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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