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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Aug 29. 2015

자기가 죽을 날을 안다면


참새가 초딩 때의 일입니다. 


동네형(중학생)이 놀이터에서 구슬치기를 하다가 갑자기 묻습니다.

동네 형 : 사람들이 자기가 죽는 날을 안다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나?
참 새   : 아니요. 
동네 형 : 아마 삶이 '시한폭탄' 같을 거야.
참 새   : 진짜 무섭겠네요.


근데 저도 오랫동안 저 형 말처럼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내일이 없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이니까요.
다들 좋은 내일이 '있다 치고' 사는 것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은 차라리 자신의 죽음을 모르는 것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속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가 20대가 되자, 

사람들이 하루를 무의미하게 반복적으로 사는 것을 보면서 
'내일, 내일' 엔 괜찮을 거야. 하는 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은

차라리 저렇게 의미 없는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이 자신이 정확히 언제 죽는다는 것을 안다면
그들도 조금은 오늘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처음엔 '희망 없음'으로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지는 않을까  걱정해 봤는데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 자살했어야지요. 

만약 10년을 더 산다면 자신의 생일이 9번 남았으며 
앞으로 부모님과 함께 보낼 시간은 5년 남았으며 
자신의 자식들이 대학 가는 것은 보고 죽을 수 있겠구나. 
뭐 이런 계산을 하겠지요.  


그러면 최소한 부모님의 생일 날에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형식적으로 대하지는 않을 테지요. 
또 어떤 사람이 살아있을 때 잘해줄걸.. 이런 후회도 안 해도 되겠네요. 


지금 보는 이 여름 햇살, 가을의 풍경, 겨울의 눈을 좀 더 눈 속에 깊이 넣으려 할 것이고
그 순간을 최대한 음미하고 앞으로의 남은 삶도 계획표 세우듯이

잘 짜면서 알차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삶이 진짜 멋질 것 같습니다. 


찍쏘


" 누군가 자네를 앉혀놓고 자넨 곧 죽는다고 말했다고 생각해봐. 
그 무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순식간에 자넨 삶을 다르게 보게 될 걸세. 
하찮은 물 한 컵이나 산책이라도 감사하게 될 걸. 
그렇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마지막이 언제인지 모르는 행복에 살지. 
하지만 아이러니컬한 것은 그것 때문에 정말 삶을 감사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물 한 컵 마시면서 진정으로 즐기지 못해. 삶에 감사하지 않는 자는 살아갈 가치가 없어 " 

영화 쏘우 2 中. 찍쏘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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