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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Sep 03. 2015

글 잘 쓰는 방법

글을 쓴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인 거 같습니다. 누구나 생각은 많겠지만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가끔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글 쓴 걸 보면 내가 참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들의 기가 막힌 비유, 은유법을 보면 그들은 정말 타고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글이 가지는 최소한의 기능은 내 생각을 전달하는 거니깐 비록 그것이 아름답진 않아도 내 생각을 빼곡히 담아낼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괜찮은 글이 아닐까요? 옛날 철학자들 글 보세요. 글이 정말 이기적일 정도로 건조하지만 내용이 좋다면야 읽는 사람이 불편한 과정 다 감수하고라도 암호 해석하듯 풀어내잖아요.


오래 전 타블로의 '친한친구'란 프로그램에서 타블로가 방송작가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 작가는 '그냥 씁니다' 라고 심플하게 말했는데, 전 그 말이 엄청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가 글을 잘 못 쓴다는 두려움에 주저하기 보다는 표현과 구성이 서툴러도 일단은 머리 속에 있는 걸 '그냥' 풀어나가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생각은 많아도 글 쓸 엄두도 못 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대에 '좋은 생각'이란 책에서 '첫사랑'에 대한 소재로 글을 공모했습니다. 참가만해도 작은 선물을 준다는 말에 한번 써볼까 했는데, 저는 어떻게 하면 그런 첫사랑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 시간 다 보내고 결국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몇 개월 잊고 살다가 '좋은 생각' 다음 호를 봤는데 당선작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게 잘 썼나 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이건 무슨 초등학생이 쓴 것도 아니고 그냥 당시 자신의 첫사랑과 어떻게 만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저 '사건'만 덤덤하게 나열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화려한 것 하나 없는 그 글에 첫사랑의 예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난 깨달았습니다. 굳이 잘 묘사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이렇게 글이 좋을 수도 있구나! 마치 소설가들이 독자의 상상력에 그냥 맡겨 버리는 것이 때로는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을 염두 해 일부러 묘사를 자제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이후로 저는 글 쓰는 것이 좀 편해졌습니다. 그냥 그 글처럼 '팩트'만 나열하는 식으로 가자! 그게 내 입장에서는 그나마 가장 글을 잘 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싶었습니다. 글은 '오직 쓸 뿐' 입니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양념을 좀 쳐도 상관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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