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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Sep 07. 2015

맥도날드, 알바하기 의외로 괜찮은 곳

어제 맥도날드 알바 쉬는 시간에 직원 휴게실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한 직원이 씩씩거리며 들어와서는 모자를 캐비닛에 집어 던지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ㅇㅇ야, 왜 그러는데?” “저보고 집에 가래요!” 그 친구는 아침 7시에 출근하여 11시에 퇴근하게 된 것이다. 오전에 손님이 너무 없으면 근무자를 줄어야 한다는 회사의 방침 때문이었다. 맥도날드는 이런 곳이다. 항상 최소의 자본으로 최대의 매출을 끄집어 내려 한다. 그것도 매우 디테일 하게. 


이런 맥도날드의 효율성 추구는 사람들로부터 ‘비인간적’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는다. 직원들은 자신이 필요하면 적당히 쓰이고 필요 없으면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에 걸맞게 맥도날드는 이것 저것 신경 써야 하는 ‘정직원’ 보다는 간편한‘알바’를 더 선호한다. 그렇게 가용 직원 수를 최대한 늘려 바쁠 때는 인력을 집중적으로 많이 투입하고 한가할 때는 대폭 빼 버리는 것이다. 어제 우리 매장 아침 근무자는 분명 5명이었다. 그런데 이 매장에 소속된 직원 수는 50여명이라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지? --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할 때 2층에서 옷을 전부 다 갈아입고 모든 세팅이 완료된 후에 1층에서 지문을 찍는다. (누군가 대신 찍어줄까 봐 출, 퇴근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맥도날드의 이 치밀함을 보라) 반면 퇴근할 때는 지문부터 찍고 집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맥도날드는 그렇게 직원들 뒷마무리 하는 시간 10분 정도도 아까워 그들 시급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다. 좀 치사하지 않은가? 또한 맥도날드에서 손님들은 주문을 할 때 진동벨을 따로 받지 않는다. 이 곳에서는 작은 기다림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무조건 90초 안에 주문받은 음식을 만들어 내도록 숙련화 되어 있다. 


이렇게 지나치게 효율성을 추구하려는 맥도날드의 모습 때문에 나도 처음에는 이 곳 알바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곳에서 의외로 잘 적응하는 것이었다. 몸은 분명히 피곤한데 일의 압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나는 오래지 않아 맥도날드의 그 ‘효율성’이 직원들에게 의도치 않았던 장점도 주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게 되었다.


일단 가용 직원 수가 많다는 것은 내가 그네들의 편리에 의해 쉽게 버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 편리를 위해 수월하게 노동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곳엔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도 꽤 있는데 이 분들은 애들 때문에 일이 생기면 그냥 편하게 집에 간다. 매니저는 다음 시간에 올 근무자들에게 조금 빨리 오라는 문자를 보낼 뿐이다. 오늘 근무가 아닌 직원들도 집에 있으면 매니저로부터 ‘2~3시간만 대타 가능해?’ 이런 문자를 자주 받는데, 늬앙스가 그다지 강압적이지도 않다. 본인의 선택이 존중된다. 어차피 보충할 수 있는 인원은 항상 많이 있으니깐.


심리학에서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처벌’과 ‘보상’이라는 두 가지 기제를 쓴다. 그런데 맥도날드에서는 ‘보상’만 쓴다. 왜냐하면 이 곳 직원들은 대부분 알바들이라서 두려워할 만한 ‘처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와 복잡하고 진중한 계약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알바들은 일이 마음에 안 들면 그냥 그만두면 된다.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알바생들에게 돈은 더 주기 싫고 일은 많이 시켜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한 것이 많은 인센티브 제도이다. 그런데 이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돈’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들도 꽤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배지들이다.

(맥도날드 모자에 달린 배지, 저 휘장의 위엄을 보라

맥도날드는 직원에게 어떤 미션을 주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 이 배지를 그들 옷에 달라고 내준다. 햄버거를 90초 안에 구워야 하는데 그보다 늦었다고 직원을 크게 처벌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60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었다면 그에게 희귀 배지는 줄 수 있다. 그 배지는 정말 희소성이 있어서 어떤 직원이 그것을 달고 있다면 주위에서 ‘이야~’하면서 관심과 감탄을 보낸다. (실제 맥도날드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햄버거 빨리 만들기 대회를 하기도 한다.)


이 곳에서 직원들이 하는 모든 행동들은 ‘분’, ‘초’ 단위로 다 계산되고 있다. 직원들은 방금 자신이 완성한 햄버거가 몇 초 만에 만들어졌는지, 하루에 자신이 햄버거 1개를 만드는 데 평균 속도가 얼마 나오는지, 남들과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눈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의식 중에 경쟁심과 목표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배달을 하는데 맥도날드는 라이더들에게 배달 한 건당 평균 17분 30초의 시간을 권장한다. 배달 시간은 항상 측정되고 있으며 성공 목표 rate는 90%이다. 나도 컴퓨터를 항상 확인하면서 내 성공rate를 지켜보는데 그것이 80%로 떨어지면 ‘좀 더 분발해야지!’ 이런 마음이 든다. 배달이 많음에도 성공rate가 높으면 다른 라이더들은 내 실력을 인정하게 되고 나는 베테랑 대우를 받게 된다. 이건 마치 pc방에서 게임 잘하는 애들이 친구들에게 받는 칭찬과 비슷한 것 같다.


겉으로 봤을 때 지루하고 똑같은 일의 반복인 것처럼 보여도 맥도날드의 직원들은 자신의 동작 하나 하나마다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모든 결과물을 매 순간 다르게 인식하다. 배달도 마찬가지다. 매일 익숙한 장소로 배달을 가더라도 어제는 16분이라면 오늘은 16분 30초이다. 라이더는 ‘같은 거리인데 왜 30초가 늘어났을까?’ 고민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그래서 하루 하루가 반복되지 않고 덜 따분한 것 같다.


내가 본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는 알바생들이 그것을 진지하게만 여기지 않는다면 꽤 괜찮은 경험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어제 일찍 퇴근한 그 친구도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만 조금 버릴 수 있었다면 일찍 퇴근하는 것도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차피 여기가 내 평생 직장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언젠가부터 월급에 연연하지 않고 게임과 비슷한 맥도날드의 이 재미와 가벼움을 즐기고 있었다. 



‘게임이 사람을 유혹하는 것은 자극적인 재미와 폭력성 때문이 아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노골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자신의 행동이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게임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끊임없이 인지하고 있다.’ – 놀공발전소의 <노력금지> 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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