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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Sep 08. 2015

좋은 경쟁 나쁜 경쟁

저번 주 댄싱9 재방송을 보았다. 파이널 리그를 남겨두고 레드,  블루팀에서 각 9명씩 생존하게 되었는데 그 여정이 정말 치열했다. 참가자들 실력이 다들 출중하여 최종 9명을 선발하는 데 심사위원들도 많이 난처해하는 듯 보였다.

(댄생9 시즌2 中  내가 좋아하는 김설진 ^ ^)

   

거의 댄싱 9의 막바지에 다다른 이들이 경쟁에서 떨어지면 실망도 클 것이고 마음의 상처도 많이 입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방송 마지막, 탈락한 멤버들과 인터뷰를 하는 내용에서 그들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자신을 더 알아봐주고 유명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춤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이런 반응을 보이면서 댄싱9에 참가한 것을 어느 누구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 장면을 보는데.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공무원 시험’이란 경쟁과 댄싱9의 그것이 참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공무원 시험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 사람들을 피하고 싶었고, 공부에 대한 열정이 생기기는커녕 영어 단어 하나 다시 보는 것에도 욕지기를 느꼈다. 같은 경쟁인데 왜 이렇게 상반된 차이가 나는 걸까? 이 세상에 좋은 경쟁과 나쁜 경쟁이 따로 있는 걸까? 나는 이 두 경쟁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았다. 


예전에 맥도널드에서 직원들간의 ‘경쟁’이 재미가 있었던 이유가 맥도널드는 직원들에게 ‘처벌’을 쓰지 않고 ‘보상’만을 쓰기 때문이라고 한 적이 있다. 댄싱9 참가자들은 그 경쟁에 참가하는 것이 자신의 꿈을 추구하기 위함이지 냉정하게 자신의 꿈을  평가받기 위함이 아니었다. 참가자들 대부분 실력으로서는 이미 최고의 경지에 오른 전문가들이었고 많은 대회에서 실력도 인정을 받았다. 그들은 댄싱9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던 반면 잃은 것은 거의 없었다. (잃는 것이 있다면 그 대회의 참가로 인해 생기는 기회비용 정도?) 실제로 파이널 리그 직전에 떨어진 참가자들도 인지도가 전에 비해 올라갔고 새로운 스폰서를 만날 확률도 높아졌다. 물론 그들에게 경쟁 도중의 탈락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큰 상처나 부담은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 공무원 시험은 어떤가? 한 공무원 응시생이 시험 마지막 단계(필기 합격하고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면 자살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응시자에게 위로와 격려는커녕 ‘면접에서 떨어지다니 성격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 식의 비난을 할 확률이 더 높다. 원래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댄싱9은 경쟁의 과정에 관대하지만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우리 대부분의 경쟁에선 오로지 결과만이 중요시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누가 공무원 공부 3년 했다고 하면 ‘그 사람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았을까?’ 보다는 ‘그 사람 머리가 참  나쁘구나!’라고 만 생각한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들도 물론 ‘시험 합격’이라는 분명한 꿈과 기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쟁의 과정을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공무원 시험에서 상위 10% 안에 들었다고 해서 그 성적을 반영해주는 어떤 정부 기관이나 기업도 없다.) 그것 때문에 과정 자체에도 재미를 잃게 될 것이다. 또한 시험에 떨어졌을 경우의 냉정한 사회적 시선과 소리 없는 비난, 경제적 압박이 무의식 속에 더 크게 자리 잡게 된다. 이런 경쟁은 ‘보상’보다는 ‘처벌’의 비중이 훨씬 더 높은 것 같다.


우리가 친구들끼리 당구를 치다 보면 그냥 가볍게 당구비 내는 경쟁은 과정도 재미가 있다. 하지만 중간에 중국집 시켜먹고 그 비용을 게임비에 얹히고, 설상가상으로 당구 시간이 3~4시간 늘어지면 친구들은 돈의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면 경쟁을 제대로 즐기기가 불편해지고 한 명의 피해자는 게임이 끝난 후 분명히 큰 상처를 받아 한동안 ‘당구’ 자체를 멀리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경쟁에서 인센티브에 대한 기대감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경쟁을 순수하게 즐길 수도 없고 경쟁 자체가 악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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