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치지 않으면 우리가 당한다

by 참새

내가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것은 내 최소한의 용돈을 벌기 위함이다. 원래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하기 싫을 때가 많다. 오토바이 타는 것도 내 스타일이 아니다. 이게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른다. 나 사실은 오토바이 타다가 한번 넘어진 적도 있다. 저번에 출근이 아침 10시였는데 알람을 9시 30분에 맞춰 놓았다. 잠이 계속 쏟아지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 들면서 계속 꾸물대다가 결국 10시 40분에 출근해서 매니저한테 욕먹고 다른 애들한테도 민폐 끼친 적도 있다.


일을 계속해도 재미없는 이 일을 과연 나는 즐겨야 하는 걸까?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예전에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라인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아침마다 지옥 같은 알람 소리에 억지로 일어나서 무거운 눈꺼풀을 삼분의 일만 뜨고서 세수를 하고, 의식의 오분의 일 정도만 가동한 채 의미 없이 돌아가는 라인을 멍 때리듯 바라보며 꾸역 꾸역 겨우 버티면서 일했다. 이렇게 일의 시스템 자체가 혹독하고 의미가 없는데 내가 그 일을 좋아할 수는 없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보았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있었던 유대인들의 삶을 묘사했다. 그 곳에서 수감자들은 빵 한 조각으로 하루를 버티며 장비도 제대로 없이 혹독한 노동을 해야만 했다. 작업이 없는 날에는 맨땅의 흙을 파서 다시 제자리로 묻는 일도 하였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여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곳에서의 시련은 맥도널드나 공장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런 지옥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더라는 것이었다. 니체의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이런 말 들을 가슴에 새기고, 그날 날씨가 좋은 것에 감사하고 저녁 노을을 음미하고 심지어 그 곳에서의 일 자체도 재미있게 하려는 사람이 있었다. 일 하면서 유머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작가는 ‘그렇게라도 웃지 않으면 거기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라고 하였다. 어쨌든 모두가 죽어나가야 하는 미친 상황 속에서도 노력으로써 삶을 긍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단순히 내 일이 하기 싫어서 환경을 탓하며 그저 투정을 부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 정도 일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이건 내 태도의 문제인 것 같다. 일에 대한 시선을 바꾸려고 노력하면 맥도날드 배달도 즐겁게 할 수 있고 공장에서의 라인 작업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불행한 이유를 우리 삶이 ‘의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는 말 같다. 우리가 살면서 해야 할 일들이 전부 재미있거나 흥미진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오후 5시에 맥도날드 출근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다 돼서 억지로 세수하고 일을 나선다면 나는 항상 불행할 것이다. 반면 그런 시간의 압박이 오기 전에 내가 ‘그래 아르바이트 가면 귀여운 애들도 있고, 운동도 되고, 용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식으로 먼저 삶에 기대를 해버리면 결국 인생 전체도 행복해질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것은 다 의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어느 날 내 방이 너무 어지럽혀져 있으면 "아~ 지저분한데 치워야겠다." 리포트 제출일을 확인하고 기한이 얼마 안 남았다면 "이제부터 시작해봐야지!!"이런 생각들이 들겠죠!! 결국은 다 해야 하는 일 투성이 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를 우리가 선택하는 거죠.’

- 2005년 12월 29일 내 싸이월드 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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