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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Sep 15. 2015

내 사업의 목적

달리기 하러 공원에 나갔다가 족구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4:4로 하니깐 8명이서 족구장 꽉 차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오후 4시쯤이었는데 저들은 도대체 어디서 왔길래 이 시간에 다들 어울려 족구를 하나? 싶었다. 농구장에서는 젊은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공원 구석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갑자기 나도 저들 사이에 끼고 싶었다. 나도 저렇게 평화롭게 놀고 싶었다. 저들과 난 불과 몇 m 사이에 서 있지만 바다를 사이에 끼고 있는 것 같다. 저들은 내가 누군지 모른다. 그들과 시선이 스칠 때도 있지만 그냥 어색할 뿐이고 나는 가던 길을 가야만 했다.


어떻게 하면 저들과 같이 놀 수 있을까? 일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내가 어리다고 게이트볼 안 끼워줄 것 같다. 그리고 족구, 농구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친구 사이인지 동호회 사람들인지 알아야 한다. 그건 어떻게 알지? 직접 물어봐야 하나? 그건 뻘쭘하다. 만약 용기 내어서 물어본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친구 사이라면 나는 낄 방법이 없다. 회사원들이나 공무원 동호회라도 나는 낄 수가 없다. 순수한 스포츠 동호회도 요즘은 이상하게 찾기가 힘들어 진 것 같다.


언젠가 집에 있기 심심해서 당구를 치고 싶었다. 그런데 내 친구들은 다 결혼하고 직장이 있어 같이 당구를 치기가 힘들다. 여유시간이 있더라도 다들 그 시간대가 다르다. 그래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회원제로 운영되는 당구장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사장님은 내게 큰 당구대(프로 선수들이 쓰는 당구대)에서 당구 쳐 본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런 경험이 없다고 했더니 그럼 웬만하면 같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당구장에는 어느 정도 파벌이 형성되어 있어 고수들끼리만 당구를 친단다. 여기에도 끼기가 애매하다. 억지로 낄 수도 있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과 알아가는 그 과정이 부담스럽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다정해 보여도 사실은 단절되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내게 강력한 울타리가 사라진 것 같다. 각자 알아서 능력껏 친구들도 사귀고 취미 생활도 해야 하고 사회에도 잘 적응해야 한다.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예외는 없다. 나는 언젠가부터 이런 자유가 정말 싫었다. 이건 자유가 아니라 잔인한 무관심 같았다. 체육시간에 큰 어려움 없이 친구들과 같이 농구, 축구도 하며 학교 마치면 같이 pc방 가서 게임 하던 때가 정말 그리웠다. 주위에 친구가 항상 복적되고 농담이 넘치며 그나마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던 사람들이 옆에 있을 때가 그리웠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시대의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서 다시 울타리를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긴밀하게 얽히고 설켜 좀더 편하게, 턱을 낮춰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친절한 공동체를 꿈꾸기 시작했다. 나는 농구, 축구, 구슬치기, 게이트볼, 구슬치기 등 세상의 모든 재미있는 것들을 하나의 신속한 플랫폼으로 묶을 계획을 하고 있다. 그 안에서는 차별 없이 모두가 긴밀하게 그 경계를 왔다 갔다 넘나들며, 그 과정에서 친구도 쉽게 사귀면서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주는 고독을 아무도 못 느끼게 할 것이다. 그런 역할을 바로 ‘복합문화 커뮤니티 참새’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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