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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01. 2015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얼마 전 홈플러스를 갔다가 자율계산대를 본 적이 있다. 자기가 직접 물건을 계산하고 신용카드를 리더기에 읽혀서 나오면 된다. 이런 시스템은 주유소에도 있다. 요새는 self 주유소가 직원들이 기름 넣어주는 곳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이제 어디를 가도 직원이 많이 필요 없다.  실제로 은행의 ATM기기 한 대는 무려 37명의 은행원 일을 한다. (게다가 병이 드는 일도 없다) 우리 근처에 무인민원발급기가 늘어날수록 국가에서는 공무원도 안 뽑는다.


내가 회사에서 경비를 할 때는 사내 곳곳에 CCTV를 설치되고 있었다. 감시카메라가 많아질수록 경비 인원은 줄인다. 지금 일하는 맥도날드에서는 애들이 헤드셋을 끼고 일을 하는데 커피나 콜라를 담다가도 손님들의 주문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 자동차를 타고 온 손님들은 아이들의 헤드셋과 연결된 기계에 주문을 한다. 우리 아빠가 일하는 자동차 공장에서도 자동화, 기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직원들은 비정규직부터 차례로 잘려 나간다.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은 이런 일자리 부족의 문제를 지적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런 기계화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동화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더 많은 수요를 불러 일으키고, 그 높아진 수요가 더 큰 생산을 만든다고 한다. 원래는 희귀해서 구경도 못할 던킨도너츠를 대량생산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살 수 있다. 도너츠를 먹으면 커피도 먹고 싶다. 커피가 먹고 싶으면 커피 공장이 있어야 하고 새로 생긴 공장에서는 직원이 필요하니 일자리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 그런 상품을 사고 싶은 욕망이, 자극적인 광고들이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린다고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기계화 과정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최신 기계들은 더 정밀하고 빨라서 커피 공장이 더 많이 들어서도 사람이 거의 필요 없다. 셀프 주유소가 많이 생긴다고 하여 직원이 더 늘어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쯤 되니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고 돈이 없어서 커피를 못 살 지경이다. 사람들이 커피를 안 사면 그 회사도 결국엔 망한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가?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시간 단축’과 ‘제 3부문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이 문제의 해답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커피 공장에 100명의 직원들이 2교대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 2교대에서 3교대, 4교대로 노동 시간을 단축하면서 150명 ~ 200명이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많은 사람이 월급을 받으면 사람들은 그 돈으로 커피를 사고 회사는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제 3부문이란 기업도 정부도 아닌 제 3의 영역을 말한다. 사회에 불만이 있어 시위하는 단체나 심심해서 그냥 만든 모임, 사회복지, 적십자, 협동조합, 월드비전, 어린이재단 이런 기업 아닌 애매한 거 다 포함이다. 내가 하는 글쓰기 모임도 여기에 포함된다. 3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국가에서 이런 단체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그냥 별 이유 없이 돈을 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글쓰기 모임을 하든, NGO에서 고래를 살리든, 아프리카 아기들에게 기부를 하든 국가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냥 사회적으로 좋은 일 한다고 하니깐 국가에서는 돈을 주는 것이다. 어찌됐건 나 같은 백수가 돈을 받게 되면 그 돈으로 커피를 살 수 있다. 그러면 커피 회사는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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