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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02. 2015

알랭드보통의 '뉴스의 시대'를 읽고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로 독서 모임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했는데 그 이유가 그 분들이 나처럼 보통을 좋아해서라기보다 그저 소재가 ‘뉴스’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뉴스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 않은가? 특히 진보 성향이 강한 우리 독서 멤버들은 더욱 더 그럴 것이다. 뉴스는 주 수입원이 광고이다 보니 기업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토론 참여자들은 현 시대의 부조리한 정치, 뉴스의 공정하지 못한 음모, 미디어의 세뇌로 인한 우리의 판단력 결여 등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모임을 신청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들의 기대를 보기 좋게 무산시켜버렸다. 알랭 드 보통은 애초에 좌, 우가 없었다. (나는 그의 그런 점을 좋아한다.) 이 책도 알랭 드 보통의 뉴스에 대한 이상적인 접근을 묘사하는 반면 현실적인 정치, 음모, 뉴스 중독 등에 대한 문제에서 거리를 유지했다. 뉴스를 소재로 하긴 했지만 그만의 이데올로기 없는 철학적 늬앙스를 견지한 것이다. 그 때문에 모임 참여자들은 작가의 다소 허무맹랑하고 유토피아적 전개에 쉽게 빠져들지 못하거나 매우 실망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이 책은 독서 모임에 적당한 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대중은 사실 무지보다는 무관심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p 96.


‘매일같이 새로운 뉴스가 쇄도한다. 우리는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법안이 가결됐다는 사실, 투표권 행사 제한이 위원회에 회부되었다는 사실, 천연가스 수송관 계획인 입안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진정 의미하는 바가 뭐란 말인가? 이 뉴스들은 우리가 뭘 이해하도록 돕는 걸까?’ – p. 32 


보통이 ‘불안’ 시절부터 제일 관심 있어했던 키워드는 사회의 개인들에 대한 ‘무관심’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정치, 해외, 경제, 샐러브리티, 재난, 소비자 정보 뉴스 순으로 전개되는데, 책의 많은 뉴스들도 대중들에게 무관심하고 불친절하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뉴스들을 접하고 있지만 우리가 접한 그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지 않는가? 작가는 그것이 뉴스가 우리에게 베푸는 ‘무관심’ 혹은 ‘불친절’이라고 한다. 솔직히 우리는 뉴스를 통해 여러 가지 경제지표나 가늠하기 힘든 숫자를 항상 듣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잘 모르지 않는가?


보통은 뉴스가 좀더 친절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 필요한 정보를 꼭 쥐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다. 이 책 결론의 제목도 ‘맞춤형 뉴스’이다. 그는 현대, 방향 상실과 무작위성의 시대에 뉴스가 우리의 삶의 방향을 잘 잡아주고 우리 삶에 개별적으로 간섭하여 우리가 미숙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하여 좀더 현명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은 참으로 이상적인 상상이 아닌가?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영화 ‘her’가 계속 생각났다. 그 영화에선 Os(운영체제)가 나를 따라다니며 내가 배고플 때 적절한 간식도 추천해주고, 친구와 만날 때 좋은 식당도 알려주고, 해변을 걸으면서 들으면 감상적일 노래도 들려주지 않는가? 바로 그런 역할을 미래의 맞춤형 뉴스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미디어가 있다면 심심할 때 내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외로울 때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소개해줄 텐데.. 이렇게 나의 모든 생활에 관심을 가져주는 맞춤형 뉴스가 보통의 상상처럼 미래에 과연 나타날까?



기술은 우리가 자기 취향을 입력하기만 하면 컴퓨터가 그날 제공된 뉴스를 샅샅이 살핀 후 우리 개성에 딱 맞게 재단된 단신들을 보여주도록 하는 힘을 우리에게 부여하겠다고 약속한다.’ – p. 277


‘우리는 전례없이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표면상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문화에 접근했던 때가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필요한 예술작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은 기이하면서도 가슴 아픈 일이다.’ – p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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