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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05. 2015

소유의 종말을 쉽게 설명하면


(책의 이해를 위해 간단한 소설을 한편 써 봤다.)


< 나의 사업 성공기 >


나는 창원에서 1954년도에 태어났다. 내 초딩 때는 창원이 전부 논, 밭이었으나 박정희 정권 때 창원대로가 놓이고 공장들이 들어섰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와 농사를 지었는데 우리 마을이 아파트 재개발이 되면서 우리 가족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그때 보상금을 꽤 많이 받았는데 이것으로 밥솥을 만드는 작은 공장을 지었다. 그 근처에 매장을 오픈하고 장사를 시작하였는데,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찾아왔다. 70년대 당시 창원으로 인구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모든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우리 매장에 누가 다녀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밥솥 판매하기에 정신이 없었고 돈도 엄청 많이 벌었다. 밥솥을 대충 만들어도 전부 다 팔리는 것 같았다. 공장은 24시간 주야로 돌아갔으며 밥솥 생산되기 무섭게 아줌마들이 다 사주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친절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우리 매장은 창원 끝에 위치해 교통이 불편했음에도 아줌마들이 알아서 찾아와 주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사장님이 되었다.


그런데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점점 주문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이제 웬만한 가정에서는 밥솥이 다 있었고 차고에 차가 두 대씩 있었고 세탁실에서는 세탁기가 윙윙 돌아갔으며 방마다 컬러 텔레비전이 한 대씩 놓였다. 사람들은 이제 새로 물건을 살 이유가 없어졌다. 그제서야 나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직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우리 밥솥에도 유행하는 디자인을 가미하고 최신 기능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그때 ‘모모’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내 친구는 양복점을 하는데 원래는 매장에서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놈이 나처럼 장사가 되지 않자 손님을 찾아 나섰다. 친구는 손님이 일하는 회사까지 찾아가 고객이 잠깐 커피 마실 시간에 고객의 몸 사이즈를 자로 직접 재고, 옷의 질감, 색깔까지 샘플로 만들어 고객에게 친절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집으로 배송까지 해주었다. 예전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갑이었는데 요즘은 소비자가 ‘갑’이다. 친구는 한번 재었던 고객의 신체 치수를 끝까지 기록하여 수첩에 고이 담아 다음에 시즌이 바뀌면 그 치수를 반영하여 새로운 트렌드의 옷을 고객에게 다시 배송해주기 시작하였다. 


또 다른 친구는 목공소 일을 하는데 예전엔 정해진 싸이즈의 의자나 탁자를 대량 생산하여 돈을 벌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손님이 찾아오면 손님을 컴퓨터 앞에 앉히고 고객이 직접 자신이 쓸 책상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도록 도와주더라. 예전엔 목수가 직접 나무를 깎고 못을 박았는데 이젠 손님이 직접 자신이 쓸 책상을 조립하고 예쁘게 색칠까지 하는 체험을 하게 하였다. 그 책상은 손님의 체형과 눈높이에 딱 맞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예술’이라고 광고하니 고객도 재미있어 하고 장사도 잘 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 그 자체를 그냥 가지는 것보다 물건을 ‘체험’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친구들의 그런 성공사례를 들으면서 나는 고심에 빠져 집에서 tv를 틀었다. 나이키 광고를 하는데 어떤 아이가 10m 다이빙 점프대 위에서 겁도 없이 물로 바로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너의 위대함을 찾아라’ 란 카피가 나오고 그대로 광고가 끝났다. 나이키 제품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이미지’만 보여준 것이다. 나는 신제품이 나오면 고객들에게 그 기능을 설명하느라 정신 없는데 나이키는 저딴식으로 광고해도 장사가 되나?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이 ‘이제 새 기술이 나와도 밥솥은 그냥 밥솥이다. 밥솥에서 알람이 되고 디지털 음성기능이 붙는다 해도 밥솥은 그저 밥솥이다. 최첨단 시대의 사람들은 웬만한 물건은 웬만큼 다 좋다는 사실을 알기에 특별히 좋은 기능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 시점부터 나는 우리 브랜드인 ‘모모’도 주된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심하기 시작했다. 우리 제품만의 ‘정신’과 ‘영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사무실에 혼자 있었는데, 오후 늦게 한 아줌마가 밥솥이 고장난 것 같다며 사무실로 직접 찾아왔다. 순간 나는 귀찮았다. 사실 저 밥솥을 고치는 것보다 그냥 새로 사는 게 아줌마 입장에서도 더 경제적일 것 같았다. 요즈음은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떨어져서 물건 값보다 A/S비가 더 비싸다. 그래서 요즈음은 핸드폰도 그냥 공짜로 나눠주는 것이다. 사람들도 요즘 음악 CD 돈 주고 안 산다. 음원은 거의 공짜로 듣고 멜론에 서비스 가입만 한다. 우리 사무실에 복사기도 돈 주고 안 샀다. 매달 A/S비만 조금씩 준다. 하긴 물건은 넘쳐나고 경쟁사도 많으니 지속적인 A/S로 고객을 확보하는 게 기업입장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나는 이 아줌마에게 그냥 ‘새 밥솥을 하나 사라고’ 권유할까? 하다가 어차피 그때 할 일도 없고 해서 제품을 한번 보자고 했다. 살펴보니 간단한 고장이어서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 나사 몇 개만 조여주면 끝나는 거였는데 나사 크기가 작아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고 땀도 좀 흘렸다. 그러자 그 아줌마가 내게 시원한 음료수를 사다 주며 “정말 감동받았다. 이게 뭐라고 이 긴 시간 그렇게 땀까지 흘리고..” 그러면서 사진 몇 장을 찍어 개인 블로그에 올린다고 하였다. 또한 이번에 자기 딸 결혼할 때 여기서 밥솥을 꼭 사겠다고 약속하고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집으로 갔다.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앞으로 고객들과 마음으로 소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날씨가 몹시 추웠다. 그때 공원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사람들 밥은 먹고 다니나?’ 평소 나답지 않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 직원들에게 우리 모모 밥솥에서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서 나눠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였다. 그렇게 해서 추운 날 노숙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밥솥에서 한 밥과 뜨끈한 국물을 나눠주니 한 꼬마가 지나가다가 그 광경을 동영상에 담아 유투브에 올렸다. 조회 건수가 10만건에 달하였고 우리 모모 밥솥의 매출은 엄청나게 올랐다. 나는 그 좋은 일을 더 확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끝.



여기까지가 제러미 리프킨이 말하는 ‘소유의 종말’의 내용이다.

그 책을 정리하면,


- 현대에는 시장에서 물건이 남아돌아 ‘필요가치’보다 ‘기호가치’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 자본주의의 중심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넘어갔다.

- 기업은 고객의 생활에 끼어들어서 시장 접근성을 높이려 한다.

- 예전에는 물건을 사면 A/S를 끼워주었지만 요즈음은 A/S비를 받고 물건을 끼워준다. 

- 사업은 일보다는 유희, 놀이, 체험에 가까워졌다.

- 요즘 세대는 인터넷 접속의 세대라 ‘가치’, ‘재미’가 있는 것을 바이러스처럼 퍼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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