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당신이 됩니다

by 왕신 송화웅

5. 감기여, 안녕!

30대 초반으로 돌아간다.

날씨는 쌀쌀하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늦은 가을이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엘 가고 집에 덜렁하게 혼자 남았다. 아내는 일주일이나 지나야 온다면서 갔으니까 그동안에 뭔가 아내가 놀랠만한 일을 해볼까? 마루 바닥에 누워 천정을 보다가 문득 옛날 학창 시절을 생각한다.

고등학교 은사 중에 기하를 가르치던 우상 같은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딱이 잘 가르쳐서라기 보다 언제나 얼굴이 벌겋고 내복을 안 입는 선생님였다. 겨울철 개울물에 목욕하고 나와서 물기를 깨끗이 닦고 옷을 입으면 온몸이 후끈후끈 열이 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하다고, 여러분들도 해보라고 여러 번 냉수마찰을 권유했었던 선생님이시다.

차가운 개울물에 목욕까지는 엄두를 못 냈지만, 냉수마찰을 해 보겠다고 몇 번인가 시도해 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마저 할 때마다 매 번 실패하고 말았었다.

이제 겨우 나이 30이 조금 넘었는데, 책상 서랍에 판피린(감기약)과 소화제를 상비하고 있으니 말이 돼? 겨울 내복은 6월이나 되어야 벗고, 가을이면 제일 먼저 내복을 챙기니, 아내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애들 앞에서도 창피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도대체 멋을 모르는 사내다.

그래, 그거야. 나도 한 번 해보는 거야!

개울 물속에 들어가지는 못한다 해도, 타올로 냉수마찰을 해 보는 거야!

옷을 훌훌 벗고, 차가운 물에 타월을 적셔 꼭 짠 후에, 양손으로 타월 끝을 잡고 뒤로 돌려 등짝을 문지른다. 이어서 양다리, 양 팔뚝, 가슴, 배, 얼굴까지 꼼꼼히 문지른다.

10여분을 이렇게 하고, 옷을 입었는데, 몸이 훈훈하기는커녕, 몸이 오히려 썰렁하니 춥다.

다음날도 좀 무리하는 듯했지만, 한 번 하기로 결심했으니 끝장을 봐야지, 하고 어제처럼 계속했다. 3일째 되던 날 아침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만큼 몸이 무겁다. 오늘은 누구와 상담을 좀 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적기 뱃머리에 있는 ‘연안 의원’을 찾았다.

하얀 머리를 하고 있는, 70은 넘어 보이는 노인 의사가 어찌 왔느냐고 묻는다.

감기에 안 걸리려고 냉수마찰을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감기에 걸려서, 어찌하면 좋은지 상담차 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한 참이나 지켜보더니, 입을 뗀다.

“ 당신은 냉수마찰하면 죽어 ”

왜 그렇습니까?

나는 건강하면 안 됩니까? 나도 남들처럼 한 번 건강해보고 싶습니다.

마누라와 애들 앞에서 창피해서 못살겠습니다.

“당신은 소음인 체질야.”

그러니까 냉수욕이나 냉수마찰을 하면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병을 얻게 돼.

남이 한다고 나도 하면 되는 게 아냐. 나에게 맞는 건강법을 찾아야지!

“그러면, 나는 무슨 건강법을 택해야 됩니까? 알려 주십시오.”

꼭 건강하고 싶은가?

예.

그렇다면, 이렇게 해봐.

냉수마찰 대신에 ‘건포마찰’을 해. 가급적 몸을 차게 하지 말고 따뜻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해.

크게 안 아프면 약도 먹지 말고.

그리고 가급적이면 병원에도 가지 마.

나는 방망이로 머리를 얻어맞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게 말이 돼? 냉수마찰 대신에 건포마찰을 하라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한다고 치자. 약을 먹지 말라고? 초기에 얼른 약을 먹고 나아야지, 뭐 약을 먹지 말라고!?

또 병원에도 얼른, 초기에 가야지, 웬만하면 가지 말라고! 그러다가는 죽을 거 아냐?

병이 더 커지면 어떻게 하라고? 치료비도 약값도 안 내면서 의사 선생님의 시간을 더 이상 뺏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충고의 말씀 고맙습니다. 하고는 얼른 돌아서 나왔다.

이상한 것은 이해는 안 되지만, 선생님의 말씀에 무슨 위력 같은 것을 느꼈다.

좋다. 속는 셈 치고 한번 해 보자, 그렇게 마음을 굳히니 오히려 속이 편안해졌다.

집에 돌아와서는 건포마찰을 시작했다. 코가 좀 맹맹하고 선뜻선뜻 한기가 와도, 좀 참고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뜨거운 물을 마시기도 하고, 도톰한 겉옷을 걸치기도 하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게 아니고, 다른 체질로 태어났단다. 기하 선생님은 차가운 상태를 유지해야 건강이 유지되는 체질이지만, 나는 따뜻하게 유지해야 되는 체질이란다.

아! 사람은 모두 똑같은 게 아니고, 사람마다 다르게 태어나는구나!

이렇게 일주일이 지나니 아내와 애들이 돌아왔다. 건강하게 식구를 맞은 게 아니고 약간 기침도 하고 콧물도 흘리면서 비정상이니까, 아내가 감기약을 지어다 주면서 먹으라고 성화를 댄다. 그러나 남편인 나는 약도 안 먹고, 건포마찰을 하고, 병원에도 안 간다고 하니 마누라는 더 성화다. 이렇게 보름 남짓 시간이 지나니 감기도 흔적 없이 나았다. 예전 같으면, 감기약을 먹고 취한 한다고 땀을 흘리면서 며칠간 고생을 했을 텐데, 이번에는 건포마찰 만으로, 약간 불편하기는 했지만 감기를 이긴 것이다.

이후로 나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메스콤이나, 서적 또는 서로 간의 대화에서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라면 늘 관심을 가지고 귀를 쫑긋하면서 듣고 웬만하면 실행에 옮겼다. 신문에 이런 내용이 나오면 스크랩해서, 이다음에 다시 볼 수 있도록 하고, 자주 다시 보기를 하면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아도 룩 노력했다.

지금도 습관적으로 하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먼저 단전호흡이다.

아침 저녁으로 시간을 내서 정기적으로 단전호흡을 하면 몸이 따뜻해진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짧은 시간이라도 숨을 깊이 쉬려고 노력한다. 깊이 쉬어지지 않으면 숨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잠들 때에도 옆으로 누워 숨을 들이쉬고 내쉼을, 마음으로 보면서 잠들면 따뜻하게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

아침 저녁으로 손 발을 씻거나 샤워를 할 때, 먼저 건포마찰을 하고, 깨끗한 물로 코와 입을 서너 번씩 헹궈 줘 외부로부터 나쁜 것이 침입치 않도록 습관화시켰다. 건포마찰을 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하루 종일 몸이 훈훈해서 좋다.

어쩌다가 감기 기운이 있으면 따뜻한 것을 마시고,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서 땀이 날 때까지 몸을 담근다. 나온 후에는 내복을 입던지 외투를 걸쳐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렇게 해주면 감기는 금방 낫는다. 감기 기운이 있다는 얘기는 몸이 나에게 ‘주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감사한 마음으로 나의 부주의한 행동들을 살피고, 무리한 행동이나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병을 얻을 수도 있으니 여기서 알아채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감기는 평상시에 관리해야 한다.

언제나 체온이 정상으로 유지되게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된다.

그러면, 약을 먹을 리도, 병원에 가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식물이 아닌 이상 무리를 하게 되고 병마를 만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병마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병마가 못 오도록 건강한 상태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모든 관리와 경영은 사고가 난 다음에 잘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사고가 오기 전에 막아서 본체가 정상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건강관리도 원리는 매 한 가지다. 내가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다.

의사나 약사는 나를 돕는 사람이지 나를 관리하는 당체는 아니다.

나의 건강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나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나는 연안 의원 노인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난 후 40여 년 동안 감기약과 소화제는 한 번도 먹어보지를 않았다. 그리고 아파서 치료차 병원에 가보지도 않았다.

감기는 모든 병의 시작이고, 언제나, 어디서나, 나의 허점이 보이면 인정사정없이 쳐들어오는 불한당 같은 존재다. 모든 것이 有備無患(유비무환)으로 어려움이 오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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