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당신이 됩니다.

4.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by 왕신 송화웅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아마도 아프지 않고, 태어난 성품대로 잘 자라라는 뜻일 게다. 그리고 좋은 짝을 만나 가정을 꾸미고, 나보다 나은 후손을 생산하여, 가문을 번창시키는 그런 사람이 되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몸만 튼튼한 게 아니고 마음도 튼튼하라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바람 일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로써 딸 아들의 구분이 있을까 만은, 아들이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딸은, 아들보다 더 관심이 갈 것이고, 우리처럼 딸 셋을 낳고 얻은 아들에게는 혹여나 무슨 일이 있을까 봐 아들에게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다.

갓 태어나는 어린아이는 천성적으로 남아보다 여아가 건강한 것 같다.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건사하건만, 남아는 여아보다 훨씬 병치레를 많이 하고, 부모의 애를 태우면서 자란다. 세 딸애를 키우기보다 한 사내아이를 키우기가 훨씬 힘든다. 분명 태어날 때는 3.2 kg으로 우렁찬 울음을 터트리면서 세상에 태어났건만, 하루 건너 병원에 가야 하고, 매일 약을 먹여야 하니 엄마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낮에는 잠만 자고 밤이 되면 울면서 보챈다.

그러니 엄마는 밤잠을 잘 수가 없다.

전업 주부였기에 망정이지 현대 여성처럼 직업을 가졌더라면 아마도 못 키운다고 사표를 냈을 것이다. 좀 자라서, 주위의 애들과 어울리게 되면서부터는, 늘 얻어맞고 울면서 들어온다.

그래서 또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힘들게 얻은 자식은 또 힘들게 자라나 보다.

그러나 무슨 변고가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힘들게 얻은 아들이며, 얼마나 귀한 자식인데 무슨 변이라도 생기면 큰 일이다. 얼마나 귀하게 얻은 자식인지를 아내는 태몽으로 이야기한다.

어느 날 큰 잔치집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떠들썩했다고 한다.

저 끝 쪽에서,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누군가를 열심히 찾더란다. 그러자 아내를 보면서 무척 반가운 기색을 하신다. 행여 누가 볼까 봐 혹시나 누구에게 들킬까 봐, 조심조심 눈짓과 속 말로 한쪽 구석진 곳으로 아내를 유도해 가더란다.

갑자기 우뚝 서더니,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몇 번인가 살피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괴춤에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꺼내서 아내에게 주었다. 그러더니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만 보라고 당부하시곤 말없이 사라지셨단다.

살아계실 때 손자며느리를 극진히 아끼고 사랑하시던 할머니셨지만, 평소 과묵하시어 싫고 좋음을 잘 표현하시지 않던 어른이시라 조심스럽긴 했다. 그러나 워낙 귀중한 것을 남몰래 주시는지라 할머니가 주신 것을 얼른 꺼내서 확인해 보고도 싶었단다.

다행히도 주위를 살펴보니 보는 이가 아무도 없어서 얼른 꺼내 보았다. 그랬더니 오색 무지갯빛 주머니 하나였다고 한다. 주머니의 주둥이를 조심스레 열자, 이번에는 황금빛에 눈이 부셔서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이 아이를 뱃다는, 태몽이다.

이렇게 선조님의 후광으로 얻은 아이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 할아버지가 대를 이어 입양되면서까지 이어지는데 무슨 변고라도 있어, 대를 잇지 못한다면 조상님들 앞에 커다란 죄를 짓는 것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아이만은 건강하게 키워 내야 한다고 아내는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유난히 까타로 움을 많이 피웠다.

딸애들처럼 그냥 무탈하게 쑥쑥 자라 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아, 제발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건강하게만 자라서, 대대로 이어온 족보를 쭉- 이어만 다오.


안 되겠다. 태권도를 시켜야지!

무병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뒷 바라지를 하건만, 아무래도 과잉보호되는 모양이다. 생각 끝에 어린이 태권도장을 보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어하더니 1주일 정도 지나서부터는 재미를 부치고 열심히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하니까 원장 선생님도 특별히 귀여워해 주시고 대외 시합이 있으면 꼭 챙겨주셨다. 그래서인지, 점점 건강해지고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학교 공부도 잘한다. 자기 반에서 언제나 1등을 하고, 전체에서 1, 2등을 다툰다. 자라면서 근성도 붙어 한 번 하기로 마음먹으면 기어이 해내는 사내 기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한 번은 상무님 부인이 놀러 오셔서 아이들 이야기를 한다.

동료의 아들 중에 영섭이라는 애가 있다. 영섭이와 우리 애는 동갑이고 자주 만나서 놀기도 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한다.

하루는 영섭이와 놀다가 싸움이 붙었다.

누가 잘했고, 잘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영섭이를 쫓아다녔다. 그러더니, 영섭이가 다급해졌는지 그만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숨어버리고 나오지를 않았다.

꽤나 시간이 흘렀다. 모두가 잊어버리고 있을 시간이니까, 아마 한 시간은 훨씬 지난 것 같다. 안에 있던 영섭이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밖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우리 애에게 딱 잡히고 말았다고 한다. 영섭이는 그 뒤에 호되게 당했단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이 집 애는 나중에 한몫 단단히 할 것이라며 잘 키우라고 당부까지 잊지 않으셨다.

태권도를 하고부터는 애가 큰 탈 없이 자라기 시작한다.

무병하게 자라는 애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하다.

공부는 아무래도 좋다. 건강하게 사내답게만 자라 다오. 그리하여 장부로서 할 일을 다 해 준다면 무슨 바람이 또 있으랴!

하루는 부자간에 탁구 시합이 붙었다.

처음에는 하푸 게임도 안 되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도 아들은 탁구 시합을 하자고 한다. 이번에도 지니까 한 번만 더 하잔다. 이 번에도 아들은 졌다.

지면 또 하자고 한다.

이렇게 부자간의 탁구 시합은 석 달인가를 끌었다. 그러더니 끝내는 아빠가 아들을 이기지 못하고 졌다.

그 이후로 아들은 탁구 치자는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하지 않았다.

아빠는 아들한테 탁구를 지자, 분한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대견한 생각이 들어 아들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마음이 흐뭇한 것이다.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육체적인 것 만으로는 안 된다. 건전한 정신이 곧 육체의 건강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는 육체의 건강 못지않게, 정신적 건강을 챙겨야 한다. 어려서부터 정신건강은 소홀히 하고, 학교의 성적이나 특기 등, 눈에 보이는 만족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면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경험하는 것이 곧 ‘나’ 다.

어려서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곧 어른이 되어서의 ‘나’가 된다.

‘나’는 운명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고,

경험하는 ‘내’가 쌓여서 ‘내’가 되는 것이다.

좋은 것을 경험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좋은 것만 고집하지 말고 다방면으로 경험하여 폭넓은 ‘내’가 되어 주기 바란다.

나는 네가 있어 행복하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그것이 너에게 바라는 나의 전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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