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나다
2. 직장동료와 상사
직장은 동료와 상사가 함께 근무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처음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할 때는, 상사들의 지시에 따라 무엇이든지 하기만 하면 됐다. 기능을 습득하도록 상사는 늘 우리를 독려했다. 감독자로서 우리가 일을 정상적으로 하는지 올바른 절차에 의해서 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 했다.
직장 동료들은 나와 같은 처지에서 나와 같은, 또는 비슷한 일을 하므로, 애로사항을 같이 풀기도 하고 힘든 일은 서로 도와가면서, 쉽게 처리하는 동반자였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한 낱 생산을 위한 도구로서 매일의 생산량을 높이고, 단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다가 경력자 자격으로 옮긴 새 직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작업을 표준화 하는 그런 작업을 하게 됨에 따라 상사와 동료들의 역할이 종전과 달랐다.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여 시운전을 해야 하고, 안전사고 없이 생산성을 높여야 하므로 상당한 창의력과 관찰력을 요구하는 관계상, 상사는 나를 지시, 감독하기보다는 격려하고 인정하는 상사였다. 반면 직장동료들은 협업관계라기보다, 오히려 경쟁상대가 되어 승진을 누가 먼저 하는지, 누가 더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아 많은 급여를 받게 되는지 등을 생각하는, 그런 직장생활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상사가 부하를 대하는 태도는 일의 성질, 부하의 지적 레벨, 건강상태, 회사의 분위기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또한 부하가 상사를 대하는 태도 역시 상사의 인품, 달성 의욕, 회사의 분위기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직장동료 역시 일의 성질, 상사의 리더십, 직장분위기, 개인의 욕망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리더-쉽도 없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정해진 훨러우어-쉽도 없다. 모든 직장은 직장 나름대로 최선의 조직과 문화가 있게 마련이다. 언젠가 일본의 노리다께 도자기 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5.16 군사혁명 직후라서 장발을 단속하고, 나팔바지나 홀테바지 같은 것은 착용을 금지시켰던 때다.
노리다케의 작업장은 7-80 명이나 되는 화가들이 나름대로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구상을 하고 있었다. 방의 크기가 너무 커서 놀랐다. 무슨 실내 축구장만 하다. 비틀스처럼 머리를 흐트러지게 한 놈, 꽁지머리를 한 놈, 율 브리너처럼 배코를 친 놈, 스포츠 가리를 한 놈, 바지도 청바지를 입은 놈, 반바지를 입은 놈, 일본 기모노를 입은 놈, 수염을 길게 기른 놈, 그리고 여덟 팔자 모양의 수염을 기른 놈, 단정하게 정장을 한 놈 등등 제멋대로 였다.
책상 옆에 단정하게 앉아 근무하는 화가도 있고, 화판에다 무엇인가를 그리는 화가도 있고, 마루에 벌러덩 누워 하늘을 보는 사람도 있다. 회사의 조직이 아니라 무슨 비렁뱅이 집단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세계적인 명품 도자기가 만들어져 지구촌 구석구석 연회장까지 팔려 간다니 당시의 우리나라 정서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고, 놀랍기만 했다. 우리도 이제는 각양각색의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직장에서도 꽁지머리나 귀걸이, 빨강머리는 쉽게 볼 수 있으니, 예전에 비해 젊은이의 자유스러움이 부럽기도 하다.
나에게는 기억에 남는 직장동료와, 직장상사가 있었다.
기억에 남는 동료는 나에게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즉 하면 손해를 보는 일은 못하도록 알려준다.
상사는 내가 따라 해야 할 일 또는 시야를 넓게 하는 가르침을 준다.
이렇게 직장 동료나 상사들은 내 인생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다.
참말로 직장은 좋은 곳이다. 직장은 월급을 주어 우리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해주고, 정신적 성장을 하도록 인간적인 모범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고, 기능 또는 기술적인 교육으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도록 훈련을 시키고, 때로는 징계를 하여 눈을 뜨도록 해주는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그것도 부족하여 상여금을 주어 사기를 올려주고, 산업안전 장비를 지급하여 안전사고로 부터 나를 보호해 준다. 출퇴근이 편하도록 교통수단을 지원하며, 특별 교육으로 시대의 흐름을 설명하여 주고, 선진 사고를 하도록 우리를 지도 육성하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
이렇게 고마운 직장에는 상사와 동료, 부하가 있어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도록 한다. 최고품질의 상품을 만들도록 부단히 단련시키고, 더불어 경제적으로도 내가 먹고살고 저축하도록 해 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게 해 준다. 직장의 이론은 간단하다. 기업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되, 담당하는 각자가 행복하며 자기의 가치를 느끼도록 해 준다. 일의 결과로써 이익을 창출하고, 이로 조직이 번창하며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전에 모셨던 상사 중에 K 님이 계셨다.
언제나 팀 생산성을 강조하면서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상사였다. 조감도(鳥瞰圖)같은 사고를 하라고 했다. 새가 하늘에서 보듯이 멀리 전체를 보라는 의미였다. 부분을 보되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는 눈을 갖도록 강조했다.
기술자들은 고집이 강한 편이다. 그분은 늘 기술자의 고집을 자주 지적했다. 경쟁하여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경쟁하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도록 했다.
경쟁하여 이긴 결과로 분위기가 호조 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는 경쟁이어야지, 그 과정이 정당치 못하여, 오히려 경쟁함으로써 개인적인 상처와 조직력의 약화를 가져온다면,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거나 뭐가 다르냐고 우리를 나무랬다.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안목을 요구한다.
나무를 중시한 나머지 숲을 망쳐서도 안 되겠지만, 숲을 위한답시고 나무를 훼손해서도 안 될 것이다. 나무도 잘 자라면서 숲이 아름다운 그런 조경을 해야 명품 조경사가 된다. 존경받는 상사, 그리고 상사로부터 사랑받는 부하가 되도록 하여, 팀 생산성을 최고조로 높이는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
나의 동료 중에 순직한 친구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날 우리는 직장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친구 L 이 나에게 말한다.
야! 너희 집 불났다!
아냐, 우리 집 아냐. 인마 너희 집 같은데?
친구가 뛰기 시작한다.
나도 빠른 걸음으로 나의 작업장에 도착하여, 무사함을 먼저 확인했다. 이어서 직원들이 정상 근무하는 것을 확인하고 L의 작업장인, 압연공장으로 향했다.
이때 앰뷸런스 한 대가 급히 삥! 뽕! 삥! 뽕! 하고 정문을 향해 급히 빠져나갔다.
화재 현장을 확인해보니, 압연기 대수리 기간였는데 수리작업 중 용접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했고, 수리 중이던 관계직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었다. 압연 계장이던 친구 L은 예비군 훈련이어서 당일은 휴무였지만, 계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급히 현장에 가서, 조금이라도 화재진압에 도움이 되도록, 소방호스를 같이 어깨에 메고 있었다. 소방호스의 압력은 세고, 멘 사람의 수는 많아서, 사람과 호스의 압력에 못 이겨 6m 지하 핏트로 밀려서 넘어지면서, 거꾸로 떨어져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안전모도 없이 예비군 모만 쓰고, 거꾸로 떨어져 머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친 추락사고였다. 그래서 조금 전에 병원으로 실려 나갔다고 한다.
조금 전까지 예비군 훈련장에서 같이 훈련받던 친구의 모습이 생생한데, 그는 엠부란스로 병원을 향해 나갔고, 나는 여기서 그 광경을 보고 있다니, 생사가 종이 한 장 차이구나!
제발 친구가 무사해야 할 텐데...
친구는 결혼해서 딸만 둘이었는데, 입원 1 주일 후에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오지 못 할 길을 갔다. 딸을 셋 둔 나는 살아있는데.....
회사장으로 영결식을 하고, 우인 대표로 내가 조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회사에서 유족에게 위로의 말과 금일봉을 전달했지만, L 이 나에게 남긴 선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영결식이었다. 친구였던 L에게 그 간의 우정에 감사하는 마음과, 영면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두 마음으로 가득했다.
인정 때문에 또는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체면 때문에, ‘가볍게 행동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쁠수록 돌아가는 지혜’로 나의 책임을, 살아서 완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살아남아서, 내가 해야 할, 더 큰일을, 완수해야 한다” 친구는 그의 죽음을 통하여, 나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처 준, 진정한 친구이자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