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당신이 됩니다

4장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나다

by 왕신 송화웅

4. 서로 다른 사람들

잘 생각해 보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똑같은 사람이지만 아내와 내가 다르고, 자식과 내가 다르다. 자식도 아들 다르고 딸이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어울려서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

성격이 맞지 않아서 이혼한다고 한다.

만약에 성격이 같다면 어떻게 될까? 성격이 같고, 취미가 같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같다면, 과연 우리는 행복하고 원만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 누구와 결혼해도, 똑같다면 무슨 희망이 있으며, 무슨 재미로 살까?

짜장면을 파는 집이 있고, 된장찌개를 파는 집이 따로 있어 좋다. 모두가 짜장면만을 판다면 우리의 먹거리는 볼품이 없어질 것이다. 쇠고기가 있고, 돼지고기가 있으며, 어패류가 있어 우리의 식탁은 풍요로워진다. 다르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다른 것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며 건강하게 살 수가 있다.

점심에 짜장면을 먹었는데 저녁에 또 짜장면을 먹으라면 싫다고 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에도 또 짜장면을 먹으라고 한다면 웬만한 성격으로는 참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또 점심에 짜장면을 준다면 당신은 어찌하겠는가? 만약에 이때 짜장면 대신에 된장 찌개를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우리에게 행복을 준 것은 된장찌개라서가 아니라 짜장면과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된장 찌개라도 연속 세 끼만 나오면 또다시 우리는 짜증을 낸다. 이와 같이, 같은 것은 우리의 즐거움을 파괴하고, 다른 것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같은 것 만의 존재는 파괴의 길이다.


건조함만 있는 것이 사막이다. 원래 사막이 따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건조한 이유로 사막이 만들어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막은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 년간 20 여개의 태풍이 지나가고, 여름철 장마가 있다는 것은, 결코 불평만 할 일은 아니다. 습한 날씨 만 계속하면 어찌 될 것이며, 추운 날씨만 계속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장마도 있고, 태풍도 있고, 눈 내리는 겨울이 있고, 청명한 가을이 있어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가 된 것이다.

같은 것만 있다면 절대 좋은 것이 될 수 없다. 다른 것은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절대로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르다는 것은 부분만을 보았을 때 다른 것이다.

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분으로 즉, 전체의 일부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부분이 존재하는 목적은 전체의 목적에 부합할 때에만 존재의 목적이 있는 것이지, 전체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면 부분은 쓸모가 없어진다.

길거리에 나 뒹구는 볼트, 넛트는 버려진 부분들이다. 자동차 바퀴에 붙어있어 자동차의 부품으로서 기능을 할 때는, 없어서는 안 될 자동차의 부품이지만, 펑크 난 타이어의 넛트나, 버려진 타이어에서 빠져나온 넛트는, 자동차의 일부로써 인정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쓰레기가 되어 결국은 길거리에 버려진 것이다.

그러나 전체도 부분이 빠지면 고장 나고 만다. 손목시계에서 용두가 끊어지거나 시침이 빠지게 되면 손목시계로서는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다시 용두를 넣고 시침을 넣으면 제 기능을 회복하여 정상 시계로써 기능을 회복하게 된다. 하나의 생명체나 기능품이 자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하나하나의 부분품들이 제자리에 확실하게 붙어있어야, 비로소 자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시계는 전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 보면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니면서 시간만 본다면 시계는 전체에 속한다. 그리고 시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부품은 부분이다. 시계의 바늘이나 밴드나 유리뚜껑은 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 부분이 튼튼하고 확실해야 좋은 시계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사랑을 받는다.

수험생이나 여행자에게 시계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건이다.

그러나 같은 시계라 하더라도 손목시계가 아닌 자동차에 붙어있는 시계라면 부분이 되고 만다. 즉 부분이 다르게 구성되고 역할이 달라지게 된다. 이 때의 시계는 전체라기보다 자동차의 일부로써 기능을 하게 된다. 시계가 없는 자동차도 있다.

우리 인간도, 이와 같이 전체로써 존재 하기도 하지만, 부분으로써 존재하기도 한다. 우리의 존재가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전체로서의 자기만을 주장하게 되면 우리는 어린아이가 된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철이 든다고 하는 것은, 전체로서의 자기만을 주장하다가 점차 부분으로서의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1950년 6. 25 전쟁이 발발하여 우리 군은 밀리고 밀려서 낙동강까지 후퇴했다. 유엔군의 도움으로 서울을 탈환하고 압록강까지 진격했었다. 이때 중공군이 우리 군에 반격하여 다시 남하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죽고 쓰러졌는지 마치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인해전술(人海戰術)이었다.

전쟁 중 ‘나’라는 존재의 역할과, 평화시의 사회인으로서의 ‘나’의 존재는 현저히 다르다. 전(全)으로 기능할 때의 나와, 부(部)로서의 나는 각각 그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주장할 수 있는 나의 권리의 범위는, 전쟁 중의 군인으로 있을 때는 평화시 사회인으로 있을 때에 비해 훨씬 좁아지게 된다.

자가용 운전자인 ‘나’의 권리와 의무의 범위는, 택시를 운전할 때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즉 존재의 목적은 다를 수밖에 없다. 택시운전을 하거나 버스 운전 또는 비행기를 운전하게 되면 나의 자유재량의 폭은 훨씬 좁아지게 된다.

우리는 항상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의무와 권한이 주어지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전체에 속한 나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또한 전체에 속한 다른 사람의 존재 목적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나의 존재 목적이 소중 하다면, 상대도 그렇게 봐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따금 전체의 목적은 잊어버리고, 상대에 대한 생각이나 배려도 없이, 나만 소중히 생각하고, 나의 주장대로만 하려고 한다.

이는 어찌 보면 철이 덜 든 어린아이처럼, 덜 성숙한 생각이다. 똑같은 시간이지만 낮은 중요하고 밤은 안 중요하다고 보는 것과도 같다. 밤잠을 아껴가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필요 이상의 잠을 줄이면 우리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모든 병이나 피로는 잠을 자는 동안에 치유된다. 잠을 자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가 없다. 즉,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잠이, 사실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없어서는 안 될 시간이다. 밤과 낮이 부분적으로 보면 달라, 어떤 것은 필요하고 또 어떤 것은 불필요하게 느껴지지만, 나의 생명 유지라는 전체의 면에서 보면, 밤도 낮도 모두 중요한 것이다.

이와 같이 다른 것은 불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체의 목적 달성이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부분의 역할이 모두 달라야 한다. 나의 안목이 좁아서 필요한 부분을 못 보고 그냥 넘길 뿐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내가 못 보고 넘기면,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이가 되고 만다. 그러나 내가 철이 들어 서로 다른 사람의 존재 이유를 알고, 인정하면서 조화롭게 산다면 우리의 삶은 한층 더 윤택하고 풍요로워 질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들이며, 나아가 더 윤택하고 폭넓은 삶을 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그들이 없으면, 나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오늘 당신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