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물을 기쁘게 받지 못하는 이유

아주 작은 다짐을 하며

by 홍씨 Mr Hong


주변에서 가끔 간식선물을 받는다. 그러면 갑작스러움에 무슨 정신으로 선물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 머리로는 분명 고마운데 마음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선물을 감사하다며 받았지만 금세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 준다는 마음이 어색해서였을까.

항상 선물을 받고 진심으로 팔짝팔짝 뛰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고 궁금했다. 어떻게 저렇게 좋아할 수 있지? 선물을 진심으로 받을 수 있지? 갖고 싶은 선물이어서 저렇게 행동할 수 있나? 심지어 누군가는 나와 같은 선물을 받고도 나와 다른 태도를 취했다(훨씬 감정을 드러낸다는데 있어서). 엄청 좋아했다. 전해주는 사람의 진심이 그 사람에게는 닿은 건지, 혹 나는 그 사람의 진심을 매도하고 있는 건가, 선물을 진심으로 받는다는 것은 뭘까. 고민이 되었다. 꽤 오랜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던 감정인데, 내가 끝내 손대지 않은 생각이었다. 내가 지금껏 무의미하게 여겨온 ‘일상의 순간’과 어쩌면 비슷한 맥락일지도 모르지.

나는 선물을 받을 때 어떤 마음이 들까 생각해 봤다. 그 마음이 생각나는 시점은 중학생~고등학생 시절부터의 기억이다. 선물을 받아도 나는 왜 그렇게 방방 뛰면서 좋아한 적이 없지. 그렇게 좋아해 본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께 생일에 전자피아노를 받았을 때도 그랬다. 그게 받기 싫다는 아니었는데, 애써 그 선물을 당연한 것으로 넘기려고 했던 것 같다. 선물을 준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랄까.

생각해 보면, 나는 선물을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 아니라 ‘물건’으로 느꼈던 것 같다. 마음이 담긴 선물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내 마음이 그 사람에게 더 열리는 쪽이 돼버리니까. '누군가'에게 받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선물을 받을 때 대부분 마음을 굳게 닫고 있었다. 진주를 지키기 위한 조개처럼 무언가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했던 것 같다(결국 지키려는 것이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누군가,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 생각하면 마음을 열리게 되고 그 사람과 조금씩 가까워질까 봐. 분명 우리 사이엔 거리가 있었는데 그 거리가 좁혀져 호흡까지 닿게 될까, 그게 무서웠던 모양이다. 마음은 열어!라고 다그친다고 해서 열리는 게 아니다. 내 문은 억지로 열리는 문이 아니라 서서히 열리는 문.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서서히, 그리고 아주 긴 시간 동안 숙성해야 하는 와인처럼 아주 조금씩 상대의 진심에 젖어들어간다. 그리고 내게 진심인 사람이란 것이 확인되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열려있던 적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

마음이 열린 순간을 스스로를 관찰했을 때,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일단, 내가 좋아하면 자주 다가가서 장난치고 계속 앵긴다. 그리고 내가 먹을 것을 사주거나 계속 간식을 챙겨준다면, 그건 정말 100% 좋아하는 것이다(많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음이 많이 열린 상태다. 내 안에 있는 것을 정말 보여줄 수 있다. 그렇다고 마음이 100% 열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왜냐하면 사람은 항상 그 기대를 배신하니까, 아무리 좋아해도 상처받을 일정한 마음은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도 완벽하게 믿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하지만, 나를 위한 마음이 100%구나라고 진실로 믿는 사람. 내가 정말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 사람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의심을 거둘 만큼 지속적으로 내게 다가왔고 다정한 사람이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리고 많은 순간 지속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도와준다고 느꼈다. 본래라면 그런 마음을 그냥 넘겨버렸을 텐데, 넘겨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다정함이 내 마음을 웃돌았다. 내가 그 사람에겐 그냥 ‘일반 지인’이 아닌 ‘특별한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한번, 두 번, 세 번 호의를 가지고 다가와주는 사람들은 꽤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 횟수를 넘어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그렇게 다가와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나도 사람에게 이렇게 마음을 활짝 연 순간이 있었구나. 그들과 있으면 난 자유해진다. 어떤 짓을 해도 안전하니까. 그들과 있으면 난, 특이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도 아닌 ‘나’이니까. ‘나’로서 존재할 수 있으니 즐겁다. 어떤 판단도 없는 세상에 있으니.

그 정도의 ‘귀인’을 인생에서 많이 만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없을 거라 생각한 내 인생에도 그런 귀인이 몇 명쯤은 나타났던 걸 보면, 운이 꽤 좋았다. 앞으로도 그런 귀인들을 만날 수 있을까. 만나길 바란다.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기존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 더 가까워지게 되면 그 사람 안의 ‘몬스터’와 마주할까 두렵다. 그럼 내가 상처 입고 안절부절못할 테니까.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내가 마음을 열고 우리의 거리가 좁혀졌을 때, 우리의 다음 미래가 보인다. 마음이 다치고 상대가 내 감정이나 말에 대해 정확하고 싶은 이해를 하지 못할 것 같은, 그 미래가 보인다. 그래서 더 마음을 열지 못하고 차단해 버리는 거였을테지. 애초에 다칠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마치 그 미래가 보이는 것 같으니까. 다만, 만약에 마음이 맞는다고 판단하고, 그 사람이 따뜻하고 다정하게 나를 상처 입히지 않는 방식으로 대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때는 마음을 여는 것이었다. 결국 좋아하게 되겠고.

분명 좋은 분들인데도, 가끔은 말의 강도가 강하게 느껴질 때면 나는 위축되곤 한다. 그것을 무서워하고 있을 테지.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마음이 잘 열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난 사람의 모든 생각을 읽고 마음을 만든 신은 아니니까 미래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 당연히 틀릴 수 있다. 아주 조금씩 마음을 열어보는 훈련을 해볼까. 미래 예측이 틀릴 수도 있고, 마음을 닫는 순간 그런 관계의 세계도 닫혀버리는 거니까. 사람들이 불같을 때면 내 마음이 어려움을 표현해서라도 조금씩 다가가볼까. 그게 진짜 뜨거운지 알아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