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로 데려다주는 바람이 있다.

어린 시절의 회상

by 홍씨 Mr Hong



바람 한 자락에 문득 돌아본다.

엄마가 있었고, 기다림이 있었고, 잠이 솔솔 오던 여름의 오후가 있었다.

이상하게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바람이 있다.

‘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그 계절의 바람은, 내게 첫사랑의 감정을 떠오르게 한다. 겨울에 했던 짧은 사랑이었다.

나는 그 애를 밖에서 자주 기다렸는데, 그때 스쳐간 바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고백하고 만나러 가는 첫 데이트에 이런 바람이 불어서였을까. 어느 쪽이었든,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주는 이 시기의 바람은 유독 특별하다.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오늘이 그랬다.

지금은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공존하는 계절.

그 시기의 바람은 이상하게도 내 어린 시절을 데려온다.

복도형의 긴 아파트.

불이 켜져 있지 않아도 외롭지 않았던 집.

회색 기운이 감도는 방에 시원한 요를 깔고, 부드러운 감촉의 여름 이불을 덮고 누웠던 기억. 잠이 솔솔 와서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들던 오후.

엄마는 시장에 잠깐 다녀온다고 했다.

식탁 위에는 손글씨로 남긴 편지 한 장.

그 아래엔 김밥 한 줄이 포장된 채 놓여 있었다.

나는 엄마의 온기가 담긴 편지를 들여다보다가

김밥 한 줄을 먹고, 이불속에서 다시 꿈나라로 향하곤 했다.

딱 한 번만이라도 그 순간으로 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

이 시기만 되면 몇 번씩 하게 된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세상이 변하고, 내가 있는 공간마저 달라져버리는 걸까.

이제는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내 방은,

조금은 쓸쓸해 보인다.

이불을 펴고 집에 누워본다. 그 시절을 조용히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