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이제는 소중해

누군가 아프고 나서야 내 마음을 알게 된다니까

by 홍씨 Mr Hong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프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다.

열이 39도까지 올랐다는 말에 놀랐지만, 그래도 병원에 가서 해열제 한 알 먹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오늘 아침, 조금 더 무거운 문자가 도착했다.

‘혹시 큰 병일지도 몰라.’ 일을 하던 손이 멈췄고, 나는 핸드폰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무슨 말을 보내야 할지 몰라 결국, 걱정이 한가득 담긴 메시지를 몇 통 연달아 보냈다.

최근에도 자주 아팠던 기억이 겹쳐 떠올랐다.

왜 이렇게 잦은 거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그때, 곧바로 답장이 왔다.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병원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보고 있대.’

그 사람의 아픈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 분명 때로는 짜증 나고, 미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모습은 보기 싫었다.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가족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 부단히 애써왔는데, 왜였을까.

아마도, 따뜻함의 상징이던 누군가가 떠난 후부터였겠지. 그 사람은 내게 가족의 중심이자, 유일한 온기였으니까.

그 따뜻함이 사라진 후, 우리 집은 겨울처럼 차가워졌고, 나는 그 겨울 안에서 오래도록 등을 돌렸다.

집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굳게 닫힌 회색빛 방문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이 집에 혼자 있는 느낌. 오직 나만 있다. 그렇게 가족은 점점 내 후순위로 밀려났고, 함께 무언가 하자고 해도 거절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무심해 보이는 행동 속에 숨어있던 사랑, 예민함 뒤에 감춰진 책임감, 화냄 속에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혼자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그들이 감당해 온 삶의 무게를.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만나면 어긋나고, 서툰 말들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서로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슬펐다.

가족이 아프다고 하니 걱정과 함께, 동시에 화도 났다. 왜 관리를 잘 안 했을까. 왜 더 신경 쓰지 않았을까. 그 순간 부모님이 예전에 내게 화를 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땐 이해 못 했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걱정이 때론 그렇게 표현되는 거였구나.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야.

다행히 그런 말은 꺼내지 않았다. 잠깐 스쳐간 생각으로 멈췄다. 아픈 건 사실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니까. 그저, 별 탈 없이 회복되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위해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 나는 지금까지 가족에게 희생하기 싫어했고,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멀리했는데, 이제는 다르다.

그 사람이 아프지 않도록, 내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돕고 싶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족을 미워하고만 있는 건 아니었나 보다. 누군가 아프고 나서야, 그 마음을 더 또렷이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