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대가

김고은 배우님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by 홍씨 Mr Hong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음.


내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글로 써내리는 일이라니, 더 어려운 일 아닐까.

무슨 이유에서든지, 내 내면으로 들어가는 일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정확히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야 할 것 같고, 그것을 완벽히 써 내려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구조이다. 그럼에도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써보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판단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백의 대가’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았다.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솔직히 당기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김고은의 숏컷을 한, 그리고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 눈동자가 내가 자백의 대가 콘텐츠를 클릭하는 계기가 되었다. 왜냐하면, 저 사람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그리고 숏컷을 한 김고은이라니. 어떤 변신을 했길래, 어떤 사람이 이번엔 되었길래 저런 표정과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가, 내게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리고 한국 넷플릭스 기준으로 1위였기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데 이유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조금 더해졌다.

첫 화를 보고 난 알 수 있었다. 대작의 냄새라기보단, 아, 내가 이걸 끝까지 보고야 말겠구나. 그 정도의 가치가 내게는 있겠구나, 하고.


최근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리고 심리에 대해 공부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저 사람이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같이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소설까지도 다 허구의 인물이지만 정말로 허구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두 개연성이 있고, 그 사람이 실제로 이 세상에 사는 것처럼 그 인물의 심리묘사나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김고은이 연기한 ’ 모은 ‘이란 캐릭터에 정말 많은 마음이 갔다. 그 아이의 실제 이름은 ‘모은 ‘ 아니다. ’ 빌린 ‘ 이름이다.

태국으로 의료 활동을 갔을 때, 여동생과 아버지는 자살했다. 이유는 ‘여동생’의 성폭행당한 영상이 가해자에 의해 주변 지인들에게 뿌려졌고,

그 가해자의 집은 소위 말하는 있는 집안이었기 때문에 소년보호 5호만 처분받고 끝이 났다. 그리고 주변 증언들도 그 압력에 의해 조작되었다. 영상이 뿌려진 시점에서 아버지는 물론 나중에는 모음까지 그 영상을 보게 된다. 동생은 자살을 하게 되고.


그래서 모은은 복수를 시작한 거다. 그 집안의 부부와 성폭행한 아들까지도 죽이려는 것이다. 실제로 다 죽게 되었고.

모은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무심한 표정을 짓고는 있지만 그 눈빛 안에는 슬픔이 보였고 과거의 참혹함이 보였다.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으로 모든 눈물을 다 흘린 후에 찾아오는 소강상태처럼. 어떤 슬픔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모든 몸이 슬픔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라만 봐도 눈빛엔 슬픔과 체념이 서려있는 것처럼, 내겐 보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살인은 당연히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복수로 살인을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살인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기 때문에, 내 영혼이 깨져버릴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윤리적으로도 해선 안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과연 내가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이 사회 안에서 삶은 힘들고, 거기에 따라오는 나의 감정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지만, 이 안에서 겪은 ‘모은’의 이야기는 더 다른 차원의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검사 쪽에서도, 재판부에서도 살인하지 않은 사람을 모든 정확히 그녀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살인자로 구속하고 수감하게 되고. 결백을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고 언론마저 그렇게 믿어버리는 때에. 전도연이 연기한 ‘안윤수’라는 인물은 무엇을 할 수 있었고, ‘모은’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모은 과 안윤수 같은 거대한 사건을 겪은 적은 없기에 함부로 그들을 판단할 자격이 없다고 느껴졌다. 과연 그런 거대한 사건이 내게 다가온다면 나는 정말 어떻게 할까.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 ‘모은’의 영혼이 깨져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언젠가 D.P2를 왜 이렇게 판타지 요소가 많게 만들었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한준희 감독님이 답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이긴 적은 없다. 그래서 판타지 요소를 넣어서라도 한 번쯤은 이길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만들고 싶었다. 작품에서도 그렇지 않는다면 만드는데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어쩌면 현실에서의 ‘안윤수’는 아무리 진실을 외쳐도 세상이 들어주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정말 무섭고 안타깝다.


극 중에 나오는 박해수가 연기한 검사는 처음에 안윤수를 당연히 범인으로 믿었고 증거를 통해 움직였다.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안윤수 씨를 범인으로 믿고 싶어서요.’라고.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수사해서 실제로 범인이 아닌 ’ 안윤수‘를 범인으로 확정 지었다. 나중엔 그 사람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안윤수가 범인이 아니란 걸 인정했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안윤수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겠다라고.


자신의 편견을 바로잡는 검사. 그리고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는 재판부... 이상적인 얘기일지 모르지만, 모든 것들이 제대로 돌아가는 그 사회가 되기를 이 작품에서 바랐던 것 같다. 안윤수 같이 억울한 사람이, 그리고 모은 과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정말 바란다.


세상이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