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내 배역을 사랑하지 못한다

by 홍씨 Mr Hong



image.png https://youtu.be/xUWolpKM28I?si=f1-JjOLCYQslMVmU



'방과후태리쌤'이란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다 챙겨보진 않는데, 김태리 배우와 최현욱 배우의 진심을 다하는 프로그램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면 영상을 볼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 우연히 알고리즘에 떠 이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에는 '효민'이란 친구가 나온다. '효민'이는 '토토'라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으나 '허수아비' 역할을 맡게 된다. 모든 역할을 다 잘할 수 있는 학생이라 생각에 태리쌤이 '허수아비' 역할을 준 것이다. 효민이는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받지 못해 많이 슬퍼했다. 나중에 효민이의 질문노트에서 태리쌤은 '토토를 하고 싶어요. 집에서 연습했어요'라는 기록을 발견하면서 많은 고민에 잠긴다.





댓글 중에는 '태리랑 현욱이는 없었겠냐고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배역을 못하게 되었을 때 본인들 모습이 생각났겠지... 그래서 더 미안한거고... 이건 성장 드라마네 학생들도 선생님도'란 댓글이 있다. 그 댓글에 나도 원하는 배역, 원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단체활동에서의 내 역할, 그리고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지만 해야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란 댓글도 많이 와닿았다. 나는 원하지 않지만 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역할을 정말 배웠을까에 대한 물음.


연극에서 원하는 배역을 따진 못했단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직접 체험해보진 못했다. 그래서 깊이 헤아릴 수 없으나, 나도 원하는 역할을 맡지 못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중학교 때, 나는 전학을 갔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는 달리, 소위 '웃기는 애'라고 친구들이 좋아해줬다. 그래서 내 주변에는 친구들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혼자'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어떻게 재밌게 놀까 고민만 하면 되는 시절이었다. 물론 중학교 때 친구들이 주변에 항상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광대'로 전락해버려 친구들 사이에 이리저리 '까이는' 장난감이 되기도 했다. 이 또한 내가 원했던 역할 아니었다. 그 시절의 상처는 아직도 마음에 깊게 남아있어 나를 괴롭힌다. '나는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지?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나'란 생각을 줄곧 해왔지만 중학교 때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훗날 그 시절을 돌아봤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너무 나섰나란 생각을 했을 뿐.


고등학교 때는 우리 지역에서 제법 공부를 잘하는 학교에 문을 닫고 들어갔다(성적 제일 끄트머리로 입학). 기존 중학교 친구들과는 전부 다른 학교에 진학해 떨어졌다. 고등학교에 가면, 예쁜 여자친구를 만나 연애하는 로망,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평생갈 친구들을 만드는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항상 중학교 쉬는 시간에는 수업종이 치면 내 자리로 친구들이 모여왔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운명을 바꾼 것처럼, 아무도 내 자리로 오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주변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주니 빠르게 친해지게 되고, 같이 친구관계를 형성하였던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말을 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원하는 친구들이 아니였다. 이렇게 말하면 지금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한데, 관심사도 너무 다르고, 내가 지금까지 같이 놀던 친구들의 스타일이 아니였던 것이다. 혼자를 택하지 못해 그 무리에 껴 같이 다니긴 했다. 그러나 내 마음이 그들에게 향하고 있지 않았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이제 고등학생 시절은 청산하고 새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고등학교 시절 그대로였다. '이게 원래 나인가?' 속하고 싶은 그룹에 속해 재밌게 잘 놀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그런 친구들이 아닌 다른 스타일의 친구들과 다니게 되었다. 원하는 집단이 있는데 그 집단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이 될 수 없나. 어쩌면, 그들이 될 수 없다. 내가 저 곳에 갈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인가, 그런 부류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재밌지 않고, 매력있는 사람이 아닌건가. 그런 고민들을 줄곧 했다.


사회에 와서도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가 있다.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가득하다. 그러나 항상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나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런건가. 그리고 내가 주인공 역할을 맡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어느새 나를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입을 다무는 습관이 생길 때도 있었다. 내가 원하는 역할을 받지 못했기에. 이런 나를, 나는 과연 받아들일 수 있나. 주인공 역할을 받지 못한 나는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 사람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답을 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가치있지 않나, 그래도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과 소중한 사람들이 있지 않나란 반문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서 나의 가치유무가 바뀔 수 있다니. 겉으로는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할지라도, 속에서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나. 내가 나를, 나로서 인정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런 나를, 어떤 밤에는 '미안하다'며 나를 끌어안고 펑펑 운 적도 있다. 그렇다. 나는 아직 원하지 않는 배역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만큼의 어른은 아니다. 그래서 효민이의 우는 모습을 보고 나도 눈물을 그렇게 흘렸나. 효민이를 결국 껴안지 못하고 멀리 서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나. 내가 나를 쉽사리 껴안고 괜찮다고 하지 못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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