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 가치의 기반 흔들기
우리는 사회가 ‘상징체계’라는 DNA를 가진, 일종의 유기체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이성이란 그 사회 내에서 구성원들이 발현시킨 일종의 특질이라는 것도 말이다. 이제는 이 상징체계가 어떻게 고도화되어, 당신의 무의식까지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실로 진화했는지 알아볼 것이다.
우리가 논의했던 초창기의 상징은 굉장히 단순했다.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고, 특정 개체의 지휘를 따르게 하여 사회의 효율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 초창기의 ‘단세포’같은 사회는 점점 진화하기 시작했다. 보상과 처벌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우리의 사회는 이제 ‘숭배하는 나무를 베는’ 얼간이들을 처벌하고, ‘물을 떠오는 신자’들에게 보상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는 불안정한 구성원을 배제하고, 안정성을 높이기 시작한다. ‘안정된’ 사회는 ‘불안정한’ 사회보다 훨씬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쉬울 것이다. 사회적 보상은 개개인이 사회에 더욱 순응하고 종속적으로 변하기 위한 유인을 제공한다.
이는 실제로 원시적인 종교에서 더욱 복잡한 종교로의 진화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창기의 내세는 선인을 보상하고 죄인을 처벌하지 않았다. Scheol, Niflheim 등의 내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후 우리의 머리 위에는 천국이 생겼으며, 땅 밑에는 지옥이 생겼다. 사회는 우리 머릿속에 우리를 심판하는 ‘신’을 만들어내었다. 신자들은 더 이상 주교의 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머릿속 한가운데에 고고하게 앉아 자신을 감시하는 ‘신’에게 한치 부끄럼 없이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는 한층 더 안정적으로, 또한 경쟁력있게 변하였다.
보상과 처벌은 가장 직관적인 통제 방법이다. 이제 우리의 상징체계는 훨씬 미묘한 영역까지 침범한다. 사회 구성원을 더욱 정교하게 컨트롤하고, 효율적으로 정렬하기 위함이다. 물질 문명의 발전에 따라, 왕은 금관을 머리에 쓰게 되었으며, 아름다움과 추함이 새로이 등장한다. 인류는 문자를 발명하고, 수많은 추상적인 개념을 정의하였으며, 이들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수많은 사상과 학설, 종교가 난립하였으며, 수많은 국가가 이들을 수용하거나 탄압하였다. 이 과정에서 적절하지 못한 상징체계를 도입한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도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상징체계들은 수렴진화하는 양상을 가지게 되었다.
진화된 사회의 상징체계들은 조금 더 진보된 방법으로 전달되기 시작한다. 문자의 발명은 정보의 규격화를 가능하게 했고, 인간이 축적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관리된 공간에 보관되는 두루마리와 책들은 이제 몇 세대를 걸쳐 전달되며, 구성원들에게 쉽고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제 새롭게 태어난 아이들은 ‘사회화’라는 과정을 거친다. 복잡한 상징체계를 가진 사회는 구성원이 성숙하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할 필요가 생겼다. 이들은 새로운 구성원들을 ‘학습’시키기 시작하였다.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스승에게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며, 또래사회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작용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학습된 정보가 본능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가 안간다면 원시인에게 권총을 들이대보자. 원시인에게 이 1kg짜리 쇳덩이는 단순히 신기한 물체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자신의 이마에 총구가 들이미어져 있는 현대인의 등에는 식은 땀이 한 줄 흐를 것이다. 권총이 목숨을 뺏는다는 것을 우리는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상징체계의 발전 과정을 목도하였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고차원적인 가치들이 어떻게 상징체계의 진화 속에서 채택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학습받은 가치 체계에 대하여 과학적 지식과 무지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해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