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1장 : 돈, 자유, 평등에 대한 발칙한 해부

제 3부 : 신전의 조각상 무너뜨리기

by 헤시온

3부 소개 : 신전의 조각상 무너뜨리기

3장에서는 드디어 핵심적인 가치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다. 우린 이제 상징의 진화에 따라 선택된 대표적인 몇 가지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인 가치에 실재하는 사회적 기능과 의미를 파헤쳐 볼 것이다. 가장 직관적인 재화부터 시작해서 희생이라는 우리의 본성에 가장 위배되는 행동이 어떻게 사회적인 맥락에서 작동하는지 파악할 것이다.

먼저, 재화와 자유, 평등이라는 기본적으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공적인 가치들에 대해서 해부할 것이다. 재화는 사회의 물질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징의 결정체이며, 자유는 원시-중세 사회가 채택한 계급사회 내에서 구성원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치트’였다는 것을 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국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왜 계급사회라는 개념이 비효율적이며, 평등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게 되는지 확인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사랑과 희생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가치들을 들춰볼 것이다. 결국 사회는 구성원의 번식이라는, 생명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이를 통제할 방법으로 채택한 ‘사랑’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논의의 끝에서는, 개인 레벨에서 절대로 설명 불가능한 ‘희생’이라는 가치가 사회적 맥락에서 당연한 것인지 알아볼 것이다.


재화

재화는 가장 직관적인 물질적 상징이다. 우리 모두 돈을 좋아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우리가 한 가지 자주 망각하곤 하는 사실은 재화 또한 철저히 사회적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 상징이라는 것이다. 철저한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돈은 의미가 없다. 좀비가 돈을 받고 자신을 못본 척 해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 제보해주길 바란다.


재화는 가장 초창기에 등장한 상징 중 하나이다. 무려 고대 시대에도 재화가 쓰인 흔적이 종종 발굴되곤 한다. 여러 조개껍데기, 다양한 종류의 돌, 소금이나 곡물 등이 고대 사회에서 쓰인 대표적인 재화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재화는 어떠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까? 이들은 개인이 잉여 자원을 교환할 때 사용되는 사실에 비하면 의외로 대부분의 재화는 국가 주도적으로 생산되었는데, 이들은 보통 권력을 기반으로 작동하였다. 대표적으로 로마의 재화가 예시가 될 수 있겠다. 사회의 권력이 사회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는 재화가 필수적이다. 곡물과 소금은 보관이 어려우며, 조개껍데기와 돌은 너무나도 흔한 데 비해 실용적인 가치가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재화는 금과 은 등의 귀금속에서 가치가 발생하였으며, 금본위제 폐지 이후에도 금은 기축통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재화 중 하나이다. 사회는 효율성을 위해 공통적으로 재화를 진화시킨 것이다.


자유

자유라는 단어는 그나마 가장 와닿는 추상적인 개념 중에 하나 아닌가? 자신의 뜻대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상태를 우리는 자유롭다고 표현하곤 한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자유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사회에는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불량한’ 사회 구성원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능을 이기지 못한 범죄자들과, 자신들에게 패배한 외부 적대 세력. 이들은 사회의 질서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같지만,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범죄자는 내집단의 구성원이며, 적대 세력은 외집단의 구성원이다. 따라서, 각각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조금 다른 양상을 나타내었다. 그 차이점을 알아보기 이전에, 우리는 가장 큰 범주에서 ‘처벌’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는 교화의 목적으로도 처벌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정되었지만, 고대 사회는 처벌은 절대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용되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대표적인 처벌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구속이다. 행동과 이동을 제약하고, 일정한 노역을 강제하는 등의 행위들 말이다. 우린 이것을 흔히 ‘자유를 빼앗긴다’라고 부른다.


이렇게 자유를 빼앗긴 자들을 우리가 부르는 보편적인 단어가 있다. 노예는 모든 신분제도에서 나타난 계급으로, 이들은 보통 아무런 대가 없이 노동력을 제공해주는데, 이는 통상적인 계약과는 다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범죄자들은 내집단에 속한 자들이다. 하지만, 외집단에서 유입된 범죄자들은 어떨까? 당장 당신의 부모를 돌도끼로 때려눕힌 자를 당신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가? 아무래도 이러한 정서는 전 인류에게 예외가 없었던 모양이다. 대부분의 문명에서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한 자들에는 전쟁 포로가 끼어있었다. 여기서 노예의 2번째 발생 기원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내집단과는 거리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이 노예라는 징표가 자손에게 이어지던 이유이다.


이렇게 범죄자들은 ‘자유’를 박탈당한 자들이다. 범죄자가 아닌 이들은 자유로운 자들이다. 범죄자들은, 노예들은 그렇게 ‘자유’를 갈구하게 되었으며, 자유민들은 자신들이 가진 자유를 비로소 인지하게 된 것이다.


평등

자유라는 개념을 다루는 동안,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다음으로 다룰 가치가 왜 평등인지 곧바로 깨달았을 것이다. 바로 평등은 계급제에서 비롯된 가치이기 때문이다.


평등은 간단하다. 똑같이 대우받는 것. 차별받는 이들이 차별당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을 우리는 간단히 ‘평등히 대우받기를 원한다’고 부른다. 계급제에서 낮은 계층에 있는 자들이 높은 계층에 있는 자들과 똑같이 대우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즉, 평등과 계급제는 양립 불가능한 존재이다.

그리고 계급제는 사회를 통제하는 데에 굉장히 유리한 시스템이다. 수직적 관계는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질서에서 각 구성원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담하고 처리할 수 있게끔 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고도화된 현대 사회는 계급제를 철폐하고,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대우한다. 최소한 표면상으로라도 말이다. 어째서 사회는 고도화되면서, 계급제를 버리고 평등이라는 가치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크게 2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자원 분배의 효율성이다. 재화에서 다루었듯, 사회는 잉여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야 한다. 그리고 계급제는 그와 정반대로 작동한다. 높은 계급에게는 많은 잉여자원이, 낮은 계급에게는 적은 잉여자원이 분배된다.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이 임계수치에 달하게 되면, 계급제를 통해서 얻게 되는 안정성보다 자원 분배의 불균형으로 인해 얻게 되는 불안정성이 더 커지게 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혁명 등을 들 수 있겠다. 귀족과 부르주아라는 두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의 갈등이 극단적인 형태로 등장한 것 말이다.

이는 인적 자원의 형태로도 등장하였다. 인재는 노비와 귀족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계급제에서는 귀족 인재만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비율로 보면 더욱 처참하다. 중세 시대 유럽의 지배계층은 전 국민의 5%도 되지 않았다. 즉, 계급제는 95%의 인구에서 발생하는 인재들을 포기해야한다. 이는 사회의 역할이 점차 고도화될수록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구성원을 통제하고 제어해야할 인력의 필요성이 늘어날수록, 계급제 사회는 필연적으로 인재의 부족에 허덕이게 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평등’, 단 하나다.


두 번째로, 피지배계급의 계몽이다. 차별의 시작점은 각기 달랐을 수도 있어도, 수백년이 지난 후손들의 차별에는 이유가 없다. ‘네가 계급이 낮은 것은 네 부모의 계급이 낮기 때문이고, 네가 차별 받는 이유는 네가 차별받아야 하는 계급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계급제의 내부에서도 서서히 구성원들을 납득하지 못하게 한다. 이들의 자의식이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불안정성을 억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점차 커지게 된다. 이는 위에서 말한 잉여자원의 증가도 한몫 한다. 사회 전체를 생존시키는데 필요한 필수 물자들의 생산에 투입되는 인력이 줄어들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필연적으로 사회는 고도화된다. 이는 단순히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구성원을 분류하는 것이 힘들어진다는 것이고, 두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명’이 터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사회는 필연적으로 ‘평등사회’에 수렴진화하게 되었으며, 계급제가 폐지되는 것이다. 어떠한가,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자유와 평등이 사실은 사회가 진화하면서 발생한 ‘상징체계’라는 해석이 당신에게 충분히 설득력있게 들렸는가? 하지만, 다음 목표는 우리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사랑’과 ‘희생’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

이전 07화2부 3장 : 당신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실,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