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 삶에 작은 털뭉치 하나가 불쑥 굴러들어왔다.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
그게 나나였다.
아주 작은 몸집에 장난감처럼 생긴 단두종 고양이.
눌린 코와 동그란 눈이 마치 인형 같았다.
나는 그 순간 알았다.
"이 아이와는 운명이겠다."
그렇게 나나는 내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삶에는 ‘얼굴 닦기’라는 새로운 일과가 추가되었다.
단두종 고양이의 특징이라면? 그렇다.
얼굴이 너무 납작해서 눈물도, 침도, 코딱지도 죄다 얼굴에 남아버린다는 것.
나나는 특히 눈물이 많아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닦아줘야 했다.
처음에는 놀랐다. ‘이렇게 작은 얼굴에서 이렇게 많은 눈물이 나온다고?’
게다가 밥이라도 먹고 나면 입 주변은 난리가 났다.
눈물에 사료 찌꺼기가 붙고, 코에는 하얀 콧물이 맺히고,
턱에는 침이 흘러 마치 세수를 한 달쯤 안 한 얼굴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가만둘 수는 없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나를 붙잡고 얼굴을 닦아줬다.
부드러운 거즈를 따뜻한 물에 적셔서 눈 주변을 닦아주고,
코를 살살 문질러주고, 입 주변을 깨끗이 정리했다.
처음엔 싫어하던 나나도 점점 익숙해졌는지,
나중에는 내가 거즈를 들기만 해도 “야옹” 하고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또야? 하… 알았어."
하지만 문제는—그렇게 공들여 얼굴을 닦아주고 한숨 돌린 순간.
나나는 꼭 어디선가 얼굴을 비비고 와서 다시 지저분해져 있었다.
쇼파에 얼굴을 문지르거나, 발로 눈을 긁다가 털이 눈물에 엉겨 붙어버리거나,
심지어 내 옷에 얼굴을 대고 비벼대기도 했다.
나는 체념했다.
"그래, 나나의 얼굴은 깨끗한 시간보다 더러운 시간이 더 많겠구나."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얼굴을 닦아줘야 하는 나나지만,
신기하게도 그 과정이 귀찮지가 않았다.
오히려 닦아줄 때마다 나나의 얼굴을 더 오래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나나는 닦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눈물을 닦아주면서 나와 나나만의 작은 시간이 생겼다.
거즈를 들고 나나의 얼굴을 감싸면,
나나는 얌전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마치 "얼른 끝내고 간식이나 줘."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리고 다 닦아주고 나면, 나는 나나의 동그란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꼭 안아주었다.
그럴 때마다 느꼈다.
"나나는 정말 너무 귀엽다."
눈물 자국이 남아도, 콧물이 살짝 묻어 있어도, 심지어 입 주변이 지저분해도.
나나는 여전히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더러워질 거면 뭐 하러 닦아주나?"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매일 닦아주었다. 그리고 매일 사랑스러워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나나는 처음부터 내 삶에 없었던 존재인데,
이제는 나나 없이 사는 게 상상이 안 된다.
매일 얼굴을 닦아주고, 끌어안고, 같이 자고,
같이 밥을 먹는 이 생활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나나는 내 두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존재지만,
어느새 내 하루, 내 공간, 그리고 내 마음 한가운데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나는 오늘도 더러워진다.
나는 또다시 나나의 얼굴을 닦는다.
그리고 다시 더러워질 걸 알면서도, 한참을 바라보며
"우리 나나는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 라고 속삭인다.
어쩌면 나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집사야, 나는 원래 이렇게 사는 거야. 그러니까 계속 닦아줘."
그리고 나는 대답한다.
"그래, 나나야 내가 매일 닦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