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선 화장실 가는 것도 미션이다
나는 조용히 숨 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살짝 몸을 움직이는 순간—
우르르르르르르...
대소동이 시작됐다.
고작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난 것뿐인데,
집 안의 여덟 마리 아이들은 즉각 출동 태세를 갖췄다.
누군가는 앞장서고, 누군가는 옆에서 나를 감싸며, 누군가는 뒤를 바짝 따라온다.
마치 경호팀 풀세트가 배치된 것 같은 기세다.
"너희들, 꼭 이렇게까지 따라와야 하니?"
하지만 대답 대신,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동그란 눈들.
그리고 고양이 특유의 태연한 표정.
"응, 원래 그래." 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종종 책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작품 활동을 한다.
신기한 건,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내 주변에 모여든다는 거다.
하나둘씩 내 책상 옆에, 바닥에, 선반 위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누워 있다.
고양이라면 뭔가를 방해하는 게 일상일 텐데,
이 아이들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마치 나의 창작 활동을 이해하는 듯,
아니면 그저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듯.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다.
페퍼.....
이 녀석은 꼭 작업 중인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그것도 당당하게.
눈 한 번 마주치더니, 그대로 버젓이 눕는다.
그리고는 발을 쭉 뻗어 노트북을 걷어찬다.
"자, 이제 됐지? 나 좀 봐줘."
페퍼만큼은 작업을 이해하지 않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너무 잘 이해해서 일부러 방해하는 걸지도 모른다.
"이제 충분히 했으니까, 나를 좀 봐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밉지가 않다.
오히려 그 행동마저 귀엽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며, 작품을 하며,
그리고 그 옆에는 나의 고양이들과 대형견 세마리가 있다.
움직임 하나에 반응하고,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고,
때로는 장난스럽게 방해하는 아이들.
조금 귀찮을 때도 있지만, 결국 나는 깨닫는다.
그냥,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걸.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고양이들 그리고 덩치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들, 결국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다."
"댕댕이들과 냥냥이들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