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아.....
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자, 글을 쓰는 작가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그림과 글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덕분에 그림으로도, 글로도 돈을 벌고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조금 이상하다.
아니, 분명히 좋긴 하다.
생긴 건 그래 보이지 않지만, 나는 지독한 집순이다.
그런데, 점점 세상과 차단되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그래도 집 밖에서 일을 했다.
나만의 카페가 있었고, 나만의 작업실도 있었다.
적어도 ‘출근’이라는 명목 하에 집을 벗어날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집 안에 있다.
일어나면 즉시 테이블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출근할 필요도 없고, 굳이 어디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이 해결된다.
편하다. 아주 편하다.
그런데 그 편함이 점점 나를 무겁게 만든다.
어느새 세상과 단절된 채, 나만의 공간에 갇혀버린 기분이 든다.
신랑은 걱정이 많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버티는 날도 많다.
나의 현란한 생활 패턴이 결국 몸을 망가뜨릴까 걱정하는 것이다.
나도 안다.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는 걸.
그렇다고 억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쉬운가?
어차피 집중할 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작업에 몰두하면 새벽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이게 창작자의 숙명 같은 것 아닐까?
하지만… 이대로 괜찮은 걸까?
가끔은 예쁜 카페에서 작업하고 싶다.
새로운 공간에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카페에 가면… 이상하게 작업을 못 한다.
오랜만에 나갔다는 이유로 갑자기 수다가 시작된다.
노트북을 펼치기도 전에,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기도 전에,
이미 이야기는 한참 진행되어 있다.
그렇게 수다는 끝없이 이어지고,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돌아온다.
그러니, 나가지 않는다.
아니, 못 나간다.
추운 날씨도 한몫한다.
"오늘은 춥다. 나가볼까?"
생각은 하지만,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불 속은 따뜻하고, 집 안은 편안하다.
나가려면 바리바리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롭게 느껴진다.
이제 나는,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가장 큰 문제다.
분명 예전에는 이런 내가 아니었다.
적어도 ‘나가야 할 이유’가 있을 때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것이 집 안에서 해결되다 보니,
그 이유조차 사라졌다.
이게 단순한 변화일까?
아니면, 나에게 문제가 생긴 걸까?
조금은 걱정이 된다.
이대로 점점 세상과 멀어지는 게 아닐까?
내가 나를 더 고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한 걸음만 나가보려고 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가까운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올 수도 있다.
나가는 것 자체가 ‘일’처럼 느껴지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려고 하지 말자.
억지로 나가려고 하지 말자.
대신, 아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보자.
집 근처 카페에서 30분만 작업해보기
너무 늦기 전에 잠들어보기
하루 한 번, 집 밖으로 나가보기
그렇게 조금씩,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연습을 해보자.
나는 여전히 집이 좋다.
하지만 집에만 갇히고 싶지는 않다.
세상과의 연결을 끊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오늘도 고민은 많지만,
작은 변화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디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