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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라서요?"… 어이없는 변명

떠나간 이들, 그후 남은이야기

by 라내하

어떤 인연은 처음부터 뿌리가 약하다.

마치 바람에 실려와 잠시 머물다 가는 먼지처럼,

손에 쥐려 하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그들은 내 매장의 단골이었다.


핫도그를 사 먹으며 음료를 챙겨주면 환하게 웃었고,

가끔 아메리카노를 건네주면 손을 흔들며 고맙다고 했다.

서로를 “여보”라 부르던 그들은 아직 길지 않은 연애 중이었고,

나는 그저 가게를 찾아오는 익숙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즈음 내 작업 일정은 바빴고,

매장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런 내 사정을 눈치챘는지,

그들은 간절하게 말했다.


“우리가 맡아볼게요. 진짜 열심히 할게요.”


솔직히 처음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다른 대안도 없었고,

아이들이 매장 일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들에게 가게를 맡겼다.



생각보다 잘했다.

청소도, 매장 꾸미기도,

손님 응대도 신경 써가며 열심이었다.

그들의 노력이 보여 예쁘게 지켜보았다.



그러나 좋은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다리를 접질렸다며

매장을 하루 쉬어야 할것 같다고 했다.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려오는 그들이 대견하기도,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몸이 아프다며

그냥 닫아버리기도..

일찍 닫기도 했다.



그 후 나에게 들려오는 말들...


수많은

손님들의 증언들....

저질렀던 일들.....


아파서 쉰다더니 SNS에는

드라이브 간 사진이 올라오고,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닫힌 문 앞에서

황당해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그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시도했다.

돌아온 대답은 단 하나였다.


“그만두고 싶어요.”


이유는 게을러졌기 때문이란다.

계약서에는 위약금 조항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었기에,

나는 조항대로 진행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네, 물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대화를 끝낸 후,

몇 시간이 지나 손님에게 연락이 왔다.


“카페 왔는데 문이 닫혀 있어요.”


불안한 마음에 CCTV를 확인했다.

예상대로였다.

그들이 매장안을 꾸며 두었던 피규어와

짐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도망친 거구나."




하루 종일 연락은 오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 아침,

나는 법적 절차를 밟기로 결심했다.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연락이 없으면 법원으로 간다."



그제야 몇 분 뒤 전화가 왔다.
“무서워서 못 받았어요.”

심지어 부모님과 함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나와 통화를 원한다고 했다.



"제가 왜 다른 사람과 통화해야 하죠?"

그러나 어머니는 울먹이며 말했다.
“우리 아이, 성인 ADHD입니다. 알고 계셨어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집은 답이 없구나."



어머니는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 딸이 ADHD이기 때문에 정신이 온전치 못해요.

그래서 선택을 잘 할 줄 몰라요.”

그 말을 듣고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게 과연 성인이 된 딸을 두고 할 말인가?



성인 ADHD는 누구나 조금씩 가질 수 있는 특성이지만,

그것이 모든 실수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어머니는 딸을 감싸려 했다.

집이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나는 들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냉정했다.



“오늘 안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서대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결국 그날, 돈이 들어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씁쓸함이 남았다.

혼을 내는 것보다 자식을 감싸기 바쁜 부모들.

아이들의 잘못을 뒤집어 쓰려는 그 모습.

나는 생각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떠난 그들은 이제 내 삶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내 안에 한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인연은 모두 값진 것이지만,

어떤 인연은 남기보다 버리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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