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작은 것에도 쉽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밤중에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사람들은 “너무 예민한 거 아냐?”라고 말했고, 나 역시 그 말에 스스로를 답답해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일에 왜 나는 이렇게 신경이 쓰일까. 조금만 둔감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애써 무뎌지려 할수록 오히려 더 민감해지는 기분이었다. 예민함은 마치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 같아서, 외면할수록 더 짙어졌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나의 예민함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남들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나는 그 속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미묘한 감정을 읽고, 대화 중 공기가 달라지는 순간을 감지하며, 말과 말 사이에 숨은 마음을 알아차렸다. 이전에는 이런 감각이 나를 지치게 한다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나만의 섬세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예민하다는 것은 불편한 성격이 아니라 특별한 능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덕분에 좋은 글감을 찾고, 남들이 지나치는 순간 속에서 이야기를 발견하며,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다. 아이들의 미묘한 변화에 먼저 눈길을 주고, 힘든 기색을 감추려 애쓰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예민함이 없었다면, 이런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이제 나는 예민한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감각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능력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민함은 곧 섬세함이 되고, 섬세함은 다정함이 된다. 그리고 그 다정함은 결국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예민한 나도 괜찮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감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