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괜찮아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써왔다. 그 말 하나면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누군가의 걱정을 줄일 수 있었다. 말하고 나면 나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게 더 어렵고, 더 많은 에너지가 들었기 때문에 그 말이 편했다.
조금 힘들어도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고, 외로워도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넘겼다. 그런데 그런 날들이 쌓일수록 내 안의 진짜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여도, 마음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감정을 자꾸 미루다 보면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게 된다. ‘왜 힘든지’가 아니라, ‘힘들다고 말해도 될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부터 감정 자체를 아예 느끼지 않게 된다. 웃는 얼굴이 익숙해질수록, 속마음은 자리를 잃었다. 무뚝뚝한 표정은 자리를 잡았지만.
문득,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 있었다. 실망하는 사람도 없었고, 세상이 무너지는 일도 없었다. 나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불안과 긴장 속에서 괜찮은 척을 반복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날 이후 조금씩 연습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좀 힘들다”는 말을 해보는 것, 이유 없이 지친 날엔 그냥 쉰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 울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기보단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내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작은 선택을 매일 하고 있다.
괜찮은 척을 그만두기로 한 건, 감정을 드러내는 용기를 배우고 싶어서였다. 완전히 솔직해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내 마음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아프게 한 것도 나였지만, 이제 나를 다독이는 것도 나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