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기다리는 걸 잘 못 한다. 결과를 재촉하고, 답을 당기고,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조금만 늦어져도 ‘잘못된 건 아닐까’ 의심하고, 포기할 이유를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기다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기다림도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며 시간을 견디는 사람은 보기 드물고, 더없이 단단해 보인다. 기회는 언제나 바쁜 사람보다 준비된 사람을 택하니까. 그리고 그 준비는 대부분, 기다림이라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
한 여배우가 그런 말을 했다. “제가 제일 잘하는 건 기다리는 거예요.” 어릴 적부터 오디션장에서 감독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화려한 말이나 자신감 넘치는 연기보다, 조용히 한 자리를 지키며 차례를 기다릴 줄 아는 태도. 그것이 결국 그녀를 무대 위로 이끌었다.
돌아보면 나도 그런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기를, 관계가 조금씩 단단해지기를, 내 진심이 전해지기를 조용히 기다린 적이 있다. 너무 빠르게 다가가면 부서질까 봐, 애써 꾸미면 진심이 흐려질까 봐. 그래서 그저 내 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는 걸 선택했다.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됐다. 진짜 관계는, 진짜 마음은, 조용한 기다림 속에서 천천히 다가온다는 걸.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그건 내 안에서 조용히 무언가가 자라는 시간이다. 세상은 결과로 증명하라 말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증명이 아닌 과정이라는 걸, 나는 기다림 속에서 배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느리게 걷는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독이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들을 믿으며.
때로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결국 가장 멀리 가는 사람이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