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만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by 글하람

나만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고, 발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가만히 고여 있는 물은 썩듯, 움직이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는 걸까?


자연을 보면 멈춤은 잠시 머무름이었다. 정체가 아니었다. 씨앗이 땅에 심기면 바로 싹이 트지 않는다. 흙속에서 보이지 않는 변화가 일어나고, 충분한 시간과 조건이 갖춰져야 비로소 땅 위로 올라온다. 겨울에 앙상한 나무도 마찬가지다. 얼핏 보면 멈춘 것 같지만, 속에서는 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살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때가 많다.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목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 하지만 너무 빠르게 달리다 보면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때로는 멈춰서 자신을 돌아보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머무름은 오히려 깊어지는 과정이다. 여행을 떠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빠르게 이동하는 시간이 아니라, 잠시 머물며 풍경을 음미할 때였다. 삶도 마찬가지다.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그제야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명확해진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머무르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더 단단해지고 있다. 나무가 봄을 준비하듯, 씨앗이 땅속에서 힘을 기르듯, 우리의 머무름도 다음 도약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러니 지금 잠시 멈춰 있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말자. 오히려 더 나아가기 위한 가장 깊고 단단한 준비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