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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라고 말해도 괜찮아

by 글하람

한 때 예스맨이었던 적이 있다. 거절하면 냉정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상대를 실망시킬까 두려워 쉽게 동의했다. 하지만 모든 부탁을 받아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아니요"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 더 큰 용기라는 걸 깨달았다.


동료가 사정이 있다며 자신의 일까지 떠넘기려 할 때, 선뜻 거절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 한두 번 돕는 건 괜찮았다. 하지만 계속 받아주다 보니 결국 내 일이 되어버린 적이 있었다. 상대는 점점 당연하게 여기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이때 필요한 건 단호한 NO다. "내 일도 바빠서 어렵겠어." 한마디만 하면 될 일이지만, 우리는 미안한 마음에 망설인다. 하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거절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NO는 스스로를 지키는 말이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탁을 거절할 때, 나는 내 시간과 에너지를 존중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것을 받아주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을 희생하게 된다. 중요한 건, 진짜 관계는 NO 하나로 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솔직하게 거절할 수 있을 때, 관계는 더 건강해진다.


이런 일은 직장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탁을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 가족의 역할은 아니다. 가끔은 나를 우선해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주말마다 가족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 "이번 주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희생하며 유지하는 관계는 결국 피곤해지고, 점점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솔직한 마음을 나눌 때, 우리는 더 편안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랬듯, NO라고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한 번 거절해 보면 알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대가 더 쉽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오히려 나를 존중해 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절하는 순간 나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NO라고 말할 용기 속에, 나를 존중하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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