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파랗다
쓸데없이 선명하고 정직한 하늘은
가벼이 내 몸을 띄우다가
이윽고 나를 할 키운다
하늘을 향한 첨탑 위의 종소리가
나의 한숨과 고뇌를 매달고 사라진다
스쳐가는 애꿎은 사랑도
지우고픈 어설픈 자만도
사무치게 그리운 이별도..
흩뿌리듯 희미해진다
차라리 들리지 않기를
내 마음의 마음이 들키지 않기를
웃고,
웃는 못난 내가
부디 하늘과 맞닿은 내 볼에 가두어지기를
시리도록 맑음에 들뜬 마음이
종소리에 묻히어 새어 나오지 않기를
서서히 도망가는
슬픔대신
하늘과 맞닿은 내 볼의 온기가 닿게 되기를
꿈에라도
유난히 파아란 여행을
그녀와 함께 떠나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