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나 거나하게 한 잔 하오.

by 배터진마돈나

고사리 손 호호 불며

뽀드득 무겁게 밟히던 늦은 밤 눈길

질질 끌던 봉지 속 막걸리가

얼음보다 얼어붙은 어른의 마음길

녹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터벅터벅 둔탁한 발걸음

가까워질수록 쿵 내려앉던 심장

또렷해진 걸음 위에

막걸리 한 사발 뿌려

상처 입은 발

닦아주었으면 어땠을까


서로를 파괴하던 어른들의 대화

부서질 듯 위태로운 항해 속

그들은 묵묵히 노 저어

황혼의 섬에 닿았다


기억이나 할까

성난 파도 위에

얼마나 세차게 노 저었는지

기억이나 할까

마주하지 못해

아득해진 빛나던 눈망울이


일렁이는 파도에도

매서운 바람에도

노 젓는 수고에

잔잔하게 빛나는 물 위로

낯 선 듯 닮은 눈동자 위로

애잔함이 고요히 스며든다


반짝임은, 파도가 깨진 유리조각


서로 할퀴어 낸 상처는

세월의 연고를 덮어

강철처럼 단단한 굳은살이 되고

한 뼘 커진 아이는

파도에 짓이겨진 어른의 손에

눈길 위 질질 끌던 막걸리 건네인다


붉게 번진 석양은, 노인의 거나한 취기


지겹도록

고단했을 선장이여

얼음보다 얼어붙은 어른의 마음이여

바다가 시작된 곳

붉게 드리운 석양에

뭉클한 수고 담아주오

그대의 수고 안아주오

이제 그만 노 내리고

막걸리나 거나하게 한 잔 하오

이제 그만 노 내리고

그대의 수고 위로해 주오.




투닥이다 덜컥 결혼 50주년을 맞이해 버린

장꾸커플 부모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