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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혜 Nov 11. 2023

Day 3 주말의 명화

자연사 박물관 탐험과 꿈 같은 예배, 튀르키예 음식의 날

오늘 아침엔 왠지 빵 조식이 안 땡겨서 일단 숙소를 나서서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아침 식사 문 연 식당이 없나..기웃거리다가 저 멀리 튀르키예 식당으로 들어가 봤더니 수프와 밥이 있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밥이라니 ㅠ  쌀에 흥분한 나를 보며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주인 아저씨가 아직 너무 이른 아침이라 준비된 게 수프랑 밥 밖에 없는데 조금 기다리면 더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제 뱃속은 기다릴 수가 없다고 하네요 튀르키예 아저씨.. 그렇게 해서 내 아침 메뉴는  밥과 수프와 토마토 샐러드가 되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2시에 한인교회 예배 드리러 가기 전 간단하게 구경할 곳을 찾다가 숙소 근처에 있는 국립 박물관이 생각났다. 한국인들은 많이 찾지 않는 것 같지 만 그래도 국립이니 가보자. 티켓을 사고 입장하자 기대 이상으로 내부가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 드레스 입고 와야 할 것 같은 이 엘레강스함! 공쥬님 성에 놀러온 기분이다. 전시는 체코 역사에 관한 부분과 자연사박물관에 나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프라하 성을 그린 이  그림의 분위기가 참 평화로워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체코 아기 배냇저고리?
귀여운 초상화

얀 후스에 관한 전시물도 있었다. 괜히 반갑고 화형당하는 그림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그리고는 갑자기 전시는 선사시대로 넘어가서 삼엽충 컬렉션이 펼쳐졌다. 이 희한한 전개는 무엇일까. 하지만 자료를 정리한 형태가 체계적이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전시물에 시선이 가게끔 조명을 잘 썼다.

이 서랍 방식 전시도 정말 멋지다. 고고학자 된 듯한 기분!

실제 크기인지 모르겠으나 생동감이 넘친다.
아기 매머드와 엄마 매머드

중간 중간 의자가 있어서 앉아 쉬는데 애기들이 옆에서 달그락 거리길래 무너가 싶어 봤더니 아이들이 전시 자료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나무로 설명 자료를 만들어 의자 옆에 꽂아놨다. 감탄이 나오는 아이디어다. 부모님과 앉아 쉬면서 자연스럽게 이 동식물에 대해 익힐 수 있겠네. 나무가 주는 촉감도 기분 좋다.


그리고 날 급 흥분시킨 공간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미네랄(광물)의 방>이다. 커다란 홀 가득 온갖 종류의 광물이 다 모여있는데 색깔과 형태가 다 다르고 광물마다 쪼개지는 방식까지 다르다. 우와우와 하면서 한참 구경하다가 한낱 광물조차도 다 다르게 만드신 하나님의 섭리가 참 놀라웠다.

미네랄 예쁜 거 좀 보시라구요

다시 이어지는 동식물 전시. 사진에서 보던 것과 똑같이 만들어서 기술력에 놀라기도 하고 우리가 이 자연을 잘 지키지 못하면 이제 다시 실물로는 볼 수 없고 박물관에서만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저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천장 조명
대왕 오징어가 나타났다~
갑자기 한복? 체코와 수교 맺을때 선물한 거라고.

알찬 자연사 공부를 마치고 도착한 곳은 시내 중심지에 옛 모습을 간직한 개신교 교회다. 주변 건물과 달라서 이 곳만 다른 시간을 사는 것 같다. 주일 예배를 드릴 한인교회를 찾다가 프라하 생명나무 교회가 이번 주만 이 오래된 교회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며 성찬식까지 한다고 했기 때문에 아, 예비하신 곳이 여기로구나 싶었다.


내부는 수수하지만 깔끔했고, 천장이 높고 설교하시는 공간이 오른쪽 상단에 위치했다. 목사님과 사모님, 성도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셔서 처음 왔지만 오래 본 분들 같이 정겨웠다. 놀라웠던 점은 이 교회가 1414년 얀 후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체코에서 최초로 이종성찬(성찬식 때 포도주와 빵 두가지를 먹으며 예수님과 한 몸 된 것을 기념하는 것)이 행해진 곳이라는 거였다. 얀 후스의 자취를 살펴보는 이번 여행에 마치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하나님이 각본 쓰고 연출하시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이 곳 담임목사님께서 내가 부산에서 출석하는 교회의 원로목사님과 잘 아는 사이셔서 그것도 놀랍고 반가웠다.

사모님이 직접 밤새워 만드신 빵과 포도주로 성찬을 들 때 신비로웠다. 600 여 년 전 한 사람을 사용하셔서 우리가 지금 성경에 나오는대로 성찬을 나눌 수 있게 되었구나. 감사하고 기뻤다.  


 행복한 예배를 마치고 나오니 4시가 다 되어 간다. 노을을 보러 갈까? 레트나 공원이 노을 보기 좋다고 해서 찾아가는데 계단이 너무 많다. 엉금엉금 올라가는 내 옆으로 운동복 입은 체코인들이 거의 날아가는 듯 가볍게 조깅한다. 구름이 많이 껴서 제대로 노을을 볼순 없었지만 프라하 전경은 오늘도 아름답네.

천년의 사랑처럼 애틋하게 일몰 속 키스하는 커플들 사이에서 꿋꿋하게..사진을 찍어보자.

낙엽 색도 고와라


저녁 식사 장소 검색하다가 튀르키예로 시작했으니 튀르키예로 끝내자 싶어서 찾아간 식당. 주인 아저씨가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까 함박 웃음 지으면서 우리는 한국 전쟁 때 함께 싸웠기 때문에 형제의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이티를 선물로 주셨다. 어찌나 밝고 자꾸만 개그를 치시는지 피곤에 지쳐있던 나도 웃게 된다. 구글 평점 잘 달라고 강조하시긴 했지만 ^^ 자기 음식에 자부심을 갖고 계셔서 보기 좋았다.

형제의 나라 아저씨의 선물
라이스 케밥

오늘도 하나님이 연출하신 대로 영화 한 편을 잘 찍고 돌아왔다. 내일은 어떤 장르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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