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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혜 Nov 15. 2023

Day 4 프라하의 가을을 만나요

프라하 성과 시립도서관 탐방

오늘은 프라하 어디에서나 잘 보이는 프라하성에 가보련다. 지하철 타고 한 정거장 내려서 트램 타고 바로 성 입구 코앞 까지 가는 것. 오르막 걸어 올라갈 힘까지 아껴보자는 치밀한 계획이다.                                   

프라하는 3호선까지 있어요

아침만 되면 배꼽시계가 울리니, 구글 평점이 높은 주변 카페를 찾아갔다. 반지하에 위치한 귀여운 카페에 들어서니 여기도 벽돌로 만든 동굴 느낌. 작가들의 그림 전시도 함께 하고 있나보다. 프라하는 화려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나 소소한 예술의 영감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샌드위치와 홈메이드 진저티(생강차)를 먹는데 우리나라 생강보단 좀 맵기가 약하지만 따땃하니 몸에 힘이 생긴다.  

든든해진 날 태운 트램은 계속해서 언덕 위로 올라간다. 와! 노란색으로 물든 키큰 나무들의 터널을 지나 프라하성 입구에 내리는데 너무 황홀했다. 어떤 예술보다도 계절에 따라 자연의 색을 바꾸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가장 큰 울림을 준다. 프라하 단풍 놀이의 시작! 빨간 트램과 만나면 매력이 배가 되는 풍경을 마음껏 찍었다.

프라하성은 그냥 단독 성 건물이 아니라 방대한 성채 안을 구경하는거란다. 그 안에는 장엄한 규모의 비투스 성당도 있고, 다양한 건물과 황금소로 라고 하는 작은 골목길도 있다. 티켓 사러 인포메이션 센터에 갔더니 세상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는 직원 분. 티켓을 사고 고맙습니다의 체코어를 물어봤다. 데꾸이~라고 알고 왔는데 내가 써도 못 알아듣는 체코사람들이 많아서 억양이 틀렸나 싶어 들어보니, ‘데’가 아니라 J에 가까운 ‘졔꾸이~“라고 해야 되나보다. ’나스트라다나~‘라고 해도 된다고 가르쳐주시며 환하게 웃음을 주신다.


오픈하자마자 왔는데도 비투스 성당은 단체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이것저것 설명할 포인트가 많은 성당이라 중국어, 영어를 비롯한 각국의 가이드들과 그를 따르는 관광객 무리들의 행렬. 떠밀려서 가다가 익숙한 한국어가 들린다! 헤헷. 나는 적당히 한국어 해설을 조금 ’빌려‘들었다. 성당에는 은으로 만든 묘도 있었다. 잠들어 있는 분은 자신의 묘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구경할 것을 알았을까? 압권은 여러 화가들이 만든 스테인드 글라스 창이다. 그 중에서도 알폰스 무하라는 화가가 만든 스테인드 글라스는 자연스럽고 색감이 남다르다.

비투스 성당
은으로 만든 주교의 묘
옛 프라하 지도란다. 카를교가 보이네.
무하가 만든 스테인드 글라스
성당 내부에 빛의 색깔이 물든다.


민속촌 거리
기사님 어딜 보시는거죠
옛날 영화관
대장장이네 집
재봉사의 집

다른 건물들도 둘러보고, 황금소로로 나왔다. 여기는 옛날에 거주하던 공간을 민속촌처럼 보존해놓았는데, 집집마다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 상영가의 집‘, ’재봉가의 집‘, ’대장장이 집‘ 이런 식이다. 중간 중간 귀여운 기념품 가게도 있어서 문닫혔지만 창문으로 들여다보고 출구로 나오는데 작은 공원이 이어져 있었다. 산책해볼까?

왼쪽으로는 붉은 지붕의 프라하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이어지고, 산책길에는 이름모를 나무들의 나뭇잎들이 노랗게 물들어서 단풍놀이를 제대로 하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노래를 들었다.

바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약간 춥지만 가져온 귤도 하나 까먹고, 혼자서 돌아다니며 잔디깎는 잔디깎이 기계도 멍때리며 지켜본다, 저 친구는 로봇청소기랑 원리가 비슷한데 직진하다가 벽에 부딪히면 잠시 멈췄다가 방향을 돌려서 골고루 잔디밭을 누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해 보여서 웃음이 났다. 잘못 선택하더라도, 실수 하더라도 실패를 경험하면 방향키를 돌려서 다시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골고루 세상 경험을 하고 능력치가 쌓이겠지.

단풍놀이를 실컷 즐기고 내려오는 계단에서 우연히 뱅크시의 작품을 발견했다! 뱅크시는 세계 곳곳의 벽이나 건물 외벽 등에 의미있는 메세지를 담아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스트리트 아트 작가다. 게릴라처럼 이곳 젃에 그림을 남기는 데 이 사람이 그림을 그리면 볼품없던 공간도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는단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나니 선물 받은 기분이다.   

환경오염에 관한 메세지를 담은 듯.뱅크시라는 사인이 있다.
프라하 보물찾기

성 니콜라스 성당 앞에서 얀 후스와 관련된 유적을 발견했다. 얀 후스의 죽음 이후 그를 따르다가 로마가톨릭에 의해 죽임을 당한 25명의 후스파 사람들을 기리는 비석 같은 유적이다. 진리를 따르던 사람들을 기념하는 건데 너무 지나치기 쉬운 곳에 있어서 아쉬웠다.

처형된 후스파 25인을 기리는 비

점심을 먹으러 온 식당에 오늘의 정식이 있어서  감자퓌레와 칠리소스 곁들인 칠면조 가슴살 요리를 먹었다. 맛있어서 깜짝 가격 싸서 또 깜짝.(9천원 대)

오늘의 정식 먹으러 왔수다
당신의 식욕을 기원합니다.
너무 맛있어 ㅠ

앤틱 서점에 들렀는데 너무 고요하고 분위기가 침묵이라 조용히 나왔다 ㅎ

책 동굴
1200원 떨이요
돌로 된 바닥이 신기
보수동 헌책방 분위기

디저트 찾아서 마트에 구경갔다가 과일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대용량 단위 판매라서 싱글 여행자는 쓸쓸히  발길을 돌리려했는데! 눈 앞에 펼쳐지는 컷팅 과일 모음~ 원하는 종류와 양을 팩에 담아 가져갈 수 있다. 과일 먹고 싶은 거 아시고 준비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구형 트램이 귀엽단 말이지
행복한 과일 뷔페
걷다가 만난 K마트
정중하지만 김치가 없다는 슬픈소식

다음 행선지는 시립도서관이다. 보존을 위해 들어가 볼 수 없는 도서관 말고 진짜 프라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곳에 가보자! 도서관 앞에 길다란 줄이 늘어서서 무슨 일인가 봐써니 입구에 있는 책으로 만든 탑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려고 줄 선 거였다.

프라하 시립도서관
책 탑


여기 중정에서 과일 먹고

안으로 입장하자 우리 도서관과 비슷한 느낌의 책장들과 이용하는 시민들이 가득하다. 체코 사람들이 유럽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다던데, 책이 가득하지만 내가 읽을 수 없는 체코어로 되어 있어서 어린이책 코너로 가봤다. 그렇지! 익숙한 삽화의 어린왕자가 있다. 그림책은 만국공통어라서 얼마나 다행이고 재밌는지.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는데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화풍을 표현한 책이었다. 화가의 이름을 패러디한 고양이 이름도 웃겼다. 구구절절 화풍을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보자마자 느껴지니까 참 좋은 책인 것 같다.이 중에서 마음에 들어하는 화가의 작품은 따로 더 찾아보면 되니까.

체코판 어린왕자
백설공주
모네, 프리다칼로의 화풍
조르주 쇠라, 르네 마그리트
빈캣 반고흐  ㅋ

어린이 책 코너는 군데 군데 빈 백과 소파가  놓여져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비치되어 있고 수유실, 더 어린 아기들과 엄마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책 보는 곳 바로 옆에 구비되어 있었다. 이런 배려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어릴 때부터 놀 수 있게 되는 거겠지.

그리고 청소년 코너도 따로 있었는데, '유럽의 음악 학원'이라는 체코 답게 악보집과 전자 피아노도 비치되어 있었다. 10대 음악가를 위한 자리라고 씌여 있어서 웃었다. 해리포터 OST ,  아델의 노래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악보집과 헤드폰을 끼고 마음껏 연주할 수도 있으니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도서관에 많다. 다들 노트북으로 공부하거나, 책 읽거나, 음악을 듣는 저마다의 진지한 집중의 시간들이 모이는 공간. 나도 테이블 한 쪽에 앉아서 10대인척 하고 일기를 썼다. ㅎㅎ 우리나라처럼 완전한 침묵이 아니라 적당한 백색소음이 섞인 분위기라서 블루투스 키보드 치는 것도 눈치보이지 않아 좋다.

마음껏 연주하라
악보들
도서관 게시판 글. 잊어버리기 위해 읽다니. 멋진걸

프라하 시민처럼 도서관을 이용하다보니 해가 졌다. 4시 반만 되어도 해가 지다니. 약간 손해 보는 기분이지만 어쩔 수 있나. 내일은 도시 이동을 해야하니까 일찍 자야 한다. 베트남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는데 소고기국물에 차가웠던 몸이 따뜻하게 녹는다. 하아, 이거지~!

프라하 특산품 쌀국수
환하게 불 밝힌 숙소
마중나온 블루맨(호스텔 마스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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