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여름, 멋모르고 떠난 필리핀 어학연수 경험은 나에게 생동감 있게 부의 불평등을 가까이 느끼는 기회였다. 한국에서 쉽게 보이지 않았던 격심한 빈부 간의 격차는 나의 마음을 짓누르기에 충분한 충격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누군가는 나무판자로 다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돈을 벌기도 하고, 으리으리하고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SM백화점 앞에는 어린아이들의 구걸하는 모습은 흔했다.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것이 당연하다는 듯 모두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었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소망과 빈부 격차의 현장을 가까이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면 좋을까를 고민했다. 다들 취업준비에 한창일 때 효과적으로 세계 불평등 해소에기여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딩시 나의 짧은 경험과 지식으로는 세계 빈곤을 퇴치하는데 힘쓰는 곳은 UN이라고만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웠다.
'UN 입성하기' 다음 카페를 들락날락거리면서 UN에 들어가기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UN 채용사이트를 들어가서 어떤 자격요건을 갖춰야 들어갈 수 있는지를 살폈다. 외교통상부에서 주최하는 국제협력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국제 정상회의 통역 스텝으로 참여하면서 언젠가는 나도 단상에 올라 패널이 되어 토론을 하고 사례발표를 하는 나의 모습을 꿈꿨다. 그때부터 나는 UN 입성을 꿈꾸면서 장기 프로젝트를 세워 돌입한다. 영어는 기본 물론 2 외국어는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석사는 기본으로 있어야 하고 등등. 당시에는 자격요건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면서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틈틈이 인권단체에서 자원봉사, 입양아 복지 센터 자원봉사, 국제회의 통역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아갔다.
친구들 모두가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가운데 공무원을 준비하는 그룹, 공기업을 준비하는 그룹 대기업을 준비하는 그룹을 나눠 다들 치열하게 취업 스터디를 하면서 졸업 후의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노력했다. 내 눈에는 모두 한 마음으로 마치 인생의 옵션이 공무원, 대기업 취직, 공기업 밖에 없는 양, 모두가 이 옵션을 위해 열을 올리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는 교환학생을 마치고 바로 대학원 지원을 준비했다. 대학원 진학은 세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심도 있는 공부는 물론 UN 취직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꼼꼼하게 학과 커리큘럼을 찾아보고 읽어 본 후에 내가 공부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서 딱 1군데 지원을 했다.
그렇게 영국에서 국제정치경제학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대학원 과정은 많이 읽고 토론하고 쓰는 그야말로 학문연구의 과정이었다. 유럽 및 영국, 북미에서 온 전세게 친구들과의 토론시간은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역사적 배경, 화폐의 역사, 헤게모니, 인문사회과학의 지식이 나와 너무도 격차가 났다. 특히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갓 대학교를 졸업하고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는 도대체 대학교 때 뭐했나 싶을 정도로 지식적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났다.
나의 생각은 UN 입성에서 어떤 형태의 자본주의가 조금 더 나은 방법으로 빈곤을 바꿀 수 있을까로 옮겨갔다. 공부를 하면서 세게 빈곤 자료를 공부하면서 자본주의를 잘 이용하는 부자들이 싫었다. 소외된 사람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서 큰 틀에서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키웠다.
하지만 지금 나는 부자가 되기를 꿈을 꾼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잘 사용해서 나의 자산으로 생계 걱정 없이 소외된 자들 돕는 것을 꿈꾼다. 부자는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부자가 되고 싶은 동기와 이루는 방법이였다. 그렇게 나의 액션플랜은 같은 목표 아래 있지만 조금씩 바뀌었다. 영리 기업에서 일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것은 나의 인생 철학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생각을 했다. 지금 캐나다 항공교육업체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애쓰고 회사의 수익을 내기 위해 비용분석을 하고 고객과 계약서 협상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영리기관에서 주민들과 가까이 부대끼면서 지역커뮤니티와 아이들을 살리는 다양한 교육, 보건,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돈은 가난한 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인 것을 깨달았다. 돈을 벌기 위해 부모님은 아이들을 집에 두고 머나먼 곳에서 떨어져있어야만 하는 것을 알았다.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수단임을 깨달았다.
비영리기관에서도 교육과 의료분야를 제외하고는 주민들 스스로 소득을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소규모 비즈니스 교육이라던지, 사회적 기업, 사회적 조합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대안을 내놓는 것은 몇 년 전부터 당연하게 여겨진다. 부모에게 돈 (소득)이라는 자원이 있어야 아이들의 건강도 챙기고 교육도 받을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깨끗한 주거환경을 가능하게 한다.
부자라는 정의는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 1억은 평생 행복한 금액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 금액이기도 하다. 한 연구에서 연소득 6만 불이 넘으면 그 이후부터는 돈과 행복감은 정비례로 가지 않는다를 보여주듯이 돈이 많다고 해서 나의 행복감도 돈의 숫자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그럼 나는 왜 돈이 벌고 싶은가? 나는 돈을 최종 목표로 생각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주민들에게는 돈은 생존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한다. 그들은 자본주의를 공부해서 소자본으로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아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다. 누군가에게 돈은 과시 수단일 수 있다. 혹은 누군가에게 돈은 나 자신인 아이덴디티일 수 있다.
나에게 돈은 더 잘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게 하고, 자비로 학교를 만들어서 교육의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꿈의 실현 도구이다. 돈에도 성질이 있다. 너무 쉽게 모은 돈은 쉽게 흩어진다. 그리고 낮은 곳에 흐를 때 진짜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내가 풍족하기 때문에 남는 돈으로 기부 및 후원하는 것과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위한 후원으로 당장 먹고 싶은 것을 참는고 매달 후원하는 돈의 가치는 금액상 같더라도 분명히 가치는 다르다. 부자가 되고 싶은 동기가 누군가에게 동기부여하고 나 역시 나누는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면 이 책을 쓰는 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돈은 무서운 존재도 어려운 존재도 달성하기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되어 베풀고 나누면 선순환하여 그 돈이 굶주린 아이들과 필요한 사람의 삶을 연장하고 건강을 회복한다면, 결국은 한 생명은 살리는 귀한 수단이 된다. 우리는 어떤 돈을 추구해야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