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초 Jan 16. 2021

봉사의 기회가 찾아온다면

part 3-3  




첫 프로젝트 사업 지역 조사를 위해서 열심히 지방으로 그리고 도심으로 며칠을 다녔다. 그때는 운전도 서툴었는데  나에게 주어진 것은 전복사고 후 손으로 고친 4x4 트럭뿐이었다. 한국에서 경차를 몰면서 운전을 배웠던 나에게는 길어도 너무 길고 높아도 너무 높은 트럭이었다. 


책으로만 배웠던 지역개발사업을 실제로 적용을 하는 첫걸음이었다. 지방과 도심을 다니면서 많은 지역 관계자 분들을 만났다. 지역위원회가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동네 안에 아이들 교육이나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리더와 주민들이 있는 곳을 갔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가 옆에 철제로 만들어진 집들이 빼곡하게 있는 곳이었다. 


현지 사람들도 들어가기를 꺼린다는 악명 높은 도시 슬럼지역이었다. 처음 지역조사를 갔을 때 아이들이 바지를 입지 않고 맨발로 하수구 근처에 고여있는 물과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좁은 골목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바깥에서 무리를 지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나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콜마도라고 불리는 동네 구멍가게를 주위로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들이 줄을 서있었다. 


놀랍게도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는 이 지역을 도시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임시 주거지를 철거하는 계획을 예전부터 세우고 있었다. 당장에 없어질지도 모르는 이 지역에 프로젝트를 해도 될까 하는 위험부담과 동시에 정부의 별다은 복지 지원이 없어서 약 5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수 차례 방문해서 지역 리더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지역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들의 의지를 확인했다. 일단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배울 수 있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시작했다. 그렇게 지역 기업의 후원을 받고, 아동결연 후원을 받아서 지역 가운데 주민들이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을 빌려서 2층으로 증축하고 1층은 방과 후 교실 2층은 지역 클리닉을 운영하기로 했다. 


건물을 개보수하는 동안 지역 내 공립학교와 이야기해서 여름방학 동안에 써머 캠프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관광국인 도미니카공화국은 북미 사람들의 휴가철이 성수기다. 그때  휴양지 지역으로 여름에 일을 하러 떠난다. 부모의 빈자리는 동네 엄마들이나 할머니가 대신 채우고 아이들은 별다른 활동 없이 여름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다. 


여름 캠프를 진행해 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지역 내에 봉사자들만 나와 준다면 많은 인원의 아이들을 받아서 진행이 가능할 것 같았다. 당시에 직원이 3명이 있었다. 우리 직원의 힘으로 여름 캠프를 운영하는 것은 엿 부족이라 주민들의 참여가 절실했다. 처음에 누가 무보수로 한 달간 일하려고 할까?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여름 캠프의 계획을 나누고 지역 내 봉사자 신청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30명이 넘게 지원을 했다. 


캠프 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제공할  점심을 만들고, 배분하고, 캠프가 끝난 후 교실 및 학교 안팎을 청소하고, 프로그램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안전질서를 유도하고, 참석하는 아이들에게  티셔츠를 제공하는 등 일이 많았다.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로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캠프 등록한 약 300여 명의 아이들의 그룹을 나눴다. 


 아이들과 부모님의 반응은 뜨거웠고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주민들은 신이 났다. 마치 동네 축제 느낌이었다. 학교 시설을 쓰게 허락해주신 교장선생님도 여러 번 나와서 아이들이 신나 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기뻐하셨다. 이 동네 주민들은 왜 기꺼이 본인의 시간을 들여서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무보수로 봉사하셨을까? 한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내 아이를 부모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동네 전체 사람들이 다 같이 보살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곳에 잘 왔구나 싶었다. 한국의 아동결연 후원자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후원이 아니면 아이들과 주민들의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었을 테니. 처음에 이 지역을 첫 지역개발 프로젝트지로 선정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내가 도미니카공화국 실정을 알지 못해서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다부터, 무서운 사람들이니 조심하라 등등.. 다들 등 돌린 지역이라 더욱 지역개발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더 놀라운 것은 30명의 봉사자 중에 5명이 정도를 그 지역 담당 직원으로 채용했고 내가 떠나고 8년이 지난 지금도 이 중에 4명은 여전히 기관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봉사자들은 더 큰 꿈을 꾸었고 대학교 과정을 지원해서 공부를 더 하면서 스킬을 연마했고 대부분은 지역 사무실에서 도미니카공화국 헤드오피스에 발탁되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기관에 열린 컨퍼런스 자리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이 지역에 봉사자로 시작해서 지역사무소 직원을 거쳐 헤드오피스의 어시스턴트에서 매니저로 성장한 주인공이었다. 나에게 와서 쑥스럽게 인사를 하더니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내가 기회를 준 게 아니다. 여름캠프에 봉사하기로 마음먹고 성실하게 본인의 역할을 다해낸 이 직원이 기회를 만들고 잡은 것이다. 내가 후원한 아이가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는 것처럼  보석처럼 빛나는 자원봉사자 중에 직원으로 채용해서 한 걸음 더 성장해서 매니저로 성장한 이 직원의 모습을 보는 것. 말로 할 수 없는 감동이 있다. 나는 이때 자원봉사자의 진심 어린 표정과 미소를 잊지 못한다. 내가 지역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진정 즐기면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아동을 후원하는 것은  그 아동만 후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을을 지역을 후원하는 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