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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초 Nov 03. 2020

나 살기도 바쁜데 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야 하는 거죠

부제. 초콜릿과 코로나 바이러스

띵동~ 한적한 골목에 누군가 찾아 올 사람이 없는데 벨이 울렸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장착한 필리핀 여성분이 '초콜릿 사실래요?'라고 물으신다. 덧붙이시는 말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쓰일 거예요. 캐러멜 맛, 소금 맛, 밀크 초콜릿, 다크 초콜릿 다양한 초콜릿 바가 있었다. 3개를 사면 10 불을 주면 된다고 하셨다. 우리 집 꼬맹이에게 먹고 싶은 맛을 1개씩 고르게 하고 나는 다크 초콜릿을 골라 10불을 드리고 3개를 받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느라 고생이 많다는 말을 하고, 환한 미소 여성분을 보내드렸다. 




우리 아이들은 갑자기 초콜릿이 생겨서 너무 신이 났고 나는 본국에 친척 혹은 친구들을 위해 가가호호 다니며 모금을 하는 그분의 정성에 마음이 찡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이 돈이 정말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사람을 쓰일지 아닐지 어떻게 아냐고, 집에 찾아오는 모두에게 후원을 할 거냐고?" 우리 남편은 길거리에 구걸하시는 분들에게 늘 동전을 기꺼이 내어준다. 우리는 알 수 없다. 정말 그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쓰이는지 아니면 앵벌이 인지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지. 예쁜 쓰레기를  인색하지 않은데 남을 돕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없애지 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직장을 잃은 사람을 생계를 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캐나다 같이 복지국가에서는 국가가 든든하게 매달 지원금을 준다. 하지만 필리핀을 비롯해서 여타 국가는 그야말로 내가 나의 생계를 꾸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릿의 저자는 말한다. 성공의 요인중 하나는 기회와 환경이라고. 내가 개발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게 된 책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 책에서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평한 플레이는 결코 공평하지 못한 플레이라고. 시작점이 다르고 운동장이 기울어져있기 때문에 애초에 공평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성공을 할 수 있는 요인이 개인의 능력도 아니고 기회와 환경이다. 나의 환경이 나의 기량을 펼칠 수없다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 속에 갇혀있다면 우리는 마땅히 기회가 없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 비록 내가 지금 기부하는 그 돈이 쓸데없는 곳에 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더라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은 사실 합리적이지 못한 일을 많이 한다. 바쁘다고 외치면서도 쉽게 온라인상의 타인의 삶을 엿보느라 1시간을 그냥 쉽게 보내는 것. 생계를 유지하기 바쁘고 잠잘 시간이 부족하지만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시는 분들. 나는 다이어트를 위해 일부러 1일 1식을 하고 간헐적 단식을 하지만 지구 저편 어딘가 음식을 살 돈이 없어서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우리를 이렇게 쉽게 내가 살고 봐야죠, 나는 시간이 없어, 돈이 없어라고 말할 수 없다.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한국에 갔을 때 한 고등학교에 가서 내가 했던 일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왜 세계 곳곳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살 수 있는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하면 되는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1번은 관심이다.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아 보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좋은 모습만 뽑아 놓은 내 대학 친구의 삶이 아닌, 지금도 비현실 적이지만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 코로나 바이러스로 구호 물품을 받지 못해서 마실 물 씻을 물이 없어서 위생취약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삶, 난민촌 안에서 천막에 의지하면 이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람들의 삶,  축구가 하고 싶어서 쓰레기 봉지를 뚤뚤 말아서 그 공 갖고 노는 어린아이의 삶. 학교가 멀지만 공부하고 싶어서 기꺼이 10킬로를 걸어서 학교 다니는 소년의 삶. 생리대가 없어서 천으로  헌 옷으로 대강 처리하고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있어야만 하는 소녀의 삶. 자연재해로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갈 곳 이 없어서 길거리를 전전하면서 구걸을 해야만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 


취약하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예시는 끝이 없다. 나의 시선이 그들에게 옮겨졌을 때 '나도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럽다. 그리고 지금 바로 정기후원을 시작할 수 있고 단기봉사를 계획해서 떠날 수 있고, 혹은 나처럼 직업을 삼는 방법을 찾아서 돕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모든 것의 시작은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외 곳곳에서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까를 전문적으로 처절하게 고민하며 업으로 삼고 비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 고민들과 관심이 당연한 것이고 후원의 중요성을 잘 안다. 관심이면 충분하다. 그다음 단계는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나의 상황에 맞게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매달 30불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그 돈은 누가에게는 전재산이 될 수 있고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금액이다. 그래서 일단 후원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관심이 확장되어 이 공평하지 못한 세상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게 관심을 갖고 친구에게 가족에게 이야기하면 그들도 관심을 갖게 되고 '나'의 영향은 가족에서 지인까지 멀리 뻗어져 나간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어서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평범하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그곳에 가서 아이들과 사람들을 도울 수 없기 때문에 아주 편한 방법으로 돕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불평등하기 때문에 그래서 기부를 적극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잘 활용해서 부자가 된 기업가들에게 나눔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폐해를 입은 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눠야 한다. 


누군가에게 삶의 기회를 선물해 주는 일, 생명을 살리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다. 내가 의사가 아니어도, 내가 교육자가 아니어도 나의 직업으로도 아니라 온라인으로 너무 쉽게 기부할 수 있는 일 우리는 기부를 습관적으로 하면 너무 좋다. 어떻게 잘 줄까를 우리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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