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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게 빛나기 위해서
남매 졸업
by
은가비
Jan 9. 2025
부모님 오지말라던 고3이.
준비해주려고 했는데
꽃다발도 필요 없다 했다.
그런데 오늘
사진 한 장 없다.
친구들폰으로만 찍었다는 핑계에 속이 터진다.
친구들과 밥먹고 즐겁게 있다가 올줄 알았는데 식 끝나고 바로 집에 와서
혼자 핫도그랑 라면으로 끼니를 떼웠나보다.
너무 짠하고 속상하다.
수시2차까지 다 안되고 나니
자신감도 없고 주눅들어서
부모한테도 제대로 뭘 말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중3이는 나만 졸업식에 참석했는데
애걸복걸해서 겨우 사진 몇 장 건졌다.
전학해서 하는 졸업식이라 마음이 복잡했다.
육아는 끝도 없이 힘들다.
산 넘으면 더 큰 산이 계속 나온다.
중3이는 아주아주 애를 써서 원하는 고교에 기숙사도 들어가게 되어서 한시름 놓았는데
고3이는 입시가 아직도 해결이 안되었다.
.
.
.
딸 졸업식 꽃다발만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후기도 홍보도 괜찮아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받은 꽃다발은 가격에 비해 다소 실망했다.
그래.
오가는 기름값, 시간 생각하면
2만원쯤 뺀 값으로만 생각하자.
요즘 정신승리(라고 쓰고 자기합리화라 읽는다)하는걸 연습중인데 자꾸 패배한다.
아무래도 택배로
하루전에 받은데다
한파로 시달렸나
금방 시들해졌고
내 눈은 또 비교지옥에 빠져
식장에서 다른 이들이 들고온
싱싱하고 풍성한 꽃다발을 쳐다보느라
졸업식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갔다.
다른 애들 꽃보다 별로라고
딸이
실망하면 어쩌지
.
사진에 초라하고 안이쁘게 찍히는거 아닌가.
내 인생에서 장애물은
비교다.
자꾸 비교지옥에 빠지는 나.
어쨋든 졸업을 했다.
네 식구가 오랜만에 모여 같이 저녁을 먹었다. 각자 살아내느라 애썼다.
특히 수고한 나 자신을 많이 달래줘야지.
저녁이 되어 정신을 차리고
제법 시들어버린 아이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꽃병에 최대한 꽂아서 정리했다.
아까운 꽃
며칠이라도 더 봐야지.
그런데 튤립 한 송이가
유독 옆으로 휘어보여서
이리저리 모양 잡아보고
요리조리 만지작거리다가
아뿔싸.
똑.
부러뜨리고 말았다.
본연의 모습대로 둘것을.
내 눈에 거슬린다고
억지로 바꾸려다가
결국
존재 자체를 망가뜨렸다.
오늘도 배웠다.
그대로
두어라.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어라.
본연의 모습일 때 행복할 것이다.
지나치게 관여하지 마라.
자기 모습대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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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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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가비
직업
에세이스트
어른의 삶으로 그림책을 읽다
저자
'은은한 가운데 빛을 발하다'라는 뜻의 은가비를 필명으로 삼았다.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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