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 빌고 구하고

- 구걸하듯 간절히 바라는 게 많아지는 나이

by 은가비

추석날이다. 살면서 추석연휴에 더위를 견디지 못해 에어컨을 틀어보기는 처음이다.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 느끼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앞으로 더 힘겨워지면 안되는데 어쩌나 싶은 걱정이 되었다. 아침에 부랴부랴 차례상을 차려내서 먹이고 치우고 싸서 보냈다. 어제 밤에도 더위와 악몽에 시달리며 거의 잠을 자지 못해서 오후에 지쳐 누워있었다. 요즘 내 컨디션의 문제도 있지만 점점 동남아 기후처럼 되어버린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무기력하고 쉽게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밤잠을 설치고 낮잠으로 보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책을 읽고 뒹굴거리다가 답답해졌다. 읽고 있는 내용이 너무 섬뜩하면서 심각하기도 했고 며칠째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해서 찌푸둥해진 몸을 좀 풀고 싶었다. 어차피 더운거 운동하면서 땀을 좀 빼자 마음먹고 공원으로 나갔다. 가볍게 뛰고 걷고 하면서 수시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고로 보름달에 소원을 빌어야 할 추석날 아닌가. 8시 반쯤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과 달무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맨눈으로는 달이 떴다는게 보였지만 사진을 찍으니 너무 부옇게 찍혀서 아쉬웠다. 이왕이면 휘영청 밝은 달일 때 소원을 빌고 싶었다. 한 바퀴 돌고 다시 쳐다보고 반바퀴 돌다가 또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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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걷고 뛰는 사람들이 많았다. 명절 음식을 먹고 살이 찔까봐 걱정이 된 나같은 사람도 있을테고 루틴처럼 건강과 몸매 관리를 위해 매일 공원에 나와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과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해 친구들과 농구며 축구를 하는 청소년들도 많았다. 점점 혼자 다니고 혼자 놀고 운동도 혼자하는게 편해진 나는 문제가 있는 것인가 잠시 의문을 가졌다가 그냥 털어버렸다. 가족을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만큼은 나도 진심이다. 표현하는 방식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수시로 올려다본 달 주변이 점점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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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서 마음속으로 빌었다. 지금 내 가장 큰 바람은 아이들에 대한 것이다. 10월초부터 있을 아들 수시 실기 시험이 부디 좋은 결과들로 이어지길 바라는 소원, 딸 전학문제로 고민이 많은데 훗날 아이에게 후회가 남지 않는 용기내길 잘했다 생각하는 선택이길 바라는 소원이 그것이다. 가족의 건강과 평안은 말해 무엇하겠냐만 당장 앞에 닥친 큰 고민들이 시급하므로 빌고 또 빌었다. 이런 내 마음을 오늘 읽은 소설책에서 본 한 문장이 너무 잘 대변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신에게 구걸할 일이 늘어난다는 것


구걸하듯 간절히 구하고 바라는 어미 마음이 저 달까지 닿기를 빌었다.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존재가 생기면 비굴해지고 소심해지는 법인데 부모는 자식에게 그런 마음이 된다. 우리 가족에게 다사다난했던 시절로 기억될 올해가 결국엔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고민하고 마음앓이하느라 힘들게 보낸 시간만큼 좋은 결과들로 이어져서 웃을 일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상받고 싶다. 구하고 바라고 두드리면 열리겠지?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걷다가 멈춰서 달을 보고 또 봤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어느새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인내심을 발휘해 초점을 맞추고 조절하며 달 모양이 잘 보일때까지 기다려서 사진을 찍었다. 달이 선명하게 모습을 보여주었다. 핸드폰으로 이렇게 달 사진을 잘 찍어본 적은 처음이다. 예감이 좋다. 다 잘 될 것이라고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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