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니까 중년이다
평소엔 카페나 집에서 책읽기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책모임을 여러 개 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그런 모습을 주로 본 사람들은 내가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고 조용한 편인줄 안다. 그런데 인스타에 꾸준히 업로드한 운동 사진과 가끔 바디 프로피 사진이 올라가면 충격을 받는 듯하다. 운동에 진심인 걸 알고 놀라곤 한다. 여러 가지의 운동을 한다는 걸 알면 더 놀라고 내 인스타 피드에서 근육을 부각한 사진을 보고는 더더 놀란다. 나는 지성과 체력 모두 다 갖추고 싶다.
나는 다채로운 걸 좋아하는 편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도 잘하긴 하지만 그것만 하는 것에는 지루함을 느껴서 여러가지를 병행한다. 책도 그런식으로 동시에 여러 책을 읽으며 한 권씩 완독해 나간다. 웨이트를 기본으로 하지만 스피닝으로 격렬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폴댄스로는 여성스러운 움직임과 우아한 동작을 하면서 즐거움을 누린다. 한때는 필라테스도 했고 요가도 좋아하며 플로우요가에 한참 빠져서 열심히 하기도 했다. 성격상 재미있어서 빠져들고 그렇게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편이다. 잘하게 되는 수준까지 올라가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다. 좋아하는 걸 잘하고 싶어서 계속 노력하고 어느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만족한다.
9월 4일에 자궁근종 색전술을 받았다. 매년 커지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작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커져서 놀랐다. 아마도 대학원 졸업학기 논문을 쓰면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7센치가 넘게 커진 혹을 제거하려고 알아보다가 더이상 몸에 큰 칼자국은 남기고 심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했다.(이미 목과 배에 상처가 있다 ㅠㅠ ). 아주 다행스럽게도 복강경 말고 색전술로 시술할 수 있는 병원에서 믿음직한 원장님께 직접 시술을 받았다. 배에 구멍 뚫지 않고 복근이 상하지 않아서 빨리 회복하고 운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아무리 간단하다해도 혈관을 건드리며 시술한 거라서 피멍도 올라오고 주변 부위가 뻐근하고 아팠다.
올해 바디프로필을 찍고 연이어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고 또 이어서 폴프로필 촬영까지 했다. 그런 이후 먹부림을 했더니 부작용으로 온몸이 붓고 체중이 많이 늘었다. 대회용 식단과 극심한 다이어트로 인한 몸에 무리가 되었을테고 사십 대 중반의 나이는 회복이 더딜 것이다. 입원 기간동안에도 너무 부어서 거울을 볼때마다 좌절했다. 가뜩이나 체중이 불어있는 상태에 아프고 붓고 움직임에도 제한을 받으니 이건 뭐 자존감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퇴원후에는 살살 걸었다. 점점 걸으면서 움직였더니 붓기가 좀 빠져서 어디까지 움직이며 어떤 운동은 할 수 있는지 조금씩 시도해봤다. 해보니 빨리 걷기 가능, 상체 근력 운동 가능, 시술 부위가 직접 압박되는 동작이 아니면 폴댄스도 할 수 있었다. 스트레칭도 특정 동작 몇 가지를 빼고는 괜찮아서 다소 격렬한 스피닝은 열흘 지나고 한 번 시도해보았다. 무리되지 않게 움직이니 탈만했다. 역시나 신나는 음악이 빵빵 나오고 마구마구 흔들어대는 이 기분, 바로 이거지. 헬스 클럽에서 스피닝으로 즐겁고 에너지넘치게 흔들어제끼는 이 즐거움이란. 얼마만에 느껴보는 희열인지! 힘들어서 헉헉대지만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그 느낌은 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얼마나 개운한지 모른다.
미스때는 먹어도 살이 안쪘고 30대에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사십 대가 되니 먹으면 금방 살이 찌고 부었다. 그래서 자기 관리에 대한 압박감과 운동을 매일 해야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호르몬 영향인지 감정도 쉽게 오르락 내리락하며 온갖 번뇌에 쉽게 흔들렸다. 사십이 불혹이라고 한건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아니라 너무나 쉽게 유혹에 흔들리니 그러지 말라는 가스라이팅으로 만들어 낸 말인 것 같다. 이런저런 경험으로 인해 업다운이 있고 이또한 지나간다는 걸 체득하고나서 마음을 좀 편히 가지려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며칠씩 센터에 가지 못하거나 운동을 안하고 지나는 날들이 길어지면 불안하다. 유튜브나 온라인 영상들이 워낙 다양해져서 홈트로 살을 빼고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도 참 많지만 나는 그 장소에 가서 현장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이라 직접 가서 하는 것을 좋아한다.
앞으로 점점 아플 일은 많아지고 여기저기 체크할 일이 늘어날텐데 나이드는 게 싫다. 청춘들만 아프고 흔들리는 게 아니다. 중년이야말로 자꾸 유혹당하고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니까 중년인 거지. 에잇. 바닥친거 같으니 이제 올라와야지. 자신감 있게 열심히 나 자신을 가꾸며 노력하던 열정을 다시 찾아오자. 몸의 컨디션이 회복되면 마음도 같이 회복될 터. 나를 다시 잘 사랑하며 관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피티도 다시 열심히 받고 간식도 이제 좀 줄여서 먹자. 속상한 마음을 빵과 과자로 달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지. 난 어른이니까.
남들과 비교는 하지 않더라도 과거의 나와 경쟁해야지.
나를 뛰어넘기
나는 자기 관리하는 여자!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사는 건 내 삶을 사랑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