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강릉> 책방 소개

실천 교사 소식지에 실었던 글

by 은가비

강릉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아마 일출을 보기 위한 정동진과 경포대 바다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아주 오래전 바다를 보러 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지인들과 함께 당일치기 답사를 왔는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지역에 있는 책방도 들러보면 좋을 것 같아서 다녀왔답니다.

“당신의 강릉에서 만나요!”

이런 말을 듣는다면 마음이 살짝 들뜰 것 같지 않나요? 저는 처음 이 말을 듣고 오해할 뻔했잖아요.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하고 괜히 혼자 기분 좋았는데 알고 보니 책방 이름이 었답니다. 하하. 책방 이름이 ‘당신의 강릉’이라니 너무 감성 넘치는 거 있죠? 독립 서점인 이곳은 교동 사거리에 있어 강릉역이나 중앙 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 도보로 10분 정도면 올 수 있는 거리랍니다.

당신의 강릉은 카페와 독립서점, 전시실과 사무실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 강사다』 등을 쓴 김민섭 작가가 운영하는 곳이에요. 검색해 보니 작가는 93년생인데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이었어요. 남다른 분이라 상호도 평범하지 않게 지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물의 외관도 눈에 확 띄어요. 정면에서 보면 ㄴ자를 반대로 놓은 듯한 형태의 3층 건물인데 외벽 전체가 청록빛 타일이라 깊고 푸른 바다 빛깔을 닮았어요. 멀리서 얼핏 보면 대형 횟집 같은 느낌도 살짝 나지만요.(^^) ‘책, 커피’라는 세로 간판이 건물 중간 높이에 잘 보이게 걸려있어 당당하게 책방이라는 정체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건물 앞과 주자창 옆 담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곳이에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벽면에 층별 안내도가 붙어있는데 읽다 보면 “어?”하게 되실 거예요. 혹시 눈치채셨나요? 맞아요. 1.5층과 2.5층에 대한 설명까지 있어 무척 친절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1.5층은 시에 카페 프론트, 2층은 카페, 2.5층, 3층, 4층은 당신의 강릉(서점)이고 5층은 사단법인 공간이라고 되어 있어요. 그리고 지하도 있는데 그곳은 전시회를 하는 공간이라고 해요.

층별 안내를 읽어보는 와중에 코를 자극하는 그윽한 커피 향과 갓 구운 달콤한 쿠키 냄새가 저절로 발길을 2층 카페로 이끌어 홀리듯이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커피맛도 정확히 표기되어 있고 드립 커피도 판매 중이에요. 카페를 이용하면 1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공간을 좀 더 둘러보고 커피를 주문하려고 1.5층을 지나 2층에 들어선 순간 “우와아~. 예뻐라!”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실내가 눈에 들어왔어요.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아무도 없는 이때 사진부터 찍어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발동해 여기저기 각도를 달리하여 사진에 담았답니다. 화려한 바닥 타일과 샹들리에와 어우러진 우드톤 장식이 뭔가 올드하면서도 근사했지만 오전 10시 30분밖에 안 되었음에도 유리창으로 햇살이 깊숙이 비쳐 들어와 층 전체를 밝고 매력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준 분위기에 반해 버렸어요. 이곳에서 창가에 앉아 따뜻하게 햇살 받으며 카푸치노 한잔 여유롭게 마시고 느긋하게 책 읽으면 너무 행복하겠죠? 혹시 조용하고 아늑한 자리를 선호한다면 안쪽의 천장이 낮고 비밀스러운 구석 공간도 분위기 있으니 취향껏 원하는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면 될 것 같아요.



2.5층으로 올라가니 코너와 벽면을 차지한 책장과 테이블이 있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보였어요. 책을 살펴보니 큐레이션이 개성 있고 홍세화 선생님, 김동식 작가와 북토크 행사를 진행했던 사진과 싸인본 등이 전시된 코너가 있었어요. 다른 책꽂이에는 김민섭 작가님과 친분이 있는 다양한 작가들의 책이 칸칸이 진열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답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살펴보다가 전부터 사려고 생각했던 책도 마침 눈에 보여서 냉큼 골랐지요.

이곳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따뜻한 나눔과 연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지역에서 이루어진 독서 모임의 결과물을 개인 저서나 공저로 엮어 출판한 책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강릉 운산 초등학교 2학년 9명의 어린이가 1년간 쓴 시와 글을 모은 책은 표지가 무지개처럼 쨍하고 선명해서 너무 예뻤답니다. 다양한 출판물을 보니 잘 알려진 것처럼 이곳이 독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충분히 둘러보고 계속 올라가 봤습니다.

3층은 입구에 놓인 안내판을 보고 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인 것 같아서 더욱 기대가 되었어요.

바로 김민섭 작가의 서재라고 되어 있었거든요.

‘김민섭의 서재’ 안내판 내용을 요약해서 옮겨보자면, 서가 상단에는 김민섭 작가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서가 하단에는 작가가 고른 꼭 읽어야 할 다른 작가의 책들이 있어요. 주로 한국 사회와 시대를 조망할 수 있고, 우리가 가진 인간다움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의 책들로 골랐다고 해요. 작가님이 상주하는 건 아니라서 싸인 받길 원하는 분은 구매 후 카운터에 맡겨두면 서명해서 보관하고 있으니 나중에 찾아가시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모임도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는 테이블 배치를 보며 부러웠어요. 이런 곳에서 작가와 함께 책모임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스터디나 모임용으로 공간대여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글을 잘 쓰지만 출판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젊은 작가들을 보며 그들의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출판사를 만들었고, 그렇게 쓰고 만든 책을 판매하는 일을 하면 즐겁겠다 싶어 서점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김민섭 작가가 한 말을 보면 생각한 것을 실행하는 능력이 참 탁월한 분인 것 같아요.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작가의 가치관과 감성과 다정함으로 연대하는 선한 영향력을 보며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강릉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기를 권해요.

"내가 옳다고 믿으며, 즐겁게, 꾸준히 해 나가는 일들은 타인에게 연결되고 확장된다."는 그의 말은 우리 교사들에게도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해 나가며 교실의 아이들과 많은 이들에게 연결되고 확장되는 멋진 영향력을 펼치는 교사가 되기를 소망하며 책방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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