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어서

by 은가비

왜 그렇게 미루었을까.

그림은 할 일 없고 시간이 남아돌아야 할 수 있을거라고 여겼다. 그 틀을 스스로 깨지 못했던거다. 이렇게 쉬운 것을 그토록 답답하게 재고 따지느라 버린 시간이 너무 아깝지만 지금에서야 시작한 건 이또한 의미가 있겠지.


기본적으로 나는 열정적인 편이다.

주변에서 열정만수르라고 부르는걸 보면.


6년 가까이 웨이트 운동에 미쳐서

시간을 들였다.

바프 촬영을 10번 가까이 하고 피트니스 대회도 나가봤다.

플라잉 요가, 플로우 요가, 기본 요가도 틈틈이 했고 필라테스, 그리고 폴댄스도 좀 배웠다.

치열하고 바쁜 워킹맘의 삶에서 책을 읽고 모임을 하고 배우고

운동도 골고루 하고 싶은 열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직업면에서 승진할 계획은 없으나 그래도 그동안 내가 주로 활동해온 모임과 연구는 독서쪽이었으므로 그와 관련된 객관적인 스펙도 채우고 싶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연수와 수업을 들었으나 사설 기관에서 채워지지 않는 그 욕구를 채우고자 결국

서울교대대학원 아동문학독서논술학과를 졸업하며 학위를 땄다. 그러고 나니 내 깊은 불안과 질투, 도달하고픈 욕망은 창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간절히.

그림책 창작을 하고 싶고 동화도 쓸 수 있다면 좋겠고 그것말고도 자격증을 따고 싶은 것들은 자꾸 생겨났다.

그래.

나는 계속 이렇게 살 인간이니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것들을 그냥 하자고 마음 먹었다. 창작 글쓰기와 책 출간은 어찌어찌 진행중이니 노년에 시골로 내려가면 배울까 했던 그림부터 도전하기로 했다.


화실을 알아보고 바로 등록했고 주1회 2시간만 내보기로 했다. 운동은 뭐 매일 가다시피했는데 이정도 시간은 별거 아니지.


시작한지 몇 달 지난 지금은 나자신을 칭찬한다. 하길 참 잘했다.


화실이란 공간이 주는 설레임은 한 순간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부담 없이 진행되는 방식도 좋았다. 무엇보다 재료비가 수업료에 포함되어 있어 몸만 가면 된다는 것도 메리트가 크다.

조색이 궁금해서 혼자 책도 이것저것 보고

나를 둘러싼 주변을 색으로 느끼고 형태를 유심히 보는 습관도 생겼다. 평소 눈썰미가 없지는 않지만 밑그림의 비율부터 제대로 그려져야 완성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화실 다닌지 몇 달 안되었지만 내가 제법 잘한다는 걸 알게 되어 즐겁다. 완성작이 마음에 안들면 하기 싫어질테니까. 다행히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소묘, 오일파스텔, 색연필과 수채를 활용한 연습 작품들도 할만했고 처음 사용해보는 유화 물감의 매력이 나를 사로잡았다.

하얀 캔버스에 채워지는 색의 다채로움에 반해 지금은 유화 작품을 이어서 하고 있다.


그동안은 책모임하면서 그림책테라피를 꾸준히 경험했다면 그림을 그리면서 색을 조합하고 미묘한 색감 차이까지 파악하느라 그동안 내가 보던 세상이 얼마나 복잡다양한 색으로 채워져있는지 다르게 보인다.


색채테라피

드로잉테라피

그리고 온전한 몰입의 시간이 주는 힘

이런 것을 경험하고 있다.

진작 시작할걸.

아니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네 번째 유화가 곧 완성될 것 같다.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그 주체가 나라는 것도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또 하나를 발견한 것도 좋다.

인생이란 참 어렵고도 복잡해서 어떤 날은 죽을 것 같다가도 어떤 작은 것으로 인해 살맛나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살아갈 수 있다.


올해의 내 인생도 기대하며 살아보자.

큰 짐을 넘겨받은 것도 많지만 그것들 또한 내가 다 잘 해내기를!

나를 믿어보는 2026년이 되었으면

아이들도 자기자신을 믿고 능력을 좀 키웠으면 하는게 제일 큰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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