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5] 기댈 곳

-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by 은가비

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무릎이 꺾일만큼 좌절하게 되는 일도 겪고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 일도 생긴다. 특히 자식에 관한 일일 때는 할 수 있는게 기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정말 성당에 열심히 나가서 봉사 활동으로 전례부도 하고 자모회 활동도 하고, 두 아이들 모두 복사로 만들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중 '단절'의 문제는 인간 관계나 사람들 사이의 일뿐만 아니라 신앙에도 영향을 미쳤다. 직접 그곳에 가서 같은 의식을 따르고 기도문을 암송하고 성체를 모시는 거룩한 행동을 하는 루틴이 사라져버렸다. 매일 가던 학교조차 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주말에 한번씩 가는 성당에 발길이 뜸해지자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들이 성당에 가는 것을 더 낯설고 힘들어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발바닥 신자라 하더라도 꾸준히 성당에 데리고 나갔어야 했다. 나부터도 이런저런 개인사와 대학원 진학과 직장에서 부장업무로 바빠지다보니 코로나 이후 일상이 재개되었어도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고해성사를 보아야만 성체를 모실 수 있는 성당은 지켜야 할 것이 엄격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꾸 움츠러들고 발길이 점점 뜸해지다가 냉담을 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기도 했다. 어떤 계기로 인해 딸아이와 같이 다시 미사에 나가기도 했는데 한 번 느슨해진 마음은 금방 다시 나쁜 상태로 돌아가 인간세상의 쾌락과 편안함에 굴복하고 만다. 그래도 딸아이는 신앙 학교며 여름 캠프에 다녀오기도 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요즘은 자애로우신 성모님의 마음을 닮고 싶고 그분께 간절히 지혜를 구하고 싶다. 두 아이가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인 내가 내 몸에서 낳아 기른 두 아이, 내게 맡기신 두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묵주 반지를 돌리고 수시로 기도하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고 또 빈다.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한 거 아니냐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간사한 인간이면서 말이다. 딸이 내가 끼고 있던 회전 묵주 반지를 갖고 싶어하기에 주었더니 너무 좋아한다. 보이지 않아도 믿어야 하지만 인간이란 실체감이 있는 어떤 것에 더 기댈 수 밖에 없다. 묵주알을 돌리는 어른들도 그러한 마음일텐데 청소년인 아이는 엄마에게 받은 묵주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있으면 얼마나 힘이 될까.


이기적이고 나약한 인간은 신에게 기대고 싶다. 공동체에 봉사하지도 않고 신앙 생활을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힘들고 아프고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주님을 찾는다. 아픈 곳이 재발할까봐 기도하고, 검사를 받을 때마다 간절히 주님을 찾는다. 견디기 힘든 마음일 때마다 간절히 성모송을 읊조리고 화살기도를 수시로 보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불쌍한 어린양이다. 크고 높으신 그분께서는 이런 나여도 사랑하실거라고, 아니 사랑해주시면 좋겠다고, 부족하고 나약한 나니까 더욱 사랑하실 거라고 믿고 싶다. 우리 아이들 지켜주시면 좋겠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 보내주셔서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시길 기도드린다. 나이가 들수록 더 기댈 곳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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