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6] 오늘도 책을 샀다.

by 은가비

책 욕심은 끝이 없다. 사도사도 계속 사게 되고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도 많다. e북은 어쩔 수 없을 때 급해서 사고, 책값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대출도 해보지만 내 책이 아닌 느낌에 잘 읽히지가 않는다. 정말 가볍게 볼 책이 아닌 경우에는 대체로 거의 구입한다. 책모임을 여러 개 하고 있고 매일 읽기 모임도 있어서 사야하는 책이 수시로 생기고, 하는 일도 독서교육쪽에 관심이 많다보니 어린이책도 많이 산다. 책값 지출이 크다. 그것도 그렇지만 공간이 항상 문제다. 거실은 물론이고 베란다며 방마다 있는 책장들이 꽉차서 여기저기 책무더기 기둥을 만들어 놓게 된다. 순식간에 쌓여서 금방 정신없이 너저분해지므로 수시로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정리할 공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고지고 사는 중이다.


책은 주로 온라인 대형 서점 두 군데에서 번갈아 구입한다. 때론 굿즈가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잘한 굿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5만원이 넘지 않게 한 두권 그냥 계속 사다가 가끔씩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놈의 물욕. 지난번에는 큰 가방이 마침 필요했는데 굿즈로 가방을 선택할 수 있어서 또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이번에는 정리박스가 마음에 들어서 한꺼번에 주문했다. 피크닉 테이블로도 쓸 수 있는 것인데 나는 그런 용도보다는 책이나 노트, 잡다한 물건들을 넣어놓고 미니 책상으로 쓰게 될 것 같다. 귀여운 스누피의 편안한 모습이 너무 매력 넘친다. 나도 저렇게 세상 걱정없는 자세로 느긋하고 게으르게 좀 지내보고 싶다. 요즘 내 마음 상태는 심란복잡우울의 복합체다.

그나저나 이렇게 열심히 사고 읽어서 나는 뭐가 되었나. 깊어지고 넓어졌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나. 끊임없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그저 공저 몇 권 쓴 정도다.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서 오랜시간 너무 괴로웠고 그래서 글쓰기는 타고나는 능력같다는 생각이 든다. 깊은 사유와 멋진 글을 척척 써내는 사람들을 보면 평범하고 그저그런 내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지인중에 작가도 너무 많고 동료 교사들도 다들 똑똑하고 대단해보여서 한 번씩 좌절감이 밀려오면 아무 글도 쓸 수가 없다. 특히 8월에 대학원 논문 쓰고 졸업한 이후 정체기가 길어졌다. 가방끈은 길어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더 모지리가 된 기분이다.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 같고 글을 못 쓰겠다

그래 서 간간이 필사로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베끼는 글이라도 쓰다보면 마음이 좀 나아지겠지 싶어서. 읽는 만큼 쓰는 것도 열심히 할 수 있기를. 아니 누군가 내게 그랬다. 이제는 열심히를 넘어서 잘해야하는 때라고. 그러니 부디 나자신아. 극복해내자. 일단 밀린 글쓰기 과제도 너무 많다. 계속 외면하는 것도 이제는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힘들다. 진짜 이 슬럼프를 빨리 극복하고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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