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여행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노래다. 가족, 친구, 지인, 연인 등등 함께 떠나는 이가 좋아서 같이 간다면 그 나름으로 좋은 여행이 되겠지. 그런데 난 이번엔 용감하게 혼자서 다녀볼 생각이다. 떠나요~ 혼자서~ 모든걸 훌훌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을 혼자 오롯이 누려보겠다. 혼자서도 잘 놀줄 알아야 하는 사십 대는 혼자서 다니는 여행의 참맛도 경험해봐야지.
처음 제주여행을 계획했을때는 5박 6일 일정을 진짜 혼자서 다니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솔직히 좀 겁이 나고 살짝 무서웠다. 제주도는 어마어마한 큰 섬이지만 그래도 혼자다니는 여자 여행객에 대한 흉흉한 사건들도 있었고해서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마침 제주를 잘 알고 수시로 오가는 쏘울자매같은 친한 동생이 초반 2박 3일을 함께 여행하자고 했다. 나에게 뭘 해보고 싶냐고 말해보라고 하기에 야외요가와 한라산 오르기, 제주를 제대로 느끼며 숨통을 좀 틔우고 오고 싶다고 했다. 해서 그녀와 함께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도 하고 한라산 등반과 야외요가를 하기로 예약해두었다.
그녀가 먼저 떠나면 나는 나머지 3박 4일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해봤다. 전망 좋은 카페에서 바다멍 하기, 책방 구경하기, 오름에 올라서 노을 보기, 고수가 있는 요가수련원 가기. 이 정도로 정해봤다. 일정 내내 렌트하려고 예약해놨으니 혼자여도 다니기 괜찮겠지? 최근 내 차 옆면을 완전히 갈아버리는 일을 겪었다. 그렇게 긁어먹으면서 패닉상태에 빠졌던 일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운전하는 거 괜찮을까 고민하다가 3월에 갔던 제주에서 동생과 번갈아 렌트카를 운전해봤는데 번화가나 시내가 아니면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서 괜찮았던 기억이 났다. 아마 이번에도 천천히 조심해서 운전하고 다니면 될 것 같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항버스 타러 가야하는데 좀 전에 겨우 짐싸기를 끝냈다. 정말 단촐하게 짐을 싸고 자유로운 영혼처럼 수시로 떠나는 노마드같은 내공을 가진 이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럽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많이 챙기는 나 자신이 조금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나인걸. 내 방식대로 나는 나를 데리고 다녀야지. 유튜브에서 간단한 책방 소개 영상을 몇 개 보았는데 굳이 여기를 꼭 찾아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막상 제주에 가서는 내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또는 동선이 되는대로 다녀볼 생각이다. 참! 제주도에 살고 있는 책모임 선생님 두 명을 만나기로 약속을 해뒀다. 그들과 만날 생각에 너무 기대가 된다.
요즘 고3 아이 입시 준비와 중3 아이 학교 문제로 걱정이 많아서 잠을 잘 못 잤다. 심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부정맥이 온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해서 무서웠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아이들이 그저 자기 몫을 열심히, 잘, 해내길 바랄 뿐이다. 그 이후에는 흘러가는대로 그렇지만 이왕이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길이 있는 곳으로 흘러가주길 기도할 수밖에. 연구년 보고서도 써야 하고 만들어야 할 독후활동지에 연수 기획과 강의 준비, 자료 조사해서 읽고 초고 아이디어 쓰기 등 할 일이 많은데 집중을 할 수가 없는 마음상태라서 여행이 절실했다. 푸른 밤에 제주 맥주를 홀짝이며 내 마음의 소리도 들어보고 아름다운 바다와 너른 들판에 내 근심걱정들을 다 흘려보내고 오고 싶다. 혹시나 좋은 인연이 또 어떻게 연결될지 모르고 내게 특별하게 남을 영감을 주는 어떤 일이 생길지 설레임을 가지고 가보려고 한다. 오늘밤은 부디 숙면을 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일 새벽에 벌떡 일어나서 힘차게 출발하자! 내일 만나자 제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