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8] 떠나요~혼자서~

- 제주 여행

by 은가비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노래다. 가족, 친구, 지인, 연인 등등 함께 떠나는 이가 좋아서 같이 간다면 그 나름으로 좋은 여행이 되겠지. 그런데 난 이번엔 용감하게 혼자서 다녀볼 생각이다. 떠나요~ 혼자서~ 모든걸 훌훌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을 혼자 오롯이 누려보겠다. 혼자서도 잘 놀줄 알아야 하는 사십 대는 혼자서 다니는 여행의 참맛도 경험해봐야지.


처음 제주여행을 계획했을때는 5박 6일 일정을 진짜 혼자서 다니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솔직히 좀 겁이 나고 살짝 무서웠다. 제주도는 어마어마한 큰 섬이지만 그래도 혼자다니는 여자 여행객에 대한 흉흉한 사건들도 있었고해서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마침 제주를 잘 알고 수시로 오가는 쏘울자매같은 친한 동생이 초반 2박 3일을 함께 여행하자고 했다. 나에게 뭘 해보고 싶냐고 말해보라고 하기에 야외요가와 한라산 오르기, 제주를 제대로 느끼며 숨통을 좀 틔우고 오고 싶다고 했다. 해서 그녀와 함께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도 하고 한라산 등반과 야외요가를 하기로 예약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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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먼저 떠나면 나는 나머지 3박 4일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해봤다. 전망 좋은 카페에서 바다멍 하기, 책방 구경하기, 오름에 올라서 노을 보기, 고수가 있는 요가수련원 가기. 이 정도로 정해봤다. 일정 내내 렌트하려고 예약해놨으니 혼자여도 다니기 괜찮겠지? 최근 내 차 옆면을 완전히 갈아버리는 일을 겪었다. 그렇게 긁어먹으면서 패닉상태에 빠졌던 일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운전하는 거 괜찮을까 고민하다가 3월에 갔던 제주에서 동생과 번갈아 렌트카를 운전해봤는데 번화가나 시내가 아니면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서 괜찮았던 기억이 났다. 아마 이번에도 천천히 조심해서 운전하고 다니면 될 것 같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항버스 타러 가야하는데 좀 전에 겨우 짐싸기를 끝냈다. 정말 단촐하게 짐을 싸고 자유로운 영혼처럼 수시로 떠나는 노마드같은 내공을 가진 이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럽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많이 챙기는 나 자신이 조금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나인걸. 내 방식대로 나는 나를 데리고 다녀야지. 유튜브에서 간단한 책방 소개 영상을 몇 개 보았는데 굳이 여기를 꼭 찾아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막상 제주에 가서는 내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또는 동선이 되는대로 다녀볼 생각이다. 참! 제주도에 살고 있는 책모임 선생님 두 명을 만나기로 약속을 해뒀다. 그들과 만날 생각에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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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3 아이 입시 준비와 중3 아이 학교 문제로 걱정이 많아서 잠을 잘 못 잤다. 심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부정맥이 온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해서 무서웠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아이들이 그저 자기 몫을 열심히, 잘, 해내길 바랄 뿐이다. 그 이후에는 흘러가는대로 그렇지만 이왕이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길이 있는 곳으로 흘러가주길 기도할 수밖에. 연구년 보고서도 써야 하고 만들어야 할 독후활동지에 연수 기획과 강의 준비, 자료 조사해서 읽고 초고 아이디어 쓰기 등 할 일이 많은데 집중을 할 수가 없는 마음상태라서 여행이 절실했다. 푸른 밤에 제주 맥주를 홀짝이며 내 마음의 소리도 들어보고 아름다운 바다와 너른 들판에 내 근심걱정들을 다 흘려보내고 오고 싶다. 혹시나 좋은 인연이 또 어떻게 연결될지 모르고 내게 특별하게 남을 영감을 주는 어떤 일이 생길지 설레임을 가지고 가보려고 한다. 오늘밤은 부디 숙면을 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일 새벽에 벌떡 일어나서 힘차게 출발하자! 내일 만나자 제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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